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든 (Wooden) - 황인규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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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en (우든) [ 황인규 단편집 ]
Wooden (우든) 은 황인규를 중심으로 제한되지 않은 수의 멤버들이 함께 하는
그룹이다.
모든 것을 소진하고 돌아온 새벽의 작업실.
악보들과 더블베이스를 미쳐 제자리에 두지 못 하고 함께 바닥에 그대로 앉아 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소리의 잔향이 귀에서 가라앉을 무렵, 집으로 돌아가려 주섬주섬 짐을 챙기다 오랜만에 발견한 음반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잠시 듣고 가려던 것이 다음날 아침이 되었고, 그렇게 한동안 내 책장에 꽂혀있던 음악들로 하루하루를 채우고 있었다.
다시 반복된 새벽의 작업실. 이번엔 내가 묵혀둔 작업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수년전 악보 위에 음표 대신 짧게 써놓은 글들부터 근래에 쓰다 멈춘 작업물까지 모아보니 나는 참 많은 일을 겪고 몽매한 생각에 발이 묶인 적도 있으며, 혼자 보기에도 민망한 얘기들에 울고 허무맹랑한 상상들로 웃기도 많이 했나 보다.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다르게 보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난 후, 꺼내본 나의 시간에는
늘 “삶” “길” “위로” “편지” “마음” 그리고 “집”에 대한 이야기 있었다.
그렇게 Wooden (우든) 의 첫 번째 앨범은 하나의 주제 아래, 두 가지의 다른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황인규 단편집” 으로 묶이게 된다.
01. LIFE (삶)
삶은 탄생부터 죽음의 직전까지 만을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탄생은 기쁘고 죽음은 슬프다 로 나의 생각을 단정 짓게 하였다. 그러나 많은 탄생과 죽음을 맞이하며 그것에 익숙해질수록 시작과 끝이 아닌 하나의 연결임을 믿게 한다.
우리가 잠을 깨고 다시 잠이 들어 내일 또다시 잠을 깨듯이.
별은 꽃이 되고 꽃은 다시 별이 되듯이.
A. a Star a Flower
별은 꽃이 되어 세상에 온다.
마치 나를 알고 있었다는 듯, 또렷이 나의 눈을 바라보는 갓 태어난 아이에게 첫 인사를 건넨다.
비단 어떤 삶의 노래를 부르게 될지는 말해줄 수 없지만, 어떠한 노래라도 나는 그 노래들을 함께 불러 줄 것 이라고.
B. a Flower a Star (feat. Huie)
꽃은 시간이 되면 별이 되어 돌아간다.
늘 곁에 있길 바라는 존재가 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던 그 날 새벽, 별에서 내리는 눈이 꽃처럼 얼굴을 덮었다.
02. ROAD (길)
우리는 언제나 길 위에 있다.
태어나서 삶을 마감 하는 것부터, 아침에 눈을 떠서 하루를 마무리 하는 순간까지 우리는 늘 길 위에 있다.
우리는 수없이 생각하고 선택한다.
그 위에서 울고 웃고 그리워하며 또한 그 위에서 나를 본다.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길 위에 있다.
A. Night Light
길. 당신에게 가는 길
내가 걸어온 하루의 지친 길
이제 당신의 온기로 잠이 들러 가는 길
B. The Sun and the Moon (feat. 송보람)
생각의 끝을 따라 길을 걷는다.
걷고 또 걷다 보니 왜 걷고 있는가 시간을 돌린다.
그것은 새로운 이유가 되어 다시 발을 내딛게 한다.
더 이상 어디인지,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잊게 될 무렵,
마침내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 시간에는 해와 달이 같은 하늘에 떠있었다.
03. CONSOLATION (위로)
빛이 없는 깊은 바다 아래.
나보다 큰 돌을 어깨에 얹고 숨을 참은 채로, 물살의 반대 방향으로 걷는 꿈을 꾼다. 힘겹게 꿈에서 깨어나 보내는 하루는 꿈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또다시 숨을 크게 들이 마신 채 잠을 청하고, 아침에 일어나 바다로 들어가는 문을 연다.
그것은 온전히 때론 따뜻하게, 때론 냉철하게 들려주는 사람들의 위로 때문이다.
위로는 그렇게 어두운 바다 속 나를 안심시키는 손짓이 된다.
A. She said
폭우. 앞이 보이지 않는 이 비는 더 이상 걷지 못 하는 나의 절망이다.
더 이상 움직이지 못 한 채로 주저앉아 있는 지붕 아래.
어린 여자 아이 하나가 폭우 속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내게 말을 건다.
“아저씨. 아저씨는 무엇 때문에 이리도 슬퍼하고 있나요?“
“아이야, 이 빗속에서 뭘 하고 있니?”
아이는 대답대신 얘기를 이어나간다.
“아저씨. 아저씨가 생각하는 인생 최악의 슬픔은 오늘이 아니에요. 진짜 큰 슬픔은 아직 오지도 않았으니 마치 세상을 잃은 것처럼 그렇게 슬퍼할 필요가 없어요.”
다시 아이에게 묻는다.
“그러면 너는 왜 이리 슬프게 빗속에 있니?”
“에이. 슬퍼하다니요. 더 큰 슬픈 일도 많이 남았고, 행복도 이만한 크기로 올 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나는 지금 춤을 추고 있는 걸요.”
그랬구나. 나는 그냥 삶의 빗속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일 뿐이다.
빗속에 눈을 잘 뜨지도 못 하는 아이가 손을 내민다.
같이 춤을 추자고,
그렇게 위로를 건네며 그리고 그 아이가 말했다.
B. Here and Now
오늘을 살아야 한다.
어제의 기억이 나를 젖게 하지 말고,
내일의 걱정이 눈을 가리지 못 하게 해야 한다.
지나간 후회나 영광은 그저 잔상일 뿐이고
망설임과 걱정으로 가득한 내일은 그저 일어나지 않은 환영일 뿐이다.
지금 서 있는 여기, 숨을 쉬고 있는 지금
우리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04. THE LETTER (편지)
나의 편지는 읽게 될 당신의 표정으로 써지고, 내게 온 편지는 당신의 목소리로 읽힌다.
그렇게 많은 감정을 담은 편지는 바다를 날아 너와 내게 간다.
A. Dear (행복하여라) (feat. 박민아)
사람이 북적이는 시내 한복판.
길 건너 사람들과 어울려 “한없이 행복한” 당신을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던 것도 잠시, 길을 건너려다 이내 발을 멈춘다.
오랜 시간 처절하게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을 당신에게 행여 나는 그 속 잔재가 아닐까.
그 동안 싸여있는 어둠을 대신한 사람들 속 당신을 바라보며 나는 발을 돌린다.
“행복하여라.마치 소나기가 퍼부은 다음날 아침의 하늘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어느 날 반짝이는 바다 같이,
지금처럼 그렇게 행복하여라.”
B. The First Seven Letters
내일 저녁이면 기억이 잘 나지 않을 평범한 아침,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안에는 발신인도, 내용도 없이 나를 부르는 일곱 글자 뿐 이다.
하지만 나는 그 편지에서 많은 것들을 읽는다.
05. HEART (마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마음을 저 아래에 가라앉혀놓고 때와 장소, 사람들에 맞춰 나를 보이는 것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점점 그것을 다시 꺼내 올리는 것은 혼란스럽고 두려운 일이 된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저 아래, 그대로 언제나 나를 기다릴 뿐, 사라지지 않는다.
A. Watercolour (feat. 김나원)
어느 순간, 저녁 시간이라는 기억이 지워졌다.
노을이 지면 하나둘씩 집들이 눈을 뜨고, 돌아오는 가족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시작되던 시간.
담벼락에 몸을 거꾸로 뒤집어 그런 집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누군가 노을 위에 움직이는 수채화를 그리는 듯한 묘한 느낌이 좋았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문득 저녁 식사 대신 일을 하러 가는 길에 보인 집들과 아이들의 소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어린 나를 깨우기에 충분했다.
나는 오랜만에 물구나무서기를 했다.
B. Hymn
그대와 나는 태어나고, “우리”는 만들어지는 것.
06. HOME (집)
다른 내가 나를 덮었던 하루, 잘 걸어놓았던 나를 입고 몸을 누이는 곳
아무렇지 않은 얘기들로 다 같이 앉아 서로를 안아주는 곳.
A. 품 (feat. 박민아)
반짝이는 불빛 대신 은은한 조명이 있는 작은 방.
세상에 비해 한없이 작고 초라할지라도
나를 가장 크게 팔 벌려 품에 안아주는 곳.
B. Today (feat. Huie)
여느 밤.
퇴근 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내 앞에 마주 앉은 당신이 내게 묻는다.
“오늘 하루 어땠어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늘 같은 날 이었다 대답하려고 당신과 눈을 맞추다
나도 알 수 없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불이 꺼진 거실.
가만히 앉아 왜 눈물이 났는지 고민 해보지만 이유 대신 내가 집에 와있다는 사실만을 깨닫는다.
갑작스러운 눈물에도 어떠한 이유나 위로 대신 그저 가만히 나를 한번 안아주는 곳.
집은 공간인 동시에 가족을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다시 다음 날.
집에 들어가며 인사한다.
“다녀왔습니다.”
당신이 미소지으며 내게 말한다.
“어서 와요.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Executive Producer : Sharp Eleven Records
Producer : Wooden
All Music, Lyrics & Arrangement : 황인규
Co-Lyrics : 김수희 (Track 09)
Co-Arrangement : 최경식 (Track 01)
휴이 (Track 02, 12)
송보람 (Track 04)
박민아 (Track 07, 11)
김나원 (Track 09)
Vocal : 황인규 (Track 01, 05, 06, 10) 휴이 (Track 02, 12)
송보람 (Track 04) 박민아 (Track 07, 11)
김나원 (Track 09)
Chorus : 조이준 (Track 06)
휴이 박민아 김나원 (Track 10)
Piano : 황인규 최경식 (Track 01)
Double Bass : 황인규
Drums : 김윤태 (Track 09, 10, 11, 12)Strings :
1st Violin : 송정민
2nd Violin : 정민지 (Track 01, 02, 03, 04, 05, 06, 07, 08)
강호선 (Track 09, 10, 11, 12)
Viola : 최창원 (Track 01, 02, 03, 04)
이상민 (Track 05, 06, 07, 08)
이수아 (Track 09, 10, 11, 12)
Cello : 정지은 (Track 01, 02, 03, 04, 05, 06, 07, 08)
조옥근 (Track 09, 10, 11, 12)
Voices (Track 01) :
이정혜
황헤리
이라은
Recordings :
박문수 at LoudBell Studio
오진화 at Project Studio 애월
이건민 at GBRO Studio with an assistant Engineer 서예원
황인규 at the Studio on the Rooftop
Mixing & Mastering : 박문수 at LoudBell Studio
Album Art Work : 이선혜
Original Drawing : 이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