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목소리. 이성호와 아내 신혜연이 만든 싱글 ‘꽃이 나무에게’는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만들어진 컨셉 앨범이다. 그들의 지인인 극작가 김은경은 이성호를 ‘이 땅의 황토빛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라고 일컬었다고 한다. 그동안 라이브 까페 ‘마실’을 운영하며 곡작업과 공연을 병행해 온 이성호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본다.
open eyes -봄
소문난 잉꼬부부인 이성호와 신혜연의 아침은 언제나 신혜연이 밤새 꾼 꿈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루는 신혜연이 꿈 이야기를 글로 적었고, 이때 이성호가 곡을 붙였다. 팬플룻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봄 햇살처럼 따스하고 나른하다.
사랑- 여름
이번 앨범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맡은 최윤덕의 선배작곡가 김대훈의 곡이다. 부담 없는 어쿠스틱 스트록에 이어 일렉기타 간주가 소나기처럼 시원하다.
꽃이 나무에게 - 가을
둘의 결혼식에서 이성호가 작곡해 신혜연에게 불러준 곡이라고 한다. 이번 앨범을 위해 특별히 듀엣곡으로 편곡했으며, 이 음반의 타이틀 곡이기도하다. 곡 후반부에 나오는 귀뚜라미 소리는 그들의 녹음실 주방에 살고 있는 귀뚜라미 소리를 직접 녹음한 것이다. 이성호의 고즈넉한 기타 아르페지오와 맞물려 마침 찾아온 가을과 딱 어울리는 곡이 되었다.
겨울 지나면-겨울
비장미 넘치는 선율이 80년대의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놀랍게도 이 비장한 단조 선율은 84학번인 이성호가 만든 곡이 아니라, 94학번인 신혜연이 만들었다. 미디음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현악파트가 아쉽지만, 약간 빈 듯한 그 소리야말로 우리를 뜨겁게 광장으로 부르던 소리였음을 기억하게 한다.
귀향-그리고 귀향
이성호가 서른 즈음에 느꼈던 것들을 피아니스트 예명의 반주에 맞춰 노래한다. 언뜻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랜드 피아노와 해금의 협연이 근사한 서정을 만들어낸다. 짧지만 진중한 삶의 성찰이 담뿍 담겨있어 이음반의 대단원으로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