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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지 - 1집 Plan(e)t

나의 세상인 사랑 그리고 인연에 대한 노래, 

싱어송라이터 차연지 첫 번째 정규앨범 [Plan(e)t]


-당신이 어딘가로 가야 한다면

김현(시인)


제가 차연지를 처음 만난 건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에서였습니다. 자원 활동가로 만난 차연지는 늘 밝고 긍정적인 활력이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그녀가 자신의 삶을 건실히 꾸려나가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노동의 피로를 잊기 위해 자신이 뜻에 따라 인권 단체 자원 활동을 하는 이라고만 알았습니다.

그런 그녀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건 그로부터도 한참이 지난 뒤에 일이었습니다.

차연지가 어느 조촐한 모임에서 들려준 노래는 고양이가 사뿐사뿐 등장하는 노래였고, 그 때문에 저는 역시 ‘차연지의 노래는 기쁨을 향해 있구나.’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서울에서의 고단한 삶을 잠시 접고 홀연히 떠나 타국에서의 생활을 견딘 후에 마치 선물처럼 들고 온 것이 바로 이 앨범입니다(저는 그런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인연과 사람과 사랑과 무엇보다 순전한 나의 내면을 노래하는 이 앨범은 노래하는 이의 말에 의하면 따뜻하고 외로운 것이나 제가 듣기로는 따뜻하여 포근한 앨범이라기보다는 따스하여 쓸쓸한 앨범이었습니다.

‘차연지의 노래는 왜 슬픔 쪽을 향해 있는 걸까.’

앨범에 수록된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던 제 친구 차연지를요.

태생적으로 슬픔이 먼저 몸에 밴 사람도 있을 테지요. 그런 사람에게서 나오는 내면의 목소리란 역시 그 슬픔의 기원을 따라가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환한 대낮의 청취를 포기하고 한밤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보리차 한 잔을 옆에 두고 방의 조도를 낮추고 벽에 기대어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차연지의 앨범을 들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가장 필요한 건 ‘닝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고양이 한 마리였지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오래전부터 좋아했습니다. 고양이의 시점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연민하는 만화지요.

저는 차연지의 노래를 들으면서 왜 그 짧은, 흑백의, 비 내리는, 풀벌레 우는, 의자가 넘어지는, 눈물이 흐르는, 흰 눈이 쏟아지는 영화를 떠올렸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키우는 ‘내면의 고양이’에게 스스로 명명할 수 없는 감정들을 고백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음악의 음자도 잘 알지 못하는 제가 감히 차연지의 앨범에 관하여 이러한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그녀가 나지막이 읊조리는 노래들이 저를 한 사람에게로 향하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기쁨 쪽으로요. 

“우연히 쥐게 된 돌 하나는, 그 순간에 의미를 가진다. 왜 하필, 너일까, 물어도 이유가 없다. 그것이 인연. 하필 마주치고, 하필 손에 쥐어 이유 없이 소중해지는 것.

이 모든 아름다움을 잊지 않기 위해, 손을 쓰다듬고, 눈을 쳐다보았다. 잊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 어떠한 것은 절대 잊어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카이코우라에서 기록했던 일기처럼 이 앨범은 그 순간만큼은 나의 세상이었던 사랑과 모든 인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차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