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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찬권 - One Man Band
다듬은 지 오래된 듯한 덥수룩하고 지저분한 헤어스타일, 시력 교정은 받았을까 싶은 정도로 유행이 10년은 족히 지난 듯 보이는 검정 뿔테 안경이 주는 정겨움 그리고 주찬권이라는 익숙한 이름. 들국화를 모르고 '그것만이 내 세상', '행진'을 노래방에서 목청 터져라 열창해 본 기억이 없는 분께는 권하고 싶지 않은 앨범이다. 20세기말 가요사에 커다란 획을 긋고 장렬한 산화한 들국화의 드러머였다. 물론 그의 솔로 앨범이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니고 그간 어느 프로젝트성 밴드의 일원이기도 한 것으로 기억한다. 꾸밈이 많지 않고 담백하며 기본적으로 1970년대 스타일의 포크 록적인 화법에 충실하다. 양념 삼아 약간의 블루스적인 필이 가미되어 있다. 비오거나 바람 불고 눈오는 날 함께 듣고픈 이가 꼭 한 명 있어야 겠다는 다짐을 더욱 굳게 한다.
대단한 것은 원 맨 밴드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완성도가 떨어지지는 않지만 연주만으로 볼 때 김수철과 같은 뛰어난 테크닉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인간미가 흐르고 따스함이 흐른다. 그래도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은 물론이고 모든 연주까지 혼자 다 해냈다. 이런 게 정말 아티스트다. 하지만 이 시대의 현실과 음악 조류에는 크게 거스르는 앨범이다. 같은 원 맨 밴드라도 18세 소년 김사랑의 앨범 판매고와 주찬권의 것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의 중저음 보컬 톤이 예전 들국화 시절의 전인권과 닮아 있어 간혹 둘국화의 연장선상에서 혼자 추억을 씹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게도 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이제는 이런 음악 들려주는 아티스트도 몇 안 된다. 눈물 나게 반갑고 소중한 앨범이다. 일단 가장 대중적인 트랙인 '언제나'부터 접근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