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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 - 아침이슬 50년, 김민기에 헌정하다 (2CD)

‘김민기, 아침이슬 50년’ 헌정 음반에 부쳐



2016년 겨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아침이슬’을 합창하던 광경을 기억한다. 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장면은 소름끼치도록 감동적이었다. 그보다 근 30년 전인 1987년 6월 광장의 시민들도, 그보다 더 전인 1980년 5월의 봄 서울역 광장에 모인 대학생들도 ‘아침이슬’을 불렀다. 지난 수십 년간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곧 불의한 권력에 저항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사람들은 누구든 뜻을 나누며 연대할 수 있는 동지로 여겨졌다. ’아침이슬‘은 한국 현대사의 온갖 격랑 속에 함께 하며 고스란히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

단지 ‘아침이슬’만이 아니다. 1971년에 나온 김민기의 첫 음반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이른바 ‘전설’이란 명칭에 값하는 많지 않은 음반 가운데 하나다. 그 전설은, 이 음반이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량 압수 수거되고 김민기 자신이오랫동안 정치적 박해와 금지의 사슬에 묶인 채 살아야 했다는 사실에 기인한 바 크지만 이 음반의 가치는 단지 그런 음악 외적 요인에만 있지 않다. 이 음반은 당시까지 번안 수준에 머물렀던 한국의 통기타 포크 음악이 한국 젊은이들의 정신과 감성을 표현하는 음악 양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음반이고, 스스로 작사 작곡하고 노래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시대의 도래를 알린 음반이며, 대중가요가 깊은 사색과 시대의 고민을 담는 예술적 산물일 수 있음을 보여준 음반이기도 했다.

첫 음반이 권력에 의해 강제 퇴출된 후에도 그는 꾸준히 노래를 만들었다. 다른 가수들에 의해 발표된 노래들도 있었지만 검열에 걸려 발표될 수 없었던 노래들도 많았다. 1970년대 후반에는 아예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야 했다. 1978년 노동자의 삶과 현실을 정면으로 그려낸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비합법 카세트테이프로 내놓으면서 그는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떳떳이 밝힐 수 있었다. 그의 노래들은 대학생과 노동자 등 당대의 저항적 청년세대에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전혀 새로운 음악문화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런 까닭에 김민기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저항문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저항’의 자장 안에 가두는 건 결코 온당한 평가라 할 수 없다. 그는 포크에서 록, 민요, 동요, 구전가요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적 자원을 아우르면서 한국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을 획기적으로 넓혀주었고, 한국어의 의미와

어감을 깊게 고민하면서 동시대인들의 정서를 담아낸 노래말을 쓰고 우리말에 내재한 선율과 가락을 정확히 포착하여 가장 적절하고 아름다운 음악적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는 그가 1990년대 이후 천착해 온 뮤지컬 작업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창작 뮤지컬은 물론이고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한 많은 뮤지컬들이 외국 작품의 번안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노래말과 선율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건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이를 음악적으로 담아내고자 치밀하게 노력하는 예술적 집요함 때문이다. 바로 그런 예술가적 고집과 태도야말로 수많은 후배 음악인들이 그를 존경하고 상찬하는 까닭이다.

이 음반은 50년 동안 지속된 김민기의 예술적 여정에 대한 후배들의 존경을 담은 것이다.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김민기의 노래들은 그의 음악이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치열한 현재성의 의미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노래는 가장 강력한 기억의 매체다. 노래를 잊는 순간 우리는 그 노래가 담고 있는 역사를 잃는다. 역사는 늘 새롭게 소환될 때 비로소 현재의 역사가 된다. 이 앨범이 그렇게 끊임없이 새

롭게 소환되는 역사의 현재성을 증거해 줄 것이라 믿는다. 기꺼이 참여해 준 음악인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은 분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나서 준 경기문화재단의 관계자들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한다.


김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