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케일 (Grancale) - Treadmill (2nd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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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밴드 그랜케일(Grancale)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에 대한 추앙을 숨기지 않는다. 그랜케일에게 레드 제플린은 리메이크의 보고처럼 취급되는 초기 네 장은 물론, 표현력이나 창작력에 있어 록의 범주를 가벼이 뛰어넘기시작한 『Houses of the Holy』(1973)이후의 음악에서 받은 영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같은 그랜케일의 성향은 첫 작품이었던 『Disgrace And Victory』(2012) EP 이후 무려 5년 만에 선보이는 『Treadmill』 EP에서 더욱 선명히 나타난다. 두 가지 버전의 「Treadmill」을 포함해 총 네 곡을 포함하고 있는 이번 EP는 그랜케일의 완결된 앨범에 대한 갈증을 더욱 부추기는 멋진 노래로 채워져 있다.
EP 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힘을 뺀 「For Your Life」나 「Hot Dog」 혹은 에어로스미스(Aerosmith)나 블랙크로우즈(the Black Crowes)를 연상시키는 하드록 성향의 전반부와 포크-록 성향의 「Treadmill」로 이뤄진 후반부다. 전반부는 심플하지만 밴드의 연주력을 엿볼 수 있는 탄탄한 곡의 그루브가 듣는 맛을 배가시키고, 후반부는 풍부한 기타 소리가 차분하고 아름답게 청자를 감싼다.
하드록에 기댄 두 곡에 이어지는 두 가지 형태의 「Treadmill」은 앞서와 질적으로 다른 경험이다. 그랜케일은 곡을 만들며 닉 드레이크(Nick Drake)나 펜탱글(Pentangle)과 같은 브리티쉬 포크의 감성을 담고 싶었다고 전한다. 이를 위해서 밴드 버전에는 버트 잰시(Bert Jansch, 펜탱글 창립 멤버)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포크 뮤지션 드린지 오(Dringe Augh)와 협연으로 다채롭고 풍부한 사운드를 창출해냈다.
그랜케일은 마치 라이브를 하듯 원 테이크로 레코딩을 진행했다. 특히 「Treadmill」은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같은 부스 안에서 그대로 녹음되었기에 악기들 사이에 잔향이 서로의 소리를 타고 들어가기도 한다. 기타 소리조차 왼손 뮤트와 오른손 스트로크의 강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덕분에 가감 없는 정직한 밴드의 실력이 오롯이 드러나고 있다. 소스가 그러한 방식이 었기에 믹싱을 거쳐도 라이브의 현장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단 네 곡이 실려 있음에도 감동의 깊이는 얕지 않다. 레드 제플린의 다양한 음악 세계와 미국 서던록의 현재를 아는 이들에게는 더욱 진하게 다가설 음악이다. 그렇기에 갈증은 더해진다. 빠른 시일 안에 정규 앨범을 통해 속 시원하게 밴드 그랜케일의 음악을 양껏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