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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Cosmos) - 1집 / Standard
요즘 인디 록 밴드들 치고 평범한 간판(그룹명) 달고 활동하는 친구들은 정말 드물기 짝이 없다. 처음에는 신선함으로 다가왔을 것이나 이제는 그러한 기발한 단어 조합 방식마저도 상투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 이건 어떤가? '코스모스'라는 이름의 혼성 4인조 밴드가 있다.

코스모스(cosmos)라는 단어에 두 가지 뜻이 있다는 사실, 알만한 이들은 다 안다. 우주, 완전 체계, 질서, 조화 같은 거한 뜻도 아니다. 가을을 알리는 늦여름의 전령사 코스모스 꽃을 의미한다고 했다. 하지만 '코스모스'라는 단어, 어쩐지 좀 촌스러운 듯 하다. 1970년대 후반 쯤 등장한 포크 그룹의 이름이라면 알맞을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이 주무대가 홍대 주변의 클럽이었다는 첩보는 조금 의외의 것이 아닌가? 음악도 비범하지 않다. 뛰어난 연주력과 개인기로 무장된 친구들이 아니다. 펑크 정신으로 무장한 난봉꾼도 아니고 사회 전반을 두루 긁어 주는 파괴적인 가사도 없다. 요즘 주류들과는 달리 자극적이지 않고 그래서 조금 심심하고 싱거운 듯 하다. 그저 툭툭 던지듯 노래하고 연주할 뿐이다. 그런데 사람 속을 참 심드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아직 20대 중반도 안 되어 어리디 어린 친구들의 인생 이야기들이지만 따스하다. 그리고 촉촉하고 잔잔한 감동이 있고 '기억 저편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서정성'이 포근해 참 좋다.
이런 저런 생각에 젖어가며 미리 받은 앨범을 들어봤다. '산울림' 생각을 참 여러 번 했다. 앨범 재킷을 보면서 '자우림'의 아류작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했던 것에 미안했다. 이들은 '코스모스' 이전에 별반 두드러진 음악 활동을 펼친 바 없다. 누구처럼 모 뮤지션의 휘하에서 세션으로 실력을 쌓지 못했고 잘 나가는 실력파 뮤지션들과 끈이 닿아 지원 사격을 받을 만 하지도 않아 보인다. 단지 인터넷 통신 하이텔(hitel)의 모던 록 동호회를 통해 맺은 인연이 지금의 이들을 낳은 것이다.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도 같은 동호회 선배였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거드는 귀여운 친구들. 아무래도 밴드의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 가장 큰 카리스마인 듯 한 기타리스트 겸 리드 보컬의 김상혁(23)의 꾀임이 달콤했던 것처럼 보인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베이시스트 이원열(21)은 김상혁과 같은 대학 출신으로 통신상에서의 만남이 학교 선후배 지간이라는 인연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밴드의 왕언니 격이어서인지 훨씬 더 어른스러워 보였던 홍일점 키보디스트 겸 보컬리스트 정우민(25)도 '코스모스' 이진에는 그저 음악을 즐기고 아마추어 수준의 연주를 즐겼던 단순 매니아였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이번 데뷔 앨범의 재킷 디자인도 그녀가 직접 소화해 냈다고 한다. 드러머 남정익(19)은 직장 생활을 위해 밴드를 떠나 전임 드러머의 후임으로 최근 발탁된 친구로 팀의 막내답게 사석에서는 만만치 않은 어리광도 부릴 듯 했다. 늘 악보를 휴대하고 다니며 짬나는 대로 연습에 몰두할 정도의 독종이란다.

전술한 바대로 이들의 색(色)은 홍대 주류파의 그것과 아주 많이 다르다. 이유를 물었다. 인터뷰 내내 이를 드러내는 일이 없었던 리더 김상현이 그 특유의 퉁명스런 말투로 답한다.
""그거야 저희가 주로 들으며 자라났던 음악이 그런 쪽이니 그런 것이겠죠. 일부러 차별화를 의도했다던가 하는 건 없어요. 저희는 비틀즈(The Beatles)나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같은 그룹의 음악을 들으며 컸으니 그런 스타일의 음악이 더 자연스러울 뿐이죠.""
무뚝뚝하기도 하지. 기왕 하는 말, 듣기 좋게 근사한 포장 좀 해서 거네 주면 좋으련만. 하긴 이들의 음악 몇 번이나 제대로 들었다고 섣부른 판단으로 '연주력이 그렇게 뛰어나 보이진 않는다'는 투의 뉘앙스를 풍긴 것에 마음이 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런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모습들이 더 정감이 가는 구석이기도 했다.
'음악이 참 순수하고 그래서 그것이 더욱 매력적이지만 음악적 완성도에 있어서는 좀 미숙하고 부족한 면이 더러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 실수였던 거다. 물론 이에 대한 답도 걸작이다.
""이제 고작 데뷔 앨범 내면서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당연한 평가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능력만큼만 보여드린 거죠. 저희의 현재 모습입니다. 만약 저희 중 어느 한 명이 뛰어나 연주력을 갖추고 있다고 치죠. 그것도 볼만 할 겁니다. 어울리기나 하겠어요? 중요한 건 팀워크라고 생각해요.""
그래, 이들은 오래 오래 한 팀으로 함께 하며 전체가 함께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워낙 다른 멤버들이 숫기가 없이 말을 아끼는 탓에 심술이 나 딴지를 걸었다. 군 문제나 기타 불가항력을 이유로 한 팀의 존속 여부를 걸고 넘어졌다. 그러나 걱정한다고 안 될 일이 잘 풀릴 것도 아닌 바에야...사람들이 '코스모스'의 음악을 무엇이라 불러주길 바라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대체적인 팀 컬러는 1970년대 스타일의 복고풍 록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겠으나 가끔씩 의외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었다. 전형적인 발라드 풍 대중 가요곡도 더러 있고 심지어 '눈썹' 같은 트랙에서는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의 분위기까지 느껴볼 수 있기에.
""롤링 스톤즈가 부러워요. 40년 이상을 팝 음악계의 정상에 군림하고 있죠. 한결 같으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는 음악성으로. 무슨 장르의 음악이고 어떤 사운드를 들려주는 가의 문제는 사실 음악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건 듣는 사람들이 자기들 편 하라고 애써 갈라놓은 잣대들일 뿐이죠.""
그래도 애교로 한 마디 덧붙여 주니 고맙다.
""구태여 말하자면 모던 록 밴드겠죠.""
왜 밴드를 하며 '코스모스' 음악의 핵(core)은 무엇이냐는 우문(愚問)에 대해 이들은 모처럼 팀 멤버 전원이 입을 열었다. 일부러 뒤틀어 보아 다른 관점에서 음악을 분석하려 드는 시도들도 이들은 경계하고 있었다. 생명력 짧은 우리 가요계의 현실에 비추어보아 '우리들의 음악은 자주는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늘 곁에서 사랑 받았으면 싶다'는 얘기를 풀어 대었다. 뭐가 힘드냐고 물었을 때 이들은 비로소 나이 값(?)을 했다. 살이 안 빠져 고민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느니 심지어 여자가 그립다는 말까지. 하지만 사실은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일에 차츰 이들로서는 전혀 익숙지 않은 일들이 추가로 덧붙여지는 경우가 날로 늘어 부담스러운 듯 했다. 이런 인터뷰 스케줄도 마찬가지냐는 물음에 별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이런 곤욕스런 과정들을 겪어내야 유명해지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이런 답을 준다.
""TV에 얼굴 나오는 유명 연예인이 꿈이었다면 어려서부터 춤 연습해서 댄스 그룹이나 했겠죠. 물론 밴드로써 유명해지고픈 욕심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인기 있으면 좋은 점도 있겠죠.""
음악이 궁금하다고? 올 봄 수많은 라이브 무대의 게스트로 또 홍대 클럽을 순회하는 단독 콘서트를 통해 이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의 자긍심이 무안하지 않을 농익은 식혜 한 사발 같은 사운드에 취해 보자. 아날로그(analogue) 사운드를 고집한 것도 참 좋았다. 앨범 타이틀처럼 참 '스탠더드'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