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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 Let It Be...Naked
앨범 『Let It be』
‘모든 것을 다 이루고 다 해보고 나면 순수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30곡이나 들어간 옴니버스형의 대작 『The Beatles(White Album)』을 내놓은 1968년 말 비틀스는 초기의 밴드시절을 재현하는 풋풋한 성격의 앨범을 만들고자 했다. 게다가 그들은 1966년 8월 이후 전혀 공연을 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콘서트 실황과 관련된 생생한 앨범을 원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 기획은 밴드 리허설을 그대로 담아 TV 프로로 방영하고 동시에 사운드트랙 앨범을 선보이는 형식의 병행 프로젝트로 발전되었다. 하지만 트위큰햄 필름 스튜디오에서의 작업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여러 곡(이 중에는 훗날 『Abbey Road』 앨범과 멤버들의 솔로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있었다)을 낭송하는 수준의 리허설이 진행됐지만 런던의 추운 날씨와 멤버들의 의견차 등 여러 장애요인으로 인해 애초의 의도가 실현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지 해리슨이 먼저 불만을 제기하며 이 세션에서 이탈했다.

비틀스는 트위큰햄 스튜디오를 떠나 막 완공된 애플 스튜디오 지하로 돌아와 애초 생각한 대로 테이프루핑, 오버더빙, 프로듀싱 기술 등이 전혀 없는 ‘무가공’ 앨범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일체의 포장 없이 라이브 실황과 그 과정을 그대로 담는, 이른바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s) 앨범이 목표였다. 그들은 ‘날 것’(raw thing)을 원했다. 존 레논은 노골적으로 프로듀서 조지 마틴(George Martin)의 배제를 천명했다(“이번 앨범의 경우는 당신의 프로덕션, 보이스 더빙, 그리고 어떤 편집도 원하지 않아!”). 방향도 처음 기획했던 TV 프로젝트에서 ‘피처 필름’으로 돌렸다. 이때까지 그 영화와 앨범의 가제는 ‘Get Back’이었다.

중도에 키보드 연주자 빌리 프레스턴(Billy Preston)이 게스트 뮤지션으로 가세하면서 세션은 활기를 띠었고 명 엔지니어 글린 존스가 중심에 서서 세션 데모를 제작했다. 와중인 69년 1월, 기획한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이룬, 애플 옥상에서의 라이브 연주가 있었다. 비틀스 멤버들은 옥상에서 라이브로 할 수 없었던 몇몇 곡들, 예를 들면 ‘Let It Be’ ‘The Long And Winding Road’ ‘Across The Universe’ 등의 녹음을 해서 일단 앨범 콘텐츠는 거의 완성을 보았다. 영화작업은 그런대로 잘 진행되었다.

글린 존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앨범의 레퍼토리에 ‘Rocker’ ‘Save The Last Dance For Me’ ‘Teddy boy’가 포함된 트랙 리스트의 테이프를 제출했다. 비틀스는 만족하지 않았음은 물론 진행 중인 ‘Get Back’ 작업을 일단 접고 대신 전혀 다른 새 앨범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Abbey Road』였다. 따라서 기획시점으로 보면 『Abbey Road』가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이 된다.

『Abbey Road』가 69년 9월에 발표되고 해를 넘겨 글린 존스는 다시『Get Back』 앨범을 정리해 비틀스에 제출했지만 이번에도 반응은 시큰둥했다. 70년 3월, 그 앨범을 다시 프로듀스한다는 차원에서 명망 높은 프로듀서 필 스펙터(Phil Spector)가 초청되었다. 공개를 앞둔 영화에 동반된 앨범이 요구되었기 때문이었다. 필 스펙터는 문제의 3곡 ‘The Long And Winding Road’ ‘Across The Universe’ ‘Let It Be’를 오케스트레이션과 코러스 더빙을 통해 웅장한 버전으로 리믹스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하프, 트럼펫, 트롬본 연주자와 코러스 싱어들이 대거 동원되었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그 결과에 만족하긴 했지만 그것은 애초 날 것을 만들고자 했던 기획과는 거리가 있는 성질의 것이었다.

70년 4월 비틀스의 충격적인 해산소식이 발표되었고 다음달 8일 16개월의 산전수전을 겪은 끝에 사실상 그룹 최후 작품이 된 앨범이 마침내 공개되었다. 앨범 타이틀도 어느덧 『Get Back』에서 『Let It be』로 바뀌었다. 5일 뒤 영화시사회가 뉴욕에서 개최되었지만 뿔뿔이 흩어진 비틀스 멤버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차트에서는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폴이 주도한 곡 ‘Let It Be’와 비틀스로부터의 독립에 이를 악문 존의 솔로 싱글 ‘Instant Karma’ 간의 인기경쟁이 불을 뿜었다. 70년 5월, 앨범의 두 번째 싱글이자 비틀스의 마지막 싱글이 된 ‘The Long And Winding Road/ For You Blue’가 발표되었고 그와 함께 비틀스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앨범 『Let It Be... Naked』
비틀스의 역사적인 『Let It Be』 앨범이 나온 지 32년이 흐른 2002년 2월 폴 매카트니와 당시 영화작업을 지휘한 마이클 린제이 호그(Michael Linsay-Hogg)는 우연히 비행기에 동승하여 둘 모두 결코 잊을 수 없는 『Let It Be』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두 사람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엄청난 산고(産苦)를 겪으면서 불가피하게 결과가 변형되었던 그 문제의 앨범을 ‘원래대로 되돌리자’는데 합의했다. 즉 68년 12월과 69년 1월 비틀스가 꿈꾸었던 ‘백 투 배이직’의 의도를 회복시키자는 것이었다. 엔지니어 알란 로즈, 폴 힉스, 가이 매세이 세 사람은 애플 스튜디오에 보관된 그 프로젝트의 33개 릴 테이프를 찾아내 18개월 간 원형복구 작업에 매달렸다. 먼저 필 스펙터에 의해 덧입혀진 오케스트레이션, 코러스 그리고 갖가지 효과를 걷어냈고 (그래서 앨범 타이틀이 벗겨낸다는 의미의 ‘Naked’이다), 그리고 난 뒤 거기에 현대의 디지털 기술을 가했다.

애초 기획의 포인트였던 순수성을 탈환(?)하는 동시에 지금의 음반수요자들도 (옛 것을 듣는다는 수고 없이) 만족스럽게 들을 수 있는 ‘명징한’ 사운드를 위해서였다. 그것은 ‘과거의 오리지널리티’와 ‘현대적 음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새 앨범은 우리가 알고 있는 『Let It Be』 앨범과는 형식과 질에 있어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달라진 것은 다음과 같다.

⑴ ‘The Long And Winding Road’는 『Let It Be』 앨범에 수록된 버전과는 전혀 다른 초기 테이크를 담았다. 비틀스가 초기 기획단계에서 원했던 완벽한 ‘날 것’인 셈이다.
⑵ ‘Let It Be’와 ‘Across The Universe’는 필 스펙터에 의해 덧입혀진 오케스트레이션과 코러스를 걷어내 오리지널 상태를 구현했다.
⑶ 수록곡도 달라 원 앨범의 ‘Dig It’과 전통 민요를 그들 식으로 처리해낸 곡 ‘Maggie Mae’를 빼고, 대신 거기에 미국 판 앨범 『Hey Jude』에는 수록했으나 캐피틀 앨범에는 없는 곡 ‘Don’t Let Me Down’를 넣었다. 그러나 이 곡 또한 오리지널과는 다르다.
⑷ 오리지널 앨범에 수록된 몇몇 곡 앞에 삽입된 리허설 라이브 멘트를 모두 뺐다. 대신 그들 의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리허설과 ‘메이킹’ 과정은 『Fly On The Wall』이란 제목으로 별도의 23분짜리 CD 한 장으로 엮어 과거의 것보다 훨씬 생생하고 자세하며 그간 알려지지 않은 내용의 단편을 소개하고 있다.
⑸ 수록곡의 순서도 바뀌었다. 원 앨범은 ‘Two Of Us’로 시작해서 ‘Get Back’으로 끝을 맺는다. 그것은 동반된 영화에 나오는 노래들을 순서로 엮은 것이었으나 이번 앨범은 69년 기획 이후 녹음한 순서대로 재편집했다. 당연히 앨범의 포문을 여는 곡은 당시 작업 타이틀이었던 ‘Get Back’이며 마침표를 찍는 곡은 『Let It Be』이다.

이번 앨범은 결코 향수와 복고 정서에 의존한 재발매나 통상적인 리마스트링 앨범이 아니다. 변이가 어쩔 수 없었던 70년 앨범이 남긴 아쉬움의 앙금을 뒤늦게라도 지우고 ‘기획초기’의 의중을 되찾기 위한 앨범이다. 진정한 『Let It Be』 기획 정신의 회복이다.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는 이를 통해 이미 세상에 없는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을 향해 ‘그때 우리가 정말로 꿈꾸었던 것’을 바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중에게 선사하기 이전에 ‘비틀 동지’ 존과 조지 두 사람의 영전 앞에 놓는 늦깎이 선물이라고 할까.

앨범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흩어졌던 네 사람이 비로소 다시 처음 만난 시절로 돌아가 못다 이룬 우정을 완성하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폴 매카트니의 감회. “비틀스의 진정성은 ‘위대한 작은 밴드’였다는데 있다. 그것이 『Let It Be』 테이프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또한 중요한 것이다!” 그가 표현하고 있는 ‘위대한 작은 밴드’란 말할 것도 없이 50년대 말 어린 시절, 오로지 음악으로 즐거웠고 그것에만 매진하며 쌓았던 우정의 결집체를 가리킨다. 친구 둘을 먼저 보낸 그와 링고는 그리하여 이번 앨범에 비틀스 캐리어의 마지막 정리라는 의미도 이입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순수하면서 또한 숭고하다.

비틀스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축복의 선물이다. 비틀스 앨범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비틀스의 최후 실체를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마치 69년 1월의 그들 리허설에 자신도 직접 참여해 참관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 해산 후 33년 세월의 벽이 절로 허물어지며 멋진 4인(Fab Four)이 우리 곁에 아직도 있는, 아니 우리한테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살아있는 전설이요, 전설의 용트림이다. 오리지널 음악의 회복이 아니라, 오리지널 비틀스의 재림이다. 비틀스는 결코 죽지 않는다.

[글 : 임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