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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마 (Big Mama) - 1집 / Like The B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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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대중음악시장은 최악의 불황을 맞이하고 있다. IMF시절에도 몇 팀씩 있었던 밀리언셀러 가수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고,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인기가수의 기준선이었던 30만장의 판매고가 요즘은 '대박'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뮤지션의 땀과 정성이 들어간 음반판매로 얻는 수익보다 불과 몇 초간의 음원을 제공하는 인기 벨소리 서비스가 더 많은 돈을 버는 상황이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닌 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음반시장인 것이다.
이런 음반시장의 불황에는 여러 가지의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음반의 생산 유통구조에도 책임이 있을 것이고, 또한 mp3의 대중화로 인해 대중들이 공짜로 음악을 듣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과연 문제가 그 뿐일까?
이미 한국에서 가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되어버렸다. 요즘 가요계에서는 잘생기고, 잘웃기면, 혹은 탤런트로 인기를 모으면 누구라도 앨범을 낼 수 있고, '가수'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물론 탤런트더라도 노래를 잘 부른다면, 가수를 못할 이유가 없겠지만 문제는 지금의 가요계는 오직 노래만 잘 불러서 가수가 되기란 너무 힘들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야말로 대중들을 한국 대중음악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가수는 노래를 부르는 직업이고,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는 그것만으로도 대접받아야한다. 이것은 바로 대중가요의 '상식' 인것이다. 바로 이런 '상식'이 통하는 대중음악계를 만들기 위해 YG 엔터테인먼트 의 양현석과 휘성의 제작사인 M.BOUT가 나섰다. 양현석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고, YG를 만든 뒤 오직 흑인음악만을 내놓으며 국내유일의 전문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 그가 4인조 여성 그룹 빅마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던 상식, 즉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성공해야한다'는 상식을 다시한번 지켜보려고 한다. 모든 외적인 조건을 배제하고 오직 노래만으로 평가받고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것, 이것이 바로 기본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도전이다.
도전 둘 - '진짜 가수' 데뷔시키기
빅마마는 리더 신연아를 중심으로 이영현, 이지영, 그리고 박민혜로 구성된 여성 4인조 그룹이다. 여성 4인조 그룹이 뭐가 특별하냐?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빅마마 구성 훨씬 이전부터 이미 대중음악계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은, 정상급의 실력을 인정받은 여성 보컬리스트들 이라는 점이다. 신연아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최고의 코러스팀으로 평가받는 "빈칸채우기"의 멤버 로서 데뷔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앨범에 참여하며 코러스계의 독보적인 보컬로 인정받았고, 이지영은 국내 최정상의 연주력을 자랑하는 "한상원밴드"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했으며, 이영현과 박민혜는 각각 대학의 실용음악과를 다니면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인정 받아온 보컬리스트들이다. 또한 이영현과 이지영은 앨범에 각각 자신들의 자작곡을 수록했을 정도로 탄탄한 작곡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들의 놀라운 노래 실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 한 장의 앨범도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직접 곡을 만들고, 많은 음악인들로부터 상당한 인정을 받았던 이들이 왜? 정작 지금까지 자신들의 앨범을 만들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TV에서 활동하는 다른 가수들처럼 아주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춤을 잘 추거나 노래이외에 다른 특별한 끼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획사들은 그들의 노래실력을 인정했지만 정작 이들의 음반은 제작하려 들지 않았다. '요즘같은 세상'에서 "노래만 잘불러서는 돈이 안된다"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인기 탤런트는 마치 장난치듯 가볍게 앨범을 낼 수 있으면서 자신의 음악적인 실력을 보여줄 단한번의 기회를 갈망하던 이들에게는 그 기회조차 주지 않는 아주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던 것이다.
빅마마의 제작사인 M-BOAT의 박경진 사장과 그들의 홍보를 도맡은 YG ENT의 양현석 사장은 실력있는 뮤지션이 단 한 장의 앨범도 내지 못하는 지금의 비정상적인 현실을 고치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 물론 이들의 '무모한 도전'을 쉽게 수긍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인정하지만 '엔터테이너'로서의 외모나 끼가 없는 가수들이 과연 음반시장에서 성공을 할 수 있겠느냐 라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 이였기 때문이다. 노래 잘부르는 가수를 데뷔시키는데 망할게 분명하다는 얘기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음악이란 돈 이전의 신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수는 노래로 평가받아야 하고, 음반 제작자는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 음악을 잘 만드는 뮤지션들의 곡이 담긴 앨범을 만들며, 대중은 그런 좋은 음반을 선택할 것이라는 그들의 신념 인 셈이다.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음반 제작자를 한 것인데 돈 때문에 그걸 제대로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대중들은 결국 좋은 음악은 찾아 들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도 다 배제한 체 오직 음악만으로 승부하려는 빅마마로 인해 어쩌면 그들은 그들의 일생중 가장 어렵고 무모할지도 모르는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그들의 무모한 도전, 혹은 확신에 찬 신념을 위한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판단은 대중들의 손에 달렸다.
도전 셋 - 한국에서 흑인음악하기
그렇다면 양현석과 박경진으로 하여금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하도록 만든 빅마마는 과연 어떤 음악을 하는 그룹일까? 빅마마는 그 존재 자체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특이한 위치에 서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룹이다. 한국에서 댄스그룹이 아닌 보컬리스트의 가창력을 내세운 4인조 여성 그룹이 드물었던 데다가, 그중에서도 흑인음악, 그것도 보다 정통적인 흑인음악을 자신들의 중심적인 음악으로 표방하는 그룹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적인 성공여부의 문제도 있지만, 그만큼 한국인으로서 흑인음악에 적합한 가창력과 감성을 가진 보컬들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빅마마는 바로 이런 점들에서 그들만의 장점에 빛을 바란다. 이들은 다른 그룹들처럼 특별한 파트를 정해놓고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곡의 스타일에 따라 그들은 자유자재로 자신들의 파트를 바꾸고, 그에 따라 여러 가지 톤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면서 화려한 가창력을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각자 대학과 현장에서 탄탄하게 익힌 이론과 풍부한 화성은 어느 곡이든 그들만의 강한 호소력으로 전달하면서 흑인음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들을 그들의 색깔안으로 끌어들인다.
도전 넷 - 절대 대중들의 입맛에 맞추려 하지 말기
양현석이 빅마마를 준비하면서 항상 그들에게 강조했던 말이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인 빅마마의 음악은 결코 쉽지 않은 음악임을 느낄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댄스 힙합이나 팝 랩, 혹은 요즘의 R&B처럼 마냥 가볍거나 달콤하지도 않다. 이들은 흑인음악의 최신 트랜드를 그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보다 전통적이고 정석적인 흑인음악의 원류를 찾아 그것을 한국적인 감각에 맞게 소화하는 음악적 역량을 보이고 있다. 맨하탄 트랜스퍼의 리메이크곡인 'Ray's Rockhouse'와 'His eye is on the sparrow'는 이들이 얼마나 전통적인 소울 보컬에 대해 깊은 이해와 탄탄한 기반을 쌓고 있는지 보여주고, 미디엄템포의 R&B 타이틀곡 'Break away'는 이들이 단지 각자 노래를 잘하는 그룹이 아니라 서로가 탄탄하게 연결되어 얼마나 풍부하고 멋진 화성을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흑인음악과 한국적인 감성의 조화를 이뤄내는 보컬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빅마마"라는 이름의 의미
얼핏 들으면 혹시 빅마마의 체격이 뚱뚱한가? 라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들의 이름에 숨겨진 의미는 빅마마가 국내 가요계에서 커다란 존재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은 것이다.노래 하나로 대중들에게 언제나 엄마 같고 따뜻한 그런 절대적인 존재 말이다.
그대로 지켜진 빅마마의 뮤직비디오
이전 양현석의 추전 글에서 본것과 같이 빅마마의 첫 번째 타이틀곡 "break away" 의 뮤직비디오는 2년전 생각했던 애초의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이번 빅마마의 타이틀곡 "break away"의 뮤직비디오는 노래 중반부가 지나도록 빅마마의 모습을 어디서도 찿아볼수가 없다. 모델같이 예쁜 여자 4명이서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위에서 열심히 노래를 하는척 하며 박수갈채를 한몸에 받고 있지만 정작 무대 뒤편에서는 실제의 빅마마가 그들을 대신해서 땀흘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 깊게 남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