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반갑습니다.

리스뮤직

카테고리 검색

상품검색

수량
총 상품금액 9,100

상품상세설명

서정열 - 1집 / The First Story
앨범 속지 디자인이 그윽했다. 고즈넉한 갈대 숲에 조각배 띄워 낚싯대 드리운 총각이 서정열일까? 연주곡을 제외한 11곡 가운데 10곡이 발라드 넘버로 채워져 있단 점과 연결해 볼 때 외로움, 쓸쓸함, 고독, 이별...뭐 그런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영화 <시월애>에 등장해도 좋았을 나무다리, 저녁 노을 비껴 걸린 하늘과 앙상한 가을 나무, 인적 드문 동해 바다의 정경이 연이어 나타났다. 그런데 정작 가수 자신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아까 등장한 강태공의 뒤통수만으로 가수에 대해 알기 힘들다. 부클릿을 보니 조성모를 발굴해 일약 전국구 스타로 키운 가수 겸 작곡가 이경섭의 곡이 몇 곡 들어 있고 최재훈도 곡을 줬다고 쓰여 있었다. 괜히 조성모과(科)의 '얼굴 없는 가수' 아류가 아닌가 했다.

돈이 남아돌아 발에 채여 어찌할 바를 몰라 만드는 제26회 탄신일 기념 음반이 아니라면 대개의 신인에게 이 정도는 감수해야할 미덕(美德)이 된 지 오래다. 팝 대중에 영합할 것이냐 혹은 적절한 선에서 마진 노선을 정해 타협 볼 것이냐 아니면 차라리 독자적인 노선으로 강행군 할 것이냐를 선택할 특권을 가진 가수가 우리 나라에 과연 몇이나 되기에?
그 바닥에서는 선배 격인 정수라나 김태영이 그러했듯 서정열 역시 가창력 하나는 장난이 아니다. 고교 졸업 후 본격적으로 상업 광고 음악 현장에 투신해 1994년부터는 크고 작은 CM 송에 자신의 육성을 담아왔던 만큼 탄탄한 노래 실력과 안정된 음정, 화려한 스케일의 음폭은 이미 보장받았다. 게다가 길어야 30초를 넘지 않을 그 한 곡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정열을 쏟았을 것인가 말이다. 발음이나 발성법도 당연히 훌륭하다.
다만 아쉬운 것이 개성이 특출 나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남성 CM송 가수의 태생적 한계일지 모른다. 분명히 노래는 잘 하는데 영 '향기 없는 꽃'이다. 물론 개성 만점인데 음정 팍팍 떨어지고 가물에 콩 나기인 라이브에선 맨날 뒤뜰 소먹일 죽이나 쑤는 친구들보단 약 일억 배쯤 더 훌륭하다.

사진을 보아하니 그렇게 험하게 생긴 얼굴은 아니다. 노래도 곧잘 하니 좀 더 가꿔 자신만의 색깔만 뽑아 준다면 좋겠다. 타이틀곡으로 밀고 있다는 '루(淚)'가 1번 트랙이다. 일부러 고풍스럽게 만들어 낸 아코디언 연주 그리고 남성 허밍 코러스 파트가 곡의 전체 분위기를 색다르게 만든다. 이제 더 특이한 것이 나올 것 같지 않은 평이한 록 + 뽕 + 팝 발라드의 일반화, 정형화된 공식을 일부러 거부한 듯 보인다. 그래도 댄스곡이 록 필의 펑키 넘버 '바다' 한 곡 뿐이니 무대에 올라 억지 웃음지으며 안 되는 안무 끼워 맞추는 모습은 안 봐도 될 듯 하다. 쌍방에게 공히 고역인 일들이 더 이상 반짝 '인기'라는 미명하에 강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함춘호, 샘 리, 유태준, 최태환, 이태윤, 강수호, 최광철 등 내로라 하는 세션 맨들이 대거 참여한 탓에 한 번에 팍 와 닿지는 않아도 대신 일순에 쉽게 질리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