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ery Afanassiev (발레리 아파니시예프) - Beethoven: Pathetique / Moonlight / Appassion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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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가장 유명한 피아노 소나타 비창 / 월광 / 열정
스스로 베토벤이 되어 위대한 음악가의 음악을 재현하려는 아파니시예프의 힘 있는 연주
1974년 브뤼셀에서의 리사이틀을 계기로 망명한 이후 서방측에서 활약하고 있는 러시아 출신의 이색적인 피아니스트, 발레리 아파니시예프는
작곡도 하고 또 프랑스어와 영어로 소설을 출판한 적도 있는 재주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피아니스트로서의 재능은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절묘한 템포로 노래해 가는 그의 피아노는 그러면서도 평형 감각을 유지하고 있어서
유례없는 설득력으로 청중의 마음에 강하게 호소해 온다. 레퍼토리도 넓은 피아니스트로 알려져있다.
<피아노 소나타 제8번 다단조 Op.13 ‘비창’>
비창, 마음이 몹시 상하고 슬프다는 뜻의 단어가 붙어있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작품은 1798년에 작곡되었다.
베토벤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전통을 모범으로 삼아 곡을 쓰면서 자신만의 어법을 모색하는 젊은 작곡가였다.
그리고 이 <피아노 소나타 8번>은 그 노력이 귀로 증명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독특함은 1악장의 서주에서부터 나온다.
보통 교향곡이나 소나타에서의 서주는 곡의 시작을 알리는 짧은 인트로의 역할을 하지만 베토벤은 1악장 전반에 이 서주를 사용해 주제를 강화 시킨다.
이어지는 2악장은 베토벤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느린 악장 중 하나이다. 베토벤은 자신이 노래할 줄 아는 작곡가라는 것을 여기서 들려준다.
3악장은 론도로, 대체적으로 우아하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에너지가 곳곳에 숨어있는 악장이다.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올림다단조 Op.27-2 ‘월광’>
이 작품에 월광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은 독일의 음악 평론가 루트비히 렐슈타프였다. 1801년에 완성된 이 소나타는 특이하게도 느림-보통-빠름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렇게 깊고 무거운, 느리고 잔잔한 화음이 조용히 펼쳐지고, 정적이면서도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이 1악장 이후에 보통속도의 2악장에서 베토벤은 감정을 잠시 환기시킨다.
이어지는 3악장은 빠르다. 1악장에서의 잔잔한 일렁임이 폭풍우가 되어 몰아친다.
<피아노 소나타 제23번 바단조 Op.57 ‘열정’>
베토벤이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쓰고 다시 삶을 찾아냈을 시기에 탄생한 작품이다.
‘열정’이라는 부제의 이 소나타는 1804년과 1805년 사이에 작곡되었다고 추정된다.
이 피아노 소나타의 1악장은 매우 천천히, 끈질기게 진행되면서 음악에 몰입한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리고 2악장에서는 평온함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지만 거기에는 끝이 있다. 3악장이 그 불길한 기운을 안고 바로 휴식 없이 이어진다.
이 마지막 악장에서 베토벤은 감정을 끊임없이 몰아세운다. 마치 슬픔이 화로 변한 듯한 음악과도 같다.
자, 이제 발레리의 소나타 연주를 들으며 베토벤의 의도를 직접 귀로 느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