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ZA 최우준 - 3집 S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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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ZA최우준 3집
‘기타 야수’ SAZA최우준의 새 앨범
설마 흥행 포기 선언인가? 수록곡이 긴 경우는 간혹 볼 수 있지만 타이틀곡이 무려 10분에 달하다니….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는 이런 결정을 내리기 힘들 거 같다.
하지만 앨범을 쭉 들어보면 이것이 옳은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협 없이 앞으로만 걷는 모습이 역시 사자답다.
SAZA최우준은 ‘사자’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음악여정을 걸어왔다. 부산에서 기타 하나 달랑 메고 풍운의 꿈을 안고 상경한 그는 1997년에 척박한 한국 재즈 씬에서 기타리스트로 데뷔했다.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덕분에 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람은 이름 따라 간다던가. SAZA최우준은 사자라는 별명처럼 으르렁거리는 연주를 구사했다. 필드에서 약 10년 간 내공을 다진 뒤 2007년에 1집
이 앨범에서 그는 살벌한 그루브의 연주를 선보이며(‘Chromatic Blues’를 반드시 들어보라!) 한국 재즈 씬과 기타 연주 씬에 자신의 명함판을 당당하게 새겼다. 2012년에 발표한 2집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처럼 기타 연주는 물론 직접 노래까지 하며 블루스에 대한 무한사랑을 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기타와 보컬을 동시에 구사하는 밴드의 프론트맨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후 그는 음악적 형제들인 정영준(베이스), 이도헌(드럼), 김정균(퍼커션)과 함께 ‘사자 밴드’로 활동하며 블루스, 록, 재즈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음악을 선사했다. 그러면서 그의 모습은 점점 더 사자를 닮아갔다.
약 7년 만에 발표되는 새 앨범이자 정규 3집인
그래서 차기작의 이름은 전작들인
전작들에 비해 가장 강력하게 다가오는 기운은 바로 ‘사이키델릭’이다. 사이키델릭(환각)은 대중음악의 주요 표현 요소 중 하나다. 이 사이키델릭 요소는 록을 비롯해 애시드 하우스, 앰비언트, 트립 합 등 일렉트로니카 계열에 두루 쓰인다.
‘연기가 보고 싶다’는 제대로 환각적인 곡이다. 약 10분 동안 사이키델릭의 향연이 이어진다. 그런데 사이키델릭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단순히 환각이란 단어로 설명하긴 부족하고, 인간 심연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리는 요소라고 할까? (음악사를 통틀어 사이키델릭을 가장 잘 표현한 아티스트로는 지미 헨드릭스가 손꼽힌다) 한국의 한 거장 아티스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음악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는 바로 사이키델릭”이라고. 이 말을 해석하면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음악의 힘으로 청자를 환각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음악 최고의 경지”라고 풀이해볼 수 있다.
‘연기가 보고 싶다’는 이러한 사이키델릭의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 형식이나 흔한 히트 공식은 다 피해간 음악적인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하긴,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 하려고 앨범 내는 거 아닌가.
이러한 SAZA최우준의 마음가짐은 ‘Saza Grass’에서 가사로 잘 나타난다.
‘Saza Grass’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음악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경고의 노래다. “초식의 눈으로 날 가두려지마 다를 뿐야 나쁜건 아냐…나는 밀림의 왕 사자”라는 가사가 SAZA최우준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록, 블루스, 재즈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편견에 시달렸으면 이런 가사를 썼을까? 이 노래 한 곡으로 SAZA최우준은 음악에 대한 쓸데없는 오만과 편견들을 잠재워버린다.
기존에 SAZA최우준이 보여준 음악 스타일도 잘 살아있다. ‘굳이’는 슬로우 블루스의 리듬을 잘게 쪼개 오서독스한 맛을 잘 표현하고 있다. ‘Dream On’, ‘그래 가끔’, ‘My Guy Friend’는 최우준의 주특기인 훵키한 16비트 리듬을 제대로 선사한다.
‘그만해’는 90년대 록을 연상케 하는 공격적인 곡이다. 계속 세게만 달리는 것은 아니다. ‘왜 이럴까’는 과거 SAZA최우준의 노래 ‘웃는 당신은 슬프죠’처럼 잔잔한 사랑 노래다.
역시 서정적인 곡 ‘쉬었다가요’는 지미 헨드릭스의 발라드를 떠올리게 한다. 슬라이드 기타로 연주된 앨범의 유일한 연주 곡 ‘한여름밤 고양이’에서는 으르렁대는 사자가 아닌 그르렁거리는 고양이 같은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
‘우리 결혼해’는 아내에게 바치는 곡이다. 이처럼 SAZA최우준은 본인의 청혼가를 앨범에 수록하는 로맨틱한 남자다.
앨범 전반적으로 그루비한 리듬, 원초적인 것 같으면서 알고 보면 세련된 코드 진행, 훵크(Funk)와 블루스의 현대적인 결합, 겉멋이 아닌 음악적으로 튀어나오는 재즈 릭, 에너지를 분출하다 못해 토해내는 기타 연주 등이 곳곳에 잘 살아있다.
특히 기타 솔로의 경우 전보다 더욱 물처럼 흐르는 느낌이다. 원숙하고 노련해졌다고 할까? 수많은 무대를 통해 쌓인 내공 덕분일 것이다. 또 한 가지. 한국에 정말 많은 훌륭한 기타리스트들이 있지만 SAZA최우준의 강점이라면 바로 리듬을 가지고 놀 줄 안다는 것이다.
새 앨범
글. 권석정
Producing Director: SAZA최우준
Co-producer: Prue E. Joux
All songs composed & arranged by SAZA최우준
Lyrics by SAZA최우준
Guitar & Vocal: SAZA최우준
Bass: 정영준
Drums: 이도헌
Percussion: 김정균
Recording, Mixing & Mastering: SAZA최우준
Photography: 나승열
Artwork: Prue E. Jo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