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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ane - Under The Iron Sea (CD+DVD 하드커버 한정반)
'Everybody's Changing' 등의 히트곡이 담긴 데뷔 앨범 [Hopes And Fears]로 2004년 영국 팝씬을 평정한 주인공!! Keane (킨) 대망의 2집 앨범 [Under The Iron Sea] 보너스 DVD 포함 초도 한정 수입 A5 하드커버 디럭스 버전!

가만 보면 그림이 참 곱다. 핀란드와 영국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사나 아누카(Sanna Annukka)의 작품이라고 한다.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본 듯한, 물보라 일으키는 파도가 말의 머리 모양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극히 단순화된 이미지 - 구체적으로 실루엣을 최대한 살린 색채의 ‘덩어리’ - 로 표현했다. 얼핏 보기엔 아동 도서의 아기자기한 삽화처럼도 보이지만 그녀의 말에 따르면 말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존재로서, 아름다운 외관과 달리는 속성 덕분에 힘과 파워를 뜻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힘겨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메타포로서도 작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중 후자의 설명은 그녀에게 이 작품 제작을 의뢰한 킨(Keane)의 새 앨범의 주제와도 상통한다. 실제 아누카는 앨범의 수록곡들(의 가사)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아 이 이미지를 도출해낸 것이었다: 이 말 일러스트레이션은 킨의 새 앨범 [Under The Iron Sea]의 아트워크이다.

킨의 지난 데뷔 앨범 [Hopes And Fears](2004)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히트작이었다. 우선 자국 영국에서 출발한 성공의 여파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우리나라와 일본과 같은 극동에까지 거의 그 강도를 늦추지 않은 채 전달되었다(음반 시장 사정 안 좋기로 자타공인인 이 땅에서조차 조용한 스테디셀러가 되어 결국 스페셜 에디션까지 발매되었던 것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2006년인 지금에조차 영국의 대중음악이란 국내에서 거론될 경우 아직껏 브릿팝이란 단어의 영향력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조금은 측은한 처지이지만, 킨의 경우는 브릿팝으로 설명하든 안 하든 전혀 상관없는 일종의 독자적인 결과를 스스로 이루어낸 경우였다.
말하자면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 이후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간 (90년대 한 사조로서의) 브릿팝의 몹시 희미한 발자국 속에서, 그들은 2000년대 이후의 영국의 대중 음악계 중 특히 그 서정성에 있어서 그들 뒤를 이어간 훌륭한 하나의 연결고리 역할을 자임한 것이었다. 관건은 그것이 보통의 록 밴드 포맷을 거치지 않은, 다소 우연이 개입된 천재적 발명(단순히 기타 공석을 메우지 못한 데모 작업시의 애로사항이 마침내 보컬-피아노-드럼의 3인조로 재편성되어 기존 사운드에 새로운 전기를 맞던 2002년의 어느 순간)이라는 것, 그리고 그와 같은 대성공을 당사자들이 깜짝 놀랄 만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머큐리 뮤직 프라이즈와 그래미 후보 지명에 이보르 노벨로 어워드 작사작곡 부문, 음악지 Q의 최고 앨범 부문, 브릿 어워드 신인 부문과 최고 앨범 부문 등을 줄줄이 수상한 수준의 성공이었다. 데뷔 앨범으로 이 정도면, 더군다나 본인들이 애초 짐작도 하지 못했다면, 충분히 풍운아 소릴 들을 법도 하다. 이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5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킨은 오랜 친우들로 이루어진 팀이다. 80년대 후반부터 비틀즈와 디페쉬 모드, 스미스 등을 서로 돌려 듣던 배틀(Battle) 지방 출신의 팀 라이스-옥슬리(Tim Rice-Oxley, 피아노, 베이스, 보컬)와 리처드 휴스(Richard Hughes, 드럼/보컬)는 90년대 접어들면서 톰 채플린(Tom Chaplin, 보컬), 그리고 나중에 팀을 탈퇴하게 되는 도미니크 스콧(Dominic Scott, 기타)을 맞아 4인조로 시작했다. 99년도에 런던으로 상경하여 약 2년여 동안 낮엔 잡일, 밤엔 밴드 연습을 병행하며 구체적인 음악의 꿈을 키웠지만 여의치 않아 다시 고향으로 낙향했다가, 기타를 뺀 3인조로 새롭게 재편된 상황에서 영국 인디의 전당 중 하나인 피어스 판다(Fierce Panda)와 계약을 맺고 이들은 싱글 ‘Everybody’s Changing’을 500장 소규모로 내놓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 곡이 영국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곧 아일랜드 레이블과 정식 앨범 계약을 맺고 [Hopes And Fears]를 첫 작품으로 공개했고, 그 이후는 앞에서 대략 설명한 바와 같이 질풍노도로 진행되었다. 멤버들 말을 들어보면 직후 2년여 동안을 꼬박 길 위에서 보냈다고 하니 몸과 마음이 모두 100%가 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었을 강행군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것은 상당한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아까 아누카의 앨범 아트워크를 이야기하면서 언급된 바로 그 ‘힘겨운 상황’이 이 과정에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혹독한 스케줄의 투어 중에서도 틈이 날 때마다 짬짬이 곡들을 만들고 녹음하여 최종적으로 작년에 이 앨범 [Under The Iron Sea]를 완성하는 동안, 이들은 점점 서로간의 소통에 애로를 겪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순식간의 성공으로 인해 이들은 단지 기계적으로 투어와 공연을 반복하면서 스스로가 어떤 종류의 성공을 이루어내었는지 제대로 실감할 수 없었을뿐더러 그 성공을 음미해볼 여유도 전혀 가질 수도 없었다. 바야흐로 25년 가까운 우정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느낌마저 주는 그 기간 동안의 긴장과 불안은 이들에게 스스로 타개해나가야 하는 하나의 장벽이 되었고, 그것은 투어 동안 말다툼과 냉전의 형식으로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랬기에 이번 앨범은 하나의 커다란 재앙일 수도 있었다. 첫 앨범의 제목이었던 ‘희망과 두려움’ 중에서 두려움이 전면에 부각하게 되었다. 밴드는 소통의 장애를 겪었고, 그것은 이번 앨범에서 아무 것도 뚫을 수 없는 ‘강철의 바다’의 이미지로 나타나 있다 - 혼돈과 무감각이라는 어두운 음지가 그 아래 자리잡고 있는. 겉으로는 평소대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서서히 불안이 자리잡아 점점 커지고 있는.

헌데 이 강철의 바다라는 이미지는 비단 밴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 우리 모두가 킨의 당시 상황과 같은 처지에 처할 경우 겪을 수 있는,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줄여보려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다치게 되는 수많은 짠한 장면들을 킨의 이번 앨범에 대입시켜볼 수 있다. 이번 앨범은 밴드가 스스로를 반영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함께 아우르는 셈이 되었다. 그리고 적어도 킨에게 있어서는, 그런 위기와 두려움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소 역설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우리에게 위기가 닥쳤다, 라는 위기감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강한 반작용 덕분에 결과적으로 앨범의 제작 과정과 내처 결과물까지를 역동적으로 만들었고, 그래서인지 이번 이 [강철 바다 아래]는 서정적이라는 기존의 킨의 성격(혹은 선입견)을 부분적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흔들고 있다.

첫 곡 ‘Atlantic’은 이 모든 당시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출발점으로 적절하다. 마치 라디오헤드와 변경 지역에서 우연히 만난 듯한 이 이미지 가득한 트랙은 실제로도 이미지화되었다 - [트레인스포팅]과 [애시드 하우스]의 원작자인 영국의 컬트 소설가 어빈 웰쉬가 직접 감독한 비디오물로 앨범보다 먼저 지난 4월 21일에 온라인으로만 공개되었던 것이다. 혼돈 속에서 답을 찾으려는, 어둠 속을 더듬어가는 중에 서서히 여명을 맞는 내용과 사운드의 이 곡은 앨범과 밴드 모두의 첫 시작점이기도 할뿐더러, 앨범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 결말이 행복하지만은 않은 동화, 라는 우리 모두의 현실 - 를 우리 앞에 처음 제시하는 아우트라인 단계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앨범 작업시 가장 먼저 완성한 넘버였다고 한다.
처음 데모 상태였을 땐 이런 중차대한 역할을 맡기보다 싱글 B면곡 정도로 소소하게 생각되었던 트랙이었는데 일부러였는지 우연이었는지 살짝 반박 정도 어긋나게 드럼을 맞춘 리처드 덕분에 결과적으로 들리는 것과 같은 매우 씨네마틱한 - 킨의 팝 레벨에 비추어보아서는 거의 앰비언트스런 느낌마저도 - 근사한 사운드로 탄생하였다. 이 곡과 더불어 중간의 타이틀 트랙이랄 수 있는 ‘Under The Iron Sea(히든 트랙)’, 그리고 마지막 ‘Broken Toy’에서의 연주는 단순히 팝송의 나열일 뻔도 했던 킨의 앨범에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커다란 차이를 만들기에 앨범을 들을 때마다 귀를 기울이게 된다 - 즉 일종의 ‘뉘앙스’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뉘앙스가 여보란 듯한 제스처에서 끝나지 않고 정말로 앨범에 통일성과 진정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특히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 앨범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Everybody's Changing’이나 ‘Somewhere Only We Know’에서 느껴졌던 킨 특유의 미드템포의 피아노 ‘그루브’는 이번에도 ‘Nothing In My Way’, ‘Leaving So Soon?’ 등에서 빛을 발하는데, 밴드의 송라이터인 옥슬리의 말에 따르면 이들 곡들은 모두 모타운 분위기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물론 노골적으로 드러날 정도의 흑인 필은 아니지만 기존의 킨 팬들에게는 확실히 반가운 구면으로 다가갈 곡들이다(특히 ‘Nothing In My Way’는 그가 극찬하는 에미넴의 ‘Lose Yourself’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의외의 배경을 갖고 있기도).
드러머 리처드로 하여금 오랜 연인과의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도록 독려하고 싶어 만들었다는 ‘Put It Behind You’는 그 중에서도 가장 훵키한 모타운적인 사운드이자 그와 동시에 킨으로서는 첫 싱글인 ‘Is It Any Wonder?’와 함께 의외로 록 넘버마냥 강하게 대쉬하는(옥슬리 曰 “우리로선 거의 스트록스 내지 지미 헨드릭스 수준이죠”) 넘버이기도 하다.

이 앨범에서 가장 의외라고 생각되는 것은 이 앨범이 갖는 정치적인 성격이다. 비록 개인적인 시각에서 잡은 것들이라고는 하나, 밴드 내부적으로는 멤버간의 소통 문제와 옥슬리 자신의 슬럼프 공포를 겪는 와중에도 그들은 영국인이라는 또 하나의 지점에서 자신들의 주변을 바라본 곡들을 과감히 담았다. 이것은 어떻게든 자신들을 알려야 하는, 그래서 싱글 후보에 가까운 곡들을 담는 데 만족했던 첫 앨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
데뷔작이라는 게 원래 그런 역할을 맡는 탓에 상대적으로 스스로가 하고 싶은 말에 대해 100% 솔직할 수 없었던 것을 이번에 이들은 ‘Is It Any Wonder?’, ‘A Bad Dream’ (그리고 우화적 특성을 제대로 갖춘 끝 곡인 ‘Frog Prince’ 역시 아마도) 등을 통해 상쇄했다. 그들이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의 영국 젊은이들이 이라크와 같은 곳에서 겪는 전쟁 체험과 그것을 결정한 정치적 역학에 대해 무심할 수 없었음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특히 ‘A Bad Dream’은 대문호 예이츠의 시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는 한 아일랜드 공군 조종사]란 작품을 매개로 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감정을 담고 있는 곡이다.

그러나 역시 킨은 멜로디의 밴드다. 와해까지도 점칠 수 있었던 시기의 밴드 최악의 내부적 분위기가 그대로 담긴 절박한 곡이지만 곡조만큼은 무엇보다도 아기자기한 ‘Crystal Ball’은, 바로 그 점에서 옥슬리 자신이 큰 영향을 받고 존경하기까지 한다는 스미스나 펫샵 보이스 특유의 (아이러니-) 포뮬러를 긍정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사례이며 그 주선율은 한번 들으면 금방 기억할 수 있는 종류의 것. 거기다 ‘Leaving So Soon?’과 ‘Broken Toy’ 역시 밴드 킨의 자전적 요소를 가장 적절한 멜로디와 구조에 실어보이고 있는 수작들로,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곡들이기도 하다. 사실 현재 시점에서 빼어난 멜로디가 지배하는 대중 팝송의 매력에 대해서라면 킨만한 밴드도 드물 것이다.

이렇듯 서정성과 멜로디는 킨의 가장 큰 강점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인지 실제보다 가볍게 취급된다는 느낌을 항상 갖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Under The Iron Sea]는 아마 그런 단편적인 킨의 인상에 의외의 어두움이라는 깊이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두움은 추상적이지 않다.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일상적, 보편적인 어떤 심연으로서, 밴드가 누차 밝힌 바와 같이 그들이 이미 겪었고 우리가 늘 겪는 회의와 혼돈과 절망의 시점들에 다름 아니다. 킨이 대중 밴드라는 데 대해선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해서 그 대중적이란 표현이 부러 업수이 여겨질 이유 또한 없다.
실제 콜드플레이가 대학가 언더그라운드 밴드에서 지금처럼 현재 영국의 대표 대중 스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와 같은 ‘모두의’ 보편성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소화해낸 덕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킨의 대중성을 그에 비해 더 혹은 덜 어떻다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기존 자신의 정체성을 전혀 흩어놓지 않으면서 밴드 자신에게도 한층 솔직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는 면에서 킨에게도 분명 흡족할 앨범일 것이다.

어쨌거나 기타 없는 밴드 킨이니만큼 이번 [Under The Iron Sea]에서 옥슬리는 다종다양한 빈티지 이펙터들을 직접 자신의 일렉트릭 피아노(CP70)에 연결하여 기타의 부재를 훌륭히 메워주었다. 프로듀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앤디 그린. 더불어 앞서 언급된 사나 아누카의 훌륭한 아트워크 디자인은 비단 이번 앨범에서뿐 아니라 싱글 등 관련 패키지 전체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