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GSAW.
국내 다수의 재즈 음반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곽정민’의 이름을 내건 첫 번째 리더작이다.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만큼 그녀의 음악적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이 앨범에서 그녀는, 그녀 자신이 외부적으로 혹은 내부적으로 마주한 장면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이야기한다.
1번부터 4번 트랙까지의 테마가 되는 ‘삶, 관계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상위 주제로 확장되어 [JIGSAW]라는 타이틀 아래의 전곡을 포괄한다.
아울러 기승전결의 구조를 띠는 이 네 개의 트랙 ‘Jigsaw (Part 1-4)'는 앨범의 서두에 배치되어 이후에 전개될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Merry-Go-Round’와 ‘Puerta del Sol’은 ‘동심’, ‘설레임’을 상징하는 각각의 장소를 표현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시각적, 공간적인 이미지를 음악으로써 구현하며 그녀의 추억에 함께 하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든다.
또한 ‘Monologue’와 ‘Apollon’, 그리고 ‘Incompletion’에서 느껴지는 현재의 고뇌와 불안감은 청자마저 이에 동조되어 깊은 고독감에 휩쓸리게 한다.
반면에 ‘Chirp’와 ‘Drops of Autumn’은 현재의 시간을 감싸 안아주는 자연에 대해 예찬하고, ‘Giant Steps’로 이상을 꿈꾸고 도전을 다짐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삶이라는 전체의 큰 그림 안에 조각 퍼즐처럼 나뉘어 얽혀 있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추억과 현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불러 일으켜지는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낸 각 곡들은,
때론 따뜻하고 낭만적이며 한편으로는 차갑고 어두운 정서를 깊이감 있게 그려내고 있어 트랙이 끝날 때마다 진한 여운을 남긴다.
폭넓은 표현력에 있어서 탁월한 감각을 보이는 각 연주자들과의 조화 또한 이 앨범의 리스닝 포인트라고 볼 수 있는데,
트럼펫과 플루겔혼에 조정현, 테너색소폰과 클라리넷에 여현우, 콘트라베이스에 전제곤, 그리고 드럼 송준영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재즈의 언어를 본인만의 방식으로 구사하면서도 서로 간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마치 잘 짜여진 구도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더불어 ‘Monologue’에 작사와 피쳐링으로 참여한 마리아 킴의 짙은 음성은 동경과 체념 사이,
그 갈등으로 인한 쓸쓸하고 처연한 심정을 나지막이 읊조리며 듣는 이의 마음을 쥐고 흔든다.
모든 곡이 작곡자의 개인적 경험과 고찰에 의해 쓰여졌지만 결국은 보편적인 우리네 삶의 흐름을, 그리고 그 안의 단편들을 엮어내고 있는 이 이야기들에 공감하며, [JIGSAW]는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앨범이 될 것이다.
"찰나로 지나치는 사소한 순간들. 일상 속에서 불현듯, 오감을 매개로 우리는 추억과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간다. 그 아련하고 아름다운 시간 여행의 벗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