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정규앨범
[Nobody Is Listening]
2021년 세 번째 솔로 작품 [Nobody Is Listening]을 선보이는 제인. 그간 스타 프로듀서의 라인업에 비해 파격적으로 프로듀서 그룹과 본진을 꾸린 그는 빅 라우드 퍼블리싱 (Big Loud Publishing)에 소속된 어니스트 키스 스미스 (Ernest Keith Smith)의 이름이 낯설다. 또한 데이비드 해리스 (David Harris)와 제이콥 듀렛 (Jacob Durrett) 등의 프로듀서 라인업을 선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보의 전체 기조는 그간 솔로 레퍼토리에서 유지해온 퓨쳐 알앤비, 피비알앤비 골격의 성격이 강하다. 2020년 10월 선보인 리드 싱글 ‘Better’는 힘을 잔뜩 뺀 기타 백 그라운드에 반복적인 비트로 단순한 구조를 이룬다. 연인과의 갈등이 노래의 주제로 호소력을 더한 그의 목소리의 잔향이 짙다. 틴 팝의 글로벌 아이콘 이미지를 벗으려 꾸준하게 자신만의 음악성을 다져온 보컬리스트 제인 말리크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준수한 트랙이다.
새해 1월 8일 두 번째로 공개된 ‘Vibez’는 둔탁한 비트에 속도감이 느껴지는 선율이 매력을 더한다. 첫 싱글 못지않은 제인의 보컬이 가진 매력이 담겼다. 반복되는 루프 (Loop)와 멜로디 사이에 들려오는 제인의 스캣 (Scat)도 감상 포인트. 순간순간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알앤비의 아이콘 어셔 (Usher)와 크리스 브라운 (Chris Brown)의 기운이 감지되는 트랙이다.
이번 작품은 특히 제인이 가진 보컬리스트로서의 힘이 강렬하게 전달된다. 이런 특징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트랙은 어쿠스틱 기타와 호흡을 이루며 멋진 팔세토를 선보이는 ‘Outside’와 이와 비슷한 구성을 갖춘 ‘Connextion’, 선 굵은 베이스 연주를 부각해 그루브감을 강조한 ‘Unfuckwitable’이다. 그리고 일렉 기타 생톤 연주와 그의 목소리만으로 공간을 가득 채운 마지막 트랙인 ‘River road’은 이런 운용의 진가를 더한다. 악기의 레이어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스트링 라인과 목소리를 주력으로 곡 전체를 메운다. 잔잔한 백 그라운드에 강렬한 진성과 가녀린 가성을 오가는 목소리의 마력은 특정 장르에 한정되지 않는 비범함을 확인시켜준다.
제인은 신보 발매에 앞서 ‘이번 세 번째 작품을 위해 모든 창작력을 발휘하려 노력했다“라고 밝히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9월에 여자 친구인 지지 하디드 (Gigi Hadid)와의 첫 딸 출산일인 9월 맞춰 ‘Better’를 발매하며 경사를 스스로 자축했다. [Nobody Is Listening]은 전에 없던 완숙미가 느껴진다. 아무래도 이유는 이제는 아버지가 되어 하나의 가족을 이룬 그의 안정감에서 오는 것일 테다. 이전 작품들처럼 화려한 편곡이나 프로듀서와 피처링 군단을 스타들로 치장하지는 않았다. 그의 의도대로 온전한 제인만의 담담한 감성의 곡들로 작품 전체가 꾸려져 편안하고 쉽게 질리지 않는, 오래 듣기 좋은 구성이 되었다. 멋진 전략이 반영된 수작이다. 이처럼 두고두고 꺼내 들어 즐기기 좋은 음악, 그보다 멋진 음악이 있을까.
뮤직비디오
Better
https://youtu.be/NAo38Q9c4xA
Vibez
https://youtu.be/VSpgaN3wu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