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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 Camilo & Tomatito - Spain Again

완벽한 테크닉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명반 [Spain] 이후 깊이와 서정성을 더해 6년만에 다시 만난 피아노와 플라멩코 기타의 화려한 듀오 [Spain Again]

두 거장의 만남을 표현할 때 흔히 ‘랑데부’란 말을 하곤 한다. 즉흥연주를 특징으로 하는 재즈의 경우 잼을 펼치는 경우가 많고 그리하여 이런 랑데부의 상황이 종종 연출이 된다. 2000년 발매되었던 앨범 중에서 가장 눈에 띤 랑데부는 바로 미셀 카밀로와 토마티토의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재즈와 플라멩코라는 각기 다른 음악적 기반에서 거장의 반열에 오는 두 뮤지션이 음악적 환경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의기투합하였으니 아름답지 않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화려한 연주로 라틴 재즈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미셀 카밀로나, 파코 드 루치아 이래 가장 주목 받은 플라멩코 기타리스트라 평가받는 토마티토 모두 라틴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에 장르적 차이가 크나큰 장애물이 되지는 않았다. 이들의 아름다운 랑데부가 소개된 후 전세계는 두 명의 뮤지션이 펼쳐내는 놀랍도록 황홀한 음악 세계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두 대의 악기만으로 펼쳐낸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사실 이 둘의 만남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플라멩코 기타 그룹 ‘Ketama’의 레코디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한 미셀 카밀로가 그 곳에서 토마티토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 날 이후 둘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러다 1997년 바로셀로나 재즈 페스티발측의 요청으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페인의 대표적인 재즈 뮤지션 테테 몬톨리우를 기리기 위해 듀오로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역사적인 첫 듀오 연주였다. 그 후 1999년까지 40회가 넘는 연주를 갖으면서 둘은 자연스레 앨범작업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2000년 앨범이 발매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6년이 지났다.

재즈와 플라멩코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미셀 카밀로와 토마티토의 앨범이 발표된 지 6년만에 그들의 두번째 작품 이 발매되었다. 이번 앨범 역시 재즈 페스티발이 계기가 되었다. 2005년 노스 씨 페스티발 집행위원회에서 미셀 카밀로와 토마티토의 둘의 듀오 연주를 강력히 요청하였고 결국 둘은 오랜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의기 투합하여 새 앨범을 제작하게 되었다. 사실 이번 앨범은 전작과 다른 색다를 변화를 시도했다기보다는 앨범 타이틀에서 암시하듯 다시 한번 전작의 전체적인 구성을 쫓아가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오로지 피아노와 기타만 참여한 순수한 듀엣 구성이며 재즈 및 라틴 스탠다드, 자신들의 오리지널, 그리고 라틴 계열의 뮤지션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봤을 때 가장 큰 차이는 8곡이 수록되었던 전작과는 달리 새 앨범에서는 11곡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인데 그 중에 피아졸라의 작품이 무려 3곡이나 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두 작품 사이의 진정한 차이는 6년이란 시간 동안 두 뮤지션이 겪었을 다양한 음악적 경험에서 깨달은 내적 성장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연륜이 쌓임이 무조건적으로 연주력의 성장을 의미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음악계에서 활동하던 두 뮤지션이 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그 이후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음악세계가 더욱 풍족해지지 않았을까 추측할 따름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예상은 피아졸라의 작품을 재해석하는 그들의 연주를 통해 확신으로 굳혀졌다. 피아졸라의 작품들은 대개 셉텟 구성 – 반도네온, 피아노, 기타, 바이올린, 베이스, 드럼으로 연주하곤 한다. 그런데 이를 기타와 피아노의 듀엣으로 바꿨을 때 과연 우리에게 친숙한 피아졸라의 탱고 맛이 전달해질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 질문에 미셀 카밀로와 토마티토는 웃음을 머금은 연주로 직접 입증해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담은 피아졸라 세 작품 ‘Libertango ‘Fuga Y Misterio’ ‘Adios Nonino’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그의 대표곡들이기에 곡들의 다양한 변화가 긴장감 그리고 반도네온, 기타, 바이올린 등의 악기별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에서도 널리 활용한 대위법과 유니즌 플레이를 이번 앨범에도 적용하고 있는데 피아졸라 작품의 연주를 보면 전보다 더욱 발전된, 선명하고 아름다운 하모니 그리고 깊은 서정성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Libertango’의 경우 기타와 피아노의 유니즌 플레이에 이어 기타와 피아노가 각기 멜로디 파트와 리듬 파트 역할을 번갈아 맡으면서 리듬적 긴장감 그리고 열정 속의 우수 등 탱고의 정수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런가 하면 대위법에 근거하여 작곡한 ‘Fuga Y Misterio’의 경우 기타와 피아노를 통해 독립적 선율을 또렷하여 부각시키다 각기 서정적인 솔로로 연주를 마무리하는 매력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에 담긴 미셀 카밀로와 토마미토의 가장 큰 성과는 바로 ‘Adios Nonino’라 할 수 있다. 생전에 피아졸라 자신도 쿼텟에서부터 오케스트라 협연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연주하였던 이 작품은 피아졸라의 아버지 ‘노니노’가 세상을 떠난 직후 작곡한 곡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다양하고 급변한 변화 그리고 거대한 스케일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셀 카밀로와 토마티토는 기타와 피아노 모두 리듬과 멜로디를 동시에 연주할 수 있는 악기란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질 만큼 4개의 손, 6개의 스트링, 그리고 8 옥타브의 건반을 이용하여 피아졸라가 창조했던 원곡을 조금의 빈약함도 느낄 수 없을 만큼 풍부하고 알찬 듀오 편성으로 바꿔 놓는데 성공하였다. 당연히 두 뮤지션의 화려한 테크닉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테크닉 자체에서 멈추지 않고 작품 특유의 과거에 대한 아련한 회상, 슬픔 그리고 애도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긴박감이 넘치는 기타와 피아노의 유니즌 플레이의 뒤를 이어 나오는 마치 눈물을 머금은 듯 구슬프게 공간에 울려 퍼지는 미셀 카밀로의 피아노 연주는 결고 듣지 않고서는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없을 것이다.
피아졸라의 작품 이외에도 재즈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을 만한 칙 코리아의 ‘La Fiesta’는 이번 앨범의 비장의 카드라 할 수 있다. 미셀 카밀로와 토마티토의 초인적인 플레이가 극에 달한 작품으로 ‘Libertango’와 비슷한 포맷으로 전개되지만 각자의 솔로에 대한 비중이 더욱 커졌다. 특히 플라멩코 기타 주법과 라틴 풍의 멜로디의 조합은 애초 칙 코리아가 이들의 연주를 염두에 두고 작곡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이상적인 하모니를 보이고 있다. 마치 칙 코리아와 파코 드 루치아가 만나면 이런 사운드가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적다 보니 앨범에 대한 칭찬이 너무 많은 듯한데 중요한 건 백 마디 말보다 한번 직접 들어보는 게 낫다는 점이다. 선택은 바로 듣는 이의 몫이니…

(재즈 평론가 김충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