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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밴드+삐삐롱스타킹 - Complete Best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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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펑크 록과 인디 붐의 출발점 삐삐밴드/삐삐롱스타킹 의 Complete Best Album
1995년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 DJ DOC의 ‘머피의 법칙’, REF의 ‘이별공식’ 등의 댄스 음악들이 TV와 라디오, 길보드 차트를 휩쓸고 있을 무렵 [문화혁명]이라는 다소 거창한 앨범 타이틀과 함께 기존의 가사들이 가지는 법칙들을 철저히 무시한(외면한)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라는 곡을 들고 대중들에 나타난 빨간 머리의 천방지축 소녀와 두 남자. 모 방송에서 라이브 연주 중 서양식 욕과 카메라에 침을 뱉은 행위로 무기한 출연 정지와 함께 대중들에게서 멀어졌던 그들, 현재는 트렌드가 되어버린 운동복(추리닝) 패션과 머리 염색을 방송에서 최초로 선보였던 그들을 기억하는가? 그들이 바로 한국에 펑크 록과 인디 붐을 이끌어냈던 삐삐밴드/삐삐롱스타킹이다.
95년 [문화혁명] “의도적인 유치함과 가벼움”
시나위와 H2O 출신으로 국내 록 음악계에서 최 정상급 연주자로 분류되던 두 베테랑 아티스트인 강기영(베이스), 박현준(기타)과 신인이지만 톡톡 튀는 매력으로 팀의 홍일점 역할을 충분히 해냈던 이윤정이 합심해 만들어낸 삐삐밴드는 가장 단순한 멜로디와 어찌 들으면 말도 안 되는 가사들의 의도적인 ‘록 비꼬기’로 기존의 무거움에 도전했던 최초의 펑크 밴드였다. 이윤정의 상품성에 기인한 공중파 쇼 프로그램 출연과 더불어 이들은 게릴라 길거리 공연, 강남역 부근 옥상에서의 무료 공연 등 대중매체에서 벗어난 전방위적이며 게릴라적인 활동을 활발히 해내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딸기’, ‘슈퍼마켓’ 등을 히트 시키며 당시 대중음악계에 댄스와 발라드 외에 새로운 틈을 만들어냈다.
96년 [불가능한 작전] ‘The Art of ‘가요’(예술+가요)’
이러한 삐삐밴드의 도발은 1997년 발표한 2집 [불가능한 작전]에서 팬들의 예상을 철저히 뒤엎으며 다시 한번 이슈를 만들어낸다. 홍대 앞의 조그만 클럽 황금투구(현 마트마타)에서 ‘the art of 가요’라는 타이틀로 열렸던 이들의 음반 발표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2집은 록과 펑크의 테두리 안에서 강약을 조절할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각종 댄스 리듬을 적극 차용해 디스코, 펑키, 하우스, 뉴 웨이브, 테크노 등이 가미된 음악을 선보이는 자신감(?)을 선보인다. 특히 TV 쇼 프로그램에서 타이틀 곡이었던 ‘유쾌한씨의 껌 씹는 방법’을 노래할 때는 의도적인 립 싱크도 모자라 “우리는 지금 립싱크 중입니다”라는 현수막까지 동원해 역설적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또 본 앨범 중 ‘나쁜 영화’라는 곡은 영화 감독 장선우에게 모티브를 주어 동명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96년 [붕어빵] ‘작전 변경 전 최후 Mission’
이후 이들의 이러한 도발은 2집 앨범 타이틀처럼 ‘불가능한 작전’으로 끝나게 되며 리메이크 앨범인 [붕어빵]을 마지막으로 해체와 함께 작전 변경을 시도하게 된다. 70년대 가요 곡들을 그들 특유의 자유로움으로 재해석한 본 앨범은 전반적으로 ‘펑큰롤’의 성향이 짙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의도된 엉성함과 함께 당시 패닉의 이적과 함께 라이브 실황으로 듣는 곡들의 묘미도 쏠쏠하다.
97년 [3RD 원 웨이 티켓] ‘록 음악으로의 회귀’
이후 강기영(달파란)과 박현준은 이윤정 대신 그룹 토마토 출신의 고구마(권병준)라는 걸출한 프론트맨을 내세워 삐삐밴드에서 삐삐롱스타킹으로 진화한 후 한층 진지한 록 음악으로의 회귀를 알리는 음반인 3집 [원 웨이 티켓]을 선보이게 된다. 본 앨범은 자체 하우스 스튜디오에서 믹싱까지 완성한 앨범으로서 전체적으로 브리티쉬 록 성향이 짙은 앨범이다. 특히 타이틀 곡이었던 ‘바보버스’는 과거 삐삐밴드 시절의 자유분방함과 엉뚱함에 강기영, 박현준, 고구마의 탄탄한 연주력이 가미돼 히트 곡의 조짐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얼마 후 이들은 역사에 남을만한 퍼포먼스(?)를 행하게 된다. MBC에서 라이브 공연 중 서양식 욕과 카메라에 침을 뱉는 퍼포먼스의 괘씸죄로 인해 ‘무기한 방송 출연 금지’라는 전대미문의 중벌을 받고 철저히 대중들과 격리되어 잊혀져 버렸다.
그 후 삐삐롱스타킹은 ‘음악적인 견해 차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로 해체를 하게 되고 멤버들은 각자의 음악 활동을 시작한다. 강기영은 ‘달파란’이라는 이름으로 테크노 앨범 [휘파람 별]을 발표하고 지금도 테크노 DJ 및 영화음악가로 활동 중이다. 박현준과 고구마는 99, 원더버드, 3호선 버터플라이 등에서 함께 밴드 생활을 했으며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2004년 [삐삐밴드 COMPLETE BEST(Re-Mastering)]
파격과 일탈, 엉뚱함과 자유분방함으로 주류 문화에 혁명을 요구했던 삐삐밴드(삐삐롱스타킹은)의 작전은 당시엔 비록 ‘불가능한 작전’으로 끝이 났지만 이슈를 만들던 그들의 기행과 원치 않았던 제재에 가려 진정으로 그들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다. 본 앨범은 바로 이러한 의도를 출발점으로 해서 기획된 음반으로 7년이 흐른 지금 그들에 대해서 보다 열린 시각으로 다시 한 번 물음표를 던져 보고 싶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