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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애 - 내가 거기로 갈게
Liner Note_윤선애 [내가 거기로 갈게]

노래는 늘 기억을 동반한다. 그리고 노래에 관한 우리의 기억은 누군가의 목소리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노래는 결국 목소리의 예술인 까닭이다.
가령 80년대의 기억을 뜨겁게 간직한 사람이라면 수천의 군중 앞에서 울려 펴지던 <민주>나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기억한다. 그리고 윤선애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우리의 피를 격정적으로 솟구치게 했던 그 강렬하면서도 영롱한 목소리를 기억한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났다. 그 사이 그는 생활인의 삶을 살면서 드문드문 무대에 서서 노래 불렀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 역시 우리 모두와 함께 나이를 먹었고 목소리는 더욱 깊어졌다.
오래 만에 다시 듣는 그의 노래 속에는 격정 대신 관조가, 힘찬 외침 대신 일상의 작은 감정과 소소한 기쁨이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정수리를 서늘하게 깨우는 그 맑고 깨끗한 울림만큼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지난 세월은 딱 그만큼의 여정이었는지 모른다. 강렬하게 솟구치는 격정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차분하게 가슴을 적시는 관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된 그만큼 말이다.
윤선애의 여전히 맑으면서 더욱 깊어진 목소리가 새삼 지난 세월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그의 목소리를 좀 더 자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와 함께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그 서늘한 깨어있음의 기억을 좀 더 자주 느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김창남(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문화대학원 교수,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

뮤지션에게 가장 중요한 의무는 무엇일까. 물론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하지만 언제나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항상 그 마음을 잃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노력하는 일이다. 그 노력을 계속 작품과 공연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항상 최고가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애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을 음악으로 기록하면서 삶과 음악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일. 그것이 뮤지션의 숙명이다.
바로 윤선애가 2004년 [노동의 새벽] 음반에 참여하고, 2005년 [하산] 음반을 내면서 다시 음악으로 복귀해 하고 있는 일이다. 
꾸준히 신곡과 음반을 발표하고 공연을 펼치는 윤선애의 노래는 언젠가부터 자신의 자화상이 되었다. 스스로 원해서 혹은 거부할 수 없는 선택으로 고뇌해야 했던 시간들이 담겼고,
세상의 풍파에 휩쓸려야 했던 한 사람의 주름살이 담겼다. 단념하고 포기하고 절망하면서 깊어지고 넓어진 성인이 담겼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어른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고 꿈꾸는 삶을 여전히 사랑하고 그 길을 향해 가는 사람. 하지만 혼자서 달려가기보다는 뒤돌아보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이 그녀의 노래 속에 있다. 
오늘은 그 마음이 두 곡의 노래에 예쁘게 담겼다. <낭만아줌마>에는 어느새 ‘젊음은 지나갔고’ 아줌마라 불리는 중년여성이 되었으나,
여전히 "왜 아직도 설레임 가지고 살까"를 궁금해하는 해맑은 목소리가 있다.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에게 “내가 거기로 갈게”라고 노래하는 <내가 거기로 갈게>에는
'이제는 해가 저물어'가는 인생을 돌아보는 그리움과 아쉬움과 미안함이 담담하게 담겼다. 자신을 뽐내려하지 않고, 다른 이들을 억지로 흔들지도 않는 노래는 포크 록의 어법으로 여전한 순수함과 진실함을 드러낸다.
세상에 사라지는 것은 없다. 마음은 여전히 싱그럽고, 오늘은 어제와 다른 시간이 이어질 뿐이다. 내 이야기 같고 내 마음 같은 윤선애의 노래와 함께 우리는 오늘도 그 시간을 걷고 있다.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