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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센치 (10cm) - 4집 / 4.0

이곳은 너와 나, 둘만의 공간

10cm 네 번째 정규앨범 [4.0]


'나'는 작은 방 안에 홀로 있다.

그 방 안엔 갖가지 감정의 편린들이 반짝이며 부유하고, 느릿느릿 떠돌고, 더러는 부딪혀 바스라진다. 나는 혼자이기에 필연적인 고독 속에서 '너'를 기다리고, '너'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나'에게 있어 이 작은 공간 안으로의 발걸음이 허락되는 이는 오직 '너' 하나뿐이며 그래서 그곳은 오직 '너와 나' 단 둘만의 작은 세계다.


[4.0]은 '십센치(10cm)'의 통산 네 번째 정규앨범이다. 현재 소속사 '매직스토리베리사운드'에 합류한 이후 다섯 번째 스튜디오 레코딩 작품이자 정규 앨범으로서는 2014년 [3.0] 이후 꼭 3년 만이다. 

여덟 곡의 새로운 노래를 수록하고 있는 앨범은 무엇보다도 최근 십센치가 듀오에서 '권정열' 1인 체제로의 큰 변화를 이행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행여 존재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었던 변화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십센치' 특유의 색채가 여전해서 다행스럽고 또 반갑다. '봄이 좋냐', '아메리카노'와 같이

흥미로운 발상, 상황설정을 특유의 발칙하고 위트 가득한 노랫말로 풀어내는 곡들이야말로 십센치의 시그니쳐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노래를 불러주는 달달한 상황을 '너'에게 바치는 "세상에서 제일 비싼 단독 공연"이라 노래하는 '폰서트',

'나'를 "너의 강아지처럼 길들여줘"라 짓궂게 고백하는 'pet'과 같은 곡들에서 여전히 건재한 십센치 고유의 감성과 센스를 만날 수 있다.

한편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쓰담쓰담' 등의 감성을 계승하는 달콤하고 기분 좋은 러브송들('아일랜드', 'Hotel Room')이나 '스토커', 'Nothing without You'가 그러했듯

처연하게 사랑을 갈구하고(Everything) 구원의 손길을 청하는(Help) 절절한 발라드 넘버들도 골고루 수록, 십센치의 고유의 색채를 잃지 않은 다양한 분위기의 트랙들이 균형감 있게 배치되어 있는 작품이다. 


[4.0] 속 화자인 '나'는 작은 방 안에 홀로 있고 그 방 안에서 '너'를 기다린다. '나'는 '너'의 사랑을 애타게 소망하고, 또 '너'에게서 구원을 바라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 이 작은 공간 안으로의 발걸음이 허락되는 이는 오직 '너' 하나뿐이며 그래서 이곳은, [4.0]은 오직 '너와 나' 단 둘만의 작은 세계다.


글: 김설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