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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rokes - First Impressions Of Earth
First Impressions Of Earth

지금까지와는 달리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Emotional’한 스트록스를 만날 수 있다.

스트록스의 컴백 싱글 를 처음 들었을 때의 인상은 '이제 스트록스도 완연한 프로의 사운드를 내는구나'라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스트록스가 발표했던 두 장의 앨범은 모두 뛰어난 것이지만 어딘지 아마추어의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이 때의 아마추어란 미숙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팬들이 듣고 싶은 음악보다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몇 가지 공식에 의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차트용 음악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분출된 에너지로 만들어진 음악은 어쩔 수 없이 아마추어적인 면을 지니게 된다. 음악을 듣다보면 '이 부분을 조금 이렇게 고치면 팬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나게 하는 것이다. 음악은 상품이 아니기에 일어나는 일이고 음악에서 드러나는 '타협 없는 아마추어리즘'은 히트곡 제조가 아닌 예술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스트록스의 데뷔 앨범 「Is This It」은 그런 타협 없는 아마추어리즘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들의 컴백 싱글은 조금 느낌이 달라졌다. 헤비하게 휘몰아치는 베이스라인, 줄리언의 포효하는 보컬을 들을 수 있는 를 처음 듣고서는 이제 이들이 자신들의 음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염두에 두고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 것이다. 누구도 스트록스가 이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곡으로 컴백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물론 후렴구에서는 기존의 달콤한 스트록스풍의 멜로디 라인이 펼쳐지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음악과 비교해서 보다 헤비해지고 단단해진 음악에 놀랐다. "우리가 이런 음악을 만들어낼줄 짐작도 못했지?"하고 말하는 듯한 느낌도 있다. 지금은 2000년대의 클래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평가받는 데뷔 앨범 「Is This It」에 이어서 2003년 발표한 야심작「Room On Fire」가 생각만큼의 호응을 얻지 못했던 탓일까? 아니면 스트록스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다른 길을 찾아내려고 한 것일까? "지구에 대한 첫인상"이라는 타이틀에서 드러나는 관조적인 시점도 이들이 이전과는 달리 사고하고 있음을 암시해주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새 앨범 「First Impressions of Earth」를 들어보았다.

2000년대 데뷔한 밴드 가운데 가장 호들갑스럽게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던 밴드라면 역시 스트록스를 가장 최상위에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줄리언 카사블랑카스(Julian Casablancas, 보컬, 기타), 알버트 해몬드 주니어(Albert Hammond Jr., 기타), 닉 발렌시(Nick Valensi. 기타), 니콜라이 프레이처(Nikolai Fraiture, 베이스), 파브리지오 모레티(Fabrizio Moretti, 드럼)로 이루어진 이들 5인조 밴드에게는 아직까지도 '미디어 하이프(Media Hype)'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있다. 그러나 「Is This It」이나 「Room On Fire」를 제대로 들어본 사람이라면 스트록스는 '사기, 과대포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앨범은 정말 호들갑스럽게 칭찬할만한 음악을 담고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한 호들갑이 유행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되고 있다. 특히 이들의 데뷔 앨범은 벌써 클래식의 반열에 올랐다. 「Is This It」는 2000년대에 발표된 록앨범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들의 음악을 '있는 집 자식들의 한량 짓, 호사스러운 취미 생활'정도로 폄하하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인디록의 수호자로 알려진 피치포크 미디어(Pitchforkmedia.com)처럼 배경 따지지 않는 미디어조차 스트록스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자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들의 음악이 결코 배경과 이슈거리로 치부될 수 있는 수준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하다.

이들의 데뷔 앨범이 한창 인기를 끌 무렵, 스트록스는 "거라지 리바이벌(Garage Revival)"의 중심에 서 있었다. 물론 자의와는 무관한 세간의 분류였지만. 요즘은 당시와는 달리 "거라지 리바이벌(Garage Revival)"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요즘 미디어에서는 복잡한 배경을 가진 밴드들의 음악을 일컬어 "뉴 록(New Rock)"이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을 붙여준 모양인데 개인적으로 스트록스의 이번 앨범에도 "뉴 록(New Rock)"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줘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First Impressions of Earth」에서는 익숙하지만 전혀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처럼 '순수한 팝송'을 만들고 싶다던 줄리언의 바램대로 의 첫 인상과는 달리 이번 앨범도 팝송으로 가득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 팝송들이 경쾌한 발걸음을 보이다가도 때로는 늘어지기도 하고(런닝타임이 길어졌다) 무거워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떤 트랙은 프로의 작품처럼 들리지만 다른 트랙은 여전히 긍정적인 의미에서 아마추어의 작품으로 남아 있다. 전작들과는 다른 음악을 들려주면서도 그 수법과 정서는 한층 노련해진 느낌이다.

음반을 들어보자. 예의 스트록스다운 재기 넘치는 리프와 멜로디로 앨범을 시작하는 , 앨범 가운데 가장 순수한 팝송이라고 할 수 있는 곡으로 배리 매닐로우(Barry Manilow)의 히트곡 와 유사한 멜로디의 후렴구를 들려주는 , 그루브감 넘치는 베이스 라인으로 시작하여 무심한 듯 펼쳐지는 리프와 나른한 후렴구가 귀를 잡아끄는 , 애수 어린 멜로디로 풀어내는 스트록스다운 록큰롤 , 스트록스가 커버하는 벨 앤 세바스천(Belle & Sebastian)같은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트랙 등에서는 익숙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생경하지만 멋진 싱글인 를 조금 놀란 팬이 있다면 이들 트랙을 들으면서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앨범을 들으면서 마음으로 즐기게 되는, 그리고 감탄하게 되는 트랙은 '익숙한 스트록스'가 아닌 '달라진 스트록스'가 연주하는 음악이다. 스트록스에게는 좀처럼 듣기 힘든 서사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곡으로 90년대의 얼터너티브 시대로 되돌아간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 줄리언의 보컬도 알버트의 기타도 모두 70년대로 되돌아간듯한 고전적인 발라드로 시작하여 점차 고조되어가는 템포로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15 Minutes>, 지금까지 들었던 가장 음습한 사운드이지만 한편으로는 변화무쌍한 구성이 스트록스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음악으로 멜로트론과 스트링만을 배경으로 이기 팝처럼 낮게 읊조리는 줄리언의 보컬이 전혀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등 언급하자면 모두 열거해야 할 만큼 이 앨범은 신선하고 매력적인 트랙으로 가득하다. 특히 이들 곡에는 기존 스트록스 음악에서 쉽게 찾아지던 재기발랄, 흥분, 유쾌함에서 나아가 깊은 감정을 추스림을 느낄 수 있어서 이들이 정서적으로도 성숙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First Impressions of Earth」이 이전 앨범들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긴장감이 넘친다는 것이다. 좋은 의미에서 이전 앨범들은 "내 갈 길을 가련다" 스타일의 여유가 넘치는 앨범이었다면 「First Impressions of Earth」는 "조심스럽게 이 길도 걸어본다"는 식의 긴장감이 있다. 이 긴장감은 록이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 시대, 록밴드가 예전처럼 추앙 받지 못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밴드의 고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앨범의 몇몇 트랙에서는 다분히 성공한 선배들이나 인기를 얻고 있는 동시대의 밴드 사운드가 연상되는 것도 그런 긴장에서 비롯된 고민의 산물일 것이다. 적당한 긴장감 덕분에 스트록스는 「First Impressions of Earth」에서 새로운 길을 펼쳐 보일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스트록스는 이전과 같은 쿨한 태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긴장과 초조는 쿨한 태도와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팬들은 여전히 쿨한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쿨한 태도를 고집했더라면 음악은 진부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현명하게도 스트록스는 쿨한 태도보다는 쿨한 음악을 선택했다.

이 앨범을 전해주던 음반사 담당자도 그랬고, 해외의 많은 팬들도 반드시 당부하는 말이 있다. 여러 번 들어보라는 것이다. 처음 들었을 때와 반복해서 들었을 때의 느낌은 굉장히 다르다. 처음 들었을 때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다시 들을 때마다 새롭게 발견되는 무언가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음악적인 장치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로 말미암아 도달하게 되는 곳은 풍부한 감성의 세계이다. 지금까지 스트록스를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단어는 'cool'이었다. 더 이상 적당한 단어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cool' 보다는 'emotional'이 더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준다. 그들은 확실히 변한 것이다.

「First Impressions of Earth」 발매와 더불어 매번 그렇듯 월드 투어 강행군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리고 아주 당연한 듯이 투어에서 대한민국은 빠져있다. 음악을 들어보아도, 그리고 해외의 공연평을 읽어보아도 스트록스는 음반도 음반이지만 공연을 보아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밴드인 것이 확실하다. 어서 서울에서도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