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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희 - 2집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

소리와 이야기로 그린 정물화


조동희의 2번째 앨범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는 한 가족이 걸어온 길의 집대성이자, 한국 대중음악의 잊지못할 발자국이 지금도 찍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툭 떨어진, 운석같은 이 앨범은 지금의 많은 음악들처럼 그저 흘려듣기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1994년 조규찬 1집에 담긴 ‘조용히 떠나 보내’의 가사를 쓰며 음악계에 입문한 그녀는 김장훈, S.E.S, JK김동욱, 이효리까지 여러 장르의 뮤지션들의 목소리에 이야기를 담아냈다.

신윤철과 함께 한 원더버드의 두번째 앨범에 보컬리스트로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시기 조동희가 우리에게 선물한 가장 소중한 음악은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일 것이다.

순식간에 씌여진 이 가사는 장필순의 목소리를 타고 댄스와 인디가 양분하고 있던 당시의 대중음악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크진 않았지만 멈추지도 않았던 파장이었다. 라디오와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지속적인 생명을 이어왔다.

이 노래를 작곡한 조동익, 즉 그의 오빠가 만들어낸 많은 명작들과 마찬가지로.

원더버드 이후 오랫동안 표면적으로 음악계를 떠나 있던 것처럼 보였던 조동희는 2011년 첫 솔로 앨범으로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작사가로 주로 활동하던 이전과 비교해서 가장 달라진 건 스스로의 ‘핏줄’을 더이상 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조동진-조동익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그렇다고 그 후광에 기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오다시피 했던 하나음악의 후신, 푸른곰팡이 식구들과 함께 했을 뿐.

따라서 자신이 있어야할 곳에서 본격적으로 싱어송라이터서의삶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데뷔 앨범 이후, 조동희는 바쁜 삶을 살았다. 2015년에는 EP<다섯 개의 사랑 이야기>를 냈고 세월호 추모곡인 ‘작은 리본’을 발표했다.

세월호 추모 활동은 2016년 ‘너의 가방’ 2017년 ‘바다로 가는 기차’로 이어졌다. 다큐멘터리 <무현-두도시 이야기>의 음악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2019년에는 최소우주를 설립, 동아기획-하나음악-푸른 곰팡이로 이어지는 한국 음악계의 ‘핏줄’을 이었다. 최소우주 대표로 제주 밴드 사우스 카니발과 드니 성호의 앨범을 제작했으며 조동익, 그리고 장필순의 앨범 제작을 도왔다.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는 2011년이후 10년만에 내놓은 조동희의 두번째 솔로 앨범이다. 이 앨범을 들으며 테일러 스위프트가 떠올랐다.

더 내셔널의 아론 데스너와 손잡고 만든 테일러 스위프트의 8집은 포크와 일렉트로닉을 결합하여 만들어낸 코로나 시대의 정물화다. 이 앨범 역시 어쿠스틱 악기 보다는 신시사이저와 프로그래밍으로 소리의 풍경을 그려낸다. 조동익이 전체적인 프로그래밍과 프로듀싱, 그리고믹싱을 맡았으며 오랜만에 베이스 기타까지 잡았다. 그들의 오랜 벗 박용준은 키보드를 맡았으며 장필순은 타이틀 곡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에 코러스로 참여했다. 그들이 늘 그러했듯, 공동체의 품앗이같은 작품인 것이다.

최소한의 인원이 서로의 재능을 날줄과 씨줄로 엮어 완성한 이 앨범은 움직이는 정물화같다. 잔잔한 파장의 멜로디는 가라앉지도 격변하지도 않고 유유히 흐른다.

숨결을 잔뜩 얹은 조동희의 목소리는 그 멜로디를 저어가며 말하듯 춤춘다. 조동익이 완성한 소리의 풍경에는 촘촘히 안개가 껴있다. 21세기 그가 추구해왔던, 따뜻한 디지털의 안개다.

그런데 이 앨범의 소릿결은 그전과 좀 다르다. 여느 때 보다 짙은 안개인데 그것이 감싸안고 있는 개별적 정물은 더 섬세히 모습을 드러낸다. 보컬은 물론이거니와 사운드의 층을 이루는 개별적 소리들이 또렷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운드 디자인에 참여한 오디오 전문가 한지훈의 도움과 이를 적극 수용한 조동익의 태도덕분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 앨범은 화려한 턴과 점프 없이도 갈채를 이끌어내는 발레와 같다. 우아하되 과장되지 않고, 정적이되 침울하지 않다.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는 겨울을 위한 보온 도구다.

앨범을 완성하는 건 조동희 특유의 가사다. 슬픔과 아름다움, 겨울과 오후의 손을 맞잡게 하는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에서처럼, 그녀는 종종 상반되는 단어들을 마치 하나였던 것 처럼 묶고,

지나간 추억들을 지금 이 곳으로 소환하되 생생한 은유로 과거라는 시간을 지운다. 

김민기는 “노래의 본 모양은 말이다. 즉 말의 정서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말은 이야기다. 이야기에 담긴 정서를 위해 음계와 연주, 그리고 소리의 결이 존재한다. 

조동희는 관습적이지 않은 서정의 언어로 독백과 편지를 넘나들며 이야기한다. 

조동익을 비롯한 음악적 가족들이 그 이야기와 정서를 극대화한다. 하여,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는 그저 음악이 된다.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눈이 더 중요해진 시대에 던지는, 오롯이 귀를 위한 음악이다. 귀를 거쳐 마음으로 스며드는 음악이다. 마음에 안착하여 듣는 이와 하나가 되는, 그런 음악이다.


by 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