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반갑습니다.

리스뮤직

카테고리 검색

상품검색

수량
총 상품금액 11,000

상품상세설명

엉클밥 (UNCLE BOB) - 1집 UNCLE BOB





말로 음악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바람을 흔들리는 꽃으로 가늠할 수 있듯이 음악을 들을 때의 내 마음 정도를 표현할 따름이겠지요.


저는 밴드 음악(큰 소리가 나는 음악)을 잘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처음 엉클밥의 노래를 들었을 때 마음이 편해졌고 때론 눈물이 났어요.

그 이유에 대해 파고들어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공연이 끝날 때마다 상기된 얼굴로 “앨범 언제 나와요?” 물으면, 몇 년째 “내년이요.”라는 대답을 멋쩍게 웃으며 돌려주었죠.

드디어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반가웠지만, 이상하게도 아쉬운 마음이 둥실 떠오르는 거예요. 언젠가를 그리면서 기다리는 설렘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기 때문일까요.

이제 언제든 꺼내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곳간을 가득 채운 듯한 넉넉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겠지요. 

엉클밥의 공연은 한 번도 빠짐 없이 좋았어요. 평소 나긋나긋한 보컬 노순천이 무대 위에서 폭발하면 함께 속이 뻥 뚫렸고,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그리는 신가람이 무대에서 기타 선율로도 그림을 그려서 감탄했고 (심지어 자신의 기타와 앰프에도 그림이 그렸네요),

간장(박정훈)의 좋은 친구 같은 듬직한 드럼과 코러스에 마음이 놓였고, 전역 직후 투입된 간장 동생 박정인의 건실한 베이스도 무척 잘 어우러졌어요.

밴드 이름에도 ‘엉클'이 들어가는 이 아저씨들은 활발하게 작업 중인 아티스트이기도 하고 성실한 생활인이기도 합니다. 음악은 이들의 오랜 우정을 쌓아가는 방식이자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의 도구인 것 같아요.

물론 미궁 같은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내왔고 가장 아렸을 시기에 나온 가사들로 계속 노래하고 있다지만, 그들의 노래에서 어린 날의 환상이나 자신에게 도취한 흔적을 발견하기는 어려워요.

주어진 삶의 과제에 몰입하는 가운데 툭 튀어 오른 가사들에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삶의 고민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어 좋아요.

좋은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이 꼭 좋은 사람인 건 아니라고 숱한 경험이 말해주지만, 엉클밥의 노래와 무대에서는 언제나 삶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는 ‘사람됨'을 느낄 수 있어요. (노래 가사에 ‘사람'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요?) 

엉클밥으로 밴드 사운드에 입문한 저는, 이후 다른 밴드 음악도 듣기 시작했어요. 좋은 밴드 음악에 대해 저만의 기준도 생겼는데 소리로 만화경 같은 그림이 그려지면 ‘아, 이거다!’ 하게 되더라고요.

김바나나의 애정어린 프로듀싱을 거친 이번 엉클밥의 앨범을 들으며 역시 ‘아, 이거다!’ 했지요. 동시에 쉬운 가사의 반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가슴을 툭 치는 무언가를 발견해요.

그 무게가 생각보다 묵직해서 자신과 삶을 한 번 돌아보게 되는 엉클밥 노래 만의 매력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특히 ‘사람들 사랑들’, ‘나쁜 사람’ 같은 가사를 따라가다 보면 언제나 마지막에 울컥해서 눈물이 핑 돌아요.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이름이었다는 ‘Little Boy’나 세월호 참사 이후 가사가 새롭게 다가온다는 ‘새빨간 너의 상처, 새파란 어린아이’를 듣다 보면 노래가 나를 역사 위에 살포시 데려다 놓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음악은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참 힘이 세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창 꽃이 만발하는 잔인한 4월, 기다리고 기다리던 엉클밥의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혹시 그런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나요? 꽃 피울 때는 꽃 진 사람들이 모여 놀아야 하는 법이래요.

그동안 특별히 앨범을 만들 의지가 없었다고 말해온 엉클밥은 이제야 그동안 기록해두지 않은 것이 아쉬워지기 시작했다네요.

꽃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절(보통 중년이라고 합니다만)이 되어야만 화양연화를 붙잡고 싶어지는 법이니까요.

엉클밥 멤버 각자가 이제껏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면서 음악은 그 생활보다 큰 것은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분명 어떤 길목, 어떤 모퉁이에서 이 노래들은 서로를 이끌기도 하고 웃게도 하고 견디게도 했을 거예요.

이 앨범에 내려앉은 그 순간들은 이제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마음을 가져다줄 거라 믿어요. 그럼 이제 ‘나쁘고 착하고 강하고 약하고 슬프고 기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엉클밥 앨범을 들으며 모여 노는 것.

함께 웃고 함께 놀아요. (음악가 /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