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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왈로우 (Swallow) - 2집 / Ar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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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의 산책 - 스왈로우 2번째 앨범 [Aresco]
1.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 이기용의 솔로 프로젝트 스왈로우
'인디 음악의 존재 이유' '한국 싱어 송 라이터 역사의 계승' '현존하는 최고의 작사가' 등 극찬에 가까운 평가를 받으며 지난 3월 제 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이기용. 낯선 이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디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허클베리핀이라는 이름은 친숙할 것이다. 그리고 허클베리핀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밴드의 리더, 이기용이 지난 해 "개인적인 음악을 해보고 싶어서"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 앨범을 냈다는 사실도 기억할 것이다. 또한 알 것이다. 허클베리핀과 스왈로우의 음악을 모두 들어본 사람이라면 두 팀의 음반 모두 '2004년의 음반'으로 꼽는데 손색이 없었음을. 일 년에 한 장도 힘든 양질의 앨범을 두 장씩이나 발표한 이기용의 힘은 제2회 대중음악상에서 당초 시상 부문에도 없었던 특별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좋은 노래와 가사, 확실한 음악적 정체성, 폐부를 파고 드는 쓸쓸한 서정과 감성. 그게 바로 이기용의 힘이었다. 지난 해 1월 이후 22개월 만에 스왈로우의 두 번째 앨범 가 찾아왔다. 이제 막 공장에서 출시된 CD의 온도처럼 따뜻한 음악을 가득 채워.
2. 기억과 추억의 경계에서 부르는 이름,
만약 당신이 이 앨범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아마도 그것은 에 담겨 있던 음악적 안식처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안식을 통해 우리는 외로움을 달래고 소외감을 이겨낼 수 있었다. 외로움과 소외에서 벗어났으니 이제 온기가 필요하다. 차가워지기 시작한 손을 단숨에 달랠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을 때가 됐다. 이기용은 말한다. "내가 그동안 만든 앨범 중 가장 따뜻하다. 이런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이기용의 마음과 청자의 바램이 에서 만난다.
생경한 발음과 스펠링이 가져다주는 생경한 이미지, 이것이 이기용이 염두에 두고 있던 스왈로우의 두 번 째 앨범 제목이었다. 어느 날 문득 그의 머리 속에서 aresco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영어 사전을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 단어였다. 발음과 스펠링 모두 그의 마음에 들었다. 1집에 이어 이기용과 함께 스왈로우의 음악을 이끌고 있는 임지영(바이올린)도 이 단어가 스왈로우와 잘 어울린다며 환영했다. aresco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였다.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이 단어가 고대 성경을 편찬하는 언어인 헬라어라는 걸 알았다. aresco의 뜻은 '기쁘게 하라'였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사람은 이기용이었다. 그는 를 홈 레코딩으로 제작하면서 그동안 스스로의 약점으로 생각하고 있던 사운드 통솔력까지 얻게 됐다. 머리 속에 있던 소리들을 자신의 손으로 구체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는 산지 직송으로 배달된 과일과 같다. 중간 유통 과정에서 생겼을지 모를 일체의 흠집도 없이, 생산자의 마음 그대로가 담겨있는.
스왈로우의 두 번째 앨범 의 기본적인 테마는 추억이다. 앨범에 담겨있는 아홉곡의 노래(여기에 한대수 선생이 피처링한 보너스 트랙을 합하면 10곡)는 추억이라는 이름이 짓고 있는 아홉 개의 표정에 다름 아니다. 추억이란 언제나 떠오를 수 있기에 소중하고 불시에 찾아오기에 아련하다. 때로는 설레고 때로는 아리다.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순간이 있고 괜히 발걸음을 멈추게 될 때가 있다. 그게 추억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음악들이 추억을 노래한다. 덧붙인다. 의 추억은 단순한 회귀 본능이 아니다. 현실로부터의 도피도 아니다. 머릿속에만 머무는 환타지도 아니다. 10년이 지난 일기장 한 귀퉁이에, 책상 한 구석 빛바랜 포스트 잇에 기록으로 머물고 있는 사실과 상상이 부르는 추억이다. 기록은 기억이 되고 기억이 지나간 자리에는 추억이 남는다. 의 어떤 노래를 듣던지 당신은 번잡한 일상에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게 될 것이다. 잠시 생각하기 위해서, 잠시 뒤를 바라보기 위해서. 좋았던 나빴던 이제는 아련하게 남아있는 그 추억에 0.2도 정도의 체온이 오른다. 의 나지막하고, 소박하며, 명징한 멜로디가 사색의 우물에서 길어올린 노랫말을 머금어 말라버린 우리의 현재에 뿌린다. 훈훈한 이불속에서 바라보는 차디찬 바깥 풍경의 상념들은 음악이 된다. 그리고, 음악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 기억과 추억의 경계에서. 돌아오리라 믿는 메아리를 그리며.
-이기용이 간략히 설명하는 swallow 2집 Are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