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avo Järvi & The Deutsche Kammerphilharmonie Bremen - Brahms: Symphony No. 1 & Haydn Variations (브람스 교향곡 1번 & 하이든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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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 중 한 명, 그래미상 수상자 파보 예르비 Paavo Järvi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The Deutsche Kammerphilharmonie Bremen
브람스: 교향곡 1번 &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눈부신 호흡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멜로디 파보 예르비 &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1980년에 창단한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The Deutsche Kammerphilharmonie Bremen)은 40년도 채 안된 신생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독일을 넘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명 내외로 이루어진 비교적 작은 규모의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주력을 바탕으로 고전부터 낭만까지 주요 관현악 레퍼토리를 폭넓게 소화하고 있으며,
각각의 단원들이 오케스트라의 주체로서 음악적인 정체성은 물론 오케스트라의 운영과 재정문제까지 서로 의논하고 결정하는 수평적 시스템이 매우 인상적이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이러한 성공적인 운영은 이들을 오랜 기간 연구한 독일 자르브뤼켄 대학 연구진들에 의해 ‘5 Seconds Model’이라고 이름 붙여진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고, 오늘날 혁신적인 예술단체 경영의 사례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한편, 2004년부터 현재까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예술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 지휘자 파보 예르비 (Paavo Järvi)의 존재는 이 오케스트라의 발전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1962년생으로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출신인 예르비는 아버지인 네메 예르비부터 동생 크리스티안 예르비까지 이르는 지휘 명가 예르비 가문의 일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나 파리 오케스트라처럼 과거에 거쳐갔던 악단과 현재 맡고 있는 도쿄 NHK교향악단, 2019년부터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까지 세계 각지의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작업을 하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2004년, 예르비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군림하는 지휘자가 아닌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녹아 들었고 이렇게 쌓인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깊은 유대관계는 괄목할만한 음악적 성과로 나타났다.
브람스: 교향곡 1번 &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널리 알려졌다시피 브람스는 1번 교향곡을 작곡하며 베토벤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브람스가 살았던 19세기에도 역시 교향곡이라는 장르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베토벤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브람스 교향곡 1번은 고전 교향곡의 전형적인 4악장 체제를 택하고 있으며 구조적으로도 매우 치밀하다.
당시 독일에서는 낭만주의 정서를 바탕으로 작품 전체가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유기체적으로 짜여있는 이른바 ‘프로그램 뮤직’이 성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절대음악적 요소가 가득한 지닌 이 작품은 듣는 이의 관점에 따라 식상하고 고지식하다고 비판 받을 여지도 충분하다.
하지만 베토벤과 닮았으면서도 베토벤을 뛰어넘는 교향곡을 원했던 비평가들과 청중들은 브람스에게 찬사를 큰 보냈다. 특히 전설적인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베토벤 10번 교향곡’이라는 말을 하며 이 작품이 더욱 유명해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앨범에 교향곡 1번과 함께 수록된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은 1873년에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버전과 관현악 버전, 이렇게 두 가지 버전으로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는 제목에서 우리는 브람스가 하이든이 작곡한 선율을 모티브로 삼아 변주곡을 만들어냈다는 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해설서에서 이 변주곡을 두고 ‘성 안토니의 노래 (Chorale St. Antoni)’라는 옛 노래를 인용한 하이든의 작품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설명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작품이 하이든의 작법과 워낙 다르기 때문에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대신 ‘성 안토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고 칭하기도 하며 음반이나 프로그램 노트에서도 ‘성 안토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브람스는 이 작품을 통해 템포나 음형 등은 물론 리듬작법이나 관현악법적 변화 등 좀 더 세밀한 부분까지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이는 ‘변화’라는 요소가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변주곡이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브람스 입장에서는 관현악을 능숙히 다루기 위한 연습의 과정이자 교향곡 1번을 마무리 짓기 위한 일종의 워밍업이 아니었겠냐는 재미있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브람스는 이 작품의 완성 후 3년 후에 교향곡 1번을 초연했다. 또한 이 초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연이어 2~4번의 교향곡을 세상에 내놓으며 19세기 교향곡의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워밍업’이라는 주장은 제법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