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이안 (ninaian) - Incomp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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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ian의 'imago' 프로젝트, 그 첫 번째
─컴필레이션 음반 [incomplete]
음반 프로듀서, 기타리스트, 전시 및 영화 음악 작곡가 등으로 활동해 온 ninaian(니나이안).
한 장의 솔로 음반을 낸 뮤지션이라는 사실 외에도 밴드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일명 속옷밴드의 멤버로 알려져 있는 그가 새로운 개인 프로젝트 'imago'를 기획했다.
뮤지션들과의 공동 작업 또는 음악이 아닌 전혀 다른 분야와의 작업이 될 수도 있을 이 프로젝트에서, 첫 작업물로 [incomplete]라는 제목의 컴필레이션 음반을 발표한다.
복합문화공간 무대륙(mudaeruk.com)의 상설 기획 공연 'ambient M.O.O.O.'가 인연이 되어, ninaian 자신을 포함해 김건형, 최강희, 타무라료, 조영민, 박성민까지 모두 6명의 역량 있는 뮤지션들이 의기투합했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우나 폭넓게는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즉흥 연주'의 키워드로 아우를 수 있는 이 뮤지션들은, 이번 음반을 통해 개성 있는 접근법과 사운드를 선보이면서도 크게는 공통된 무드(mood)를 지향한다.
'imago'라는 단어와 개념에 매료되어 이를 타이틀로 이름 붙였다는 ninaian은 이 과정에서 음반의 전체적인 흐름을 구상해 트랙들을 배치하고, 트랙에 따라 레코딩과 믹싱을 담당하는 등 제반 요소들을 디렉팅하며 제작을 총괄했다.
한편 재킷 이미지에는 영상 및 전시 작업을 통해 ninaian과 꾸준히 교류해 온 런던 기반의 드로잉 · 비디오 아티스트 최자윤(Jayoon Choi, aoooi.co.uk)이 함께했다. 음반의 전체 트랙을 들으며 떠오르는 심상을 포착해 드로잉으로 표현하고, 이를 ninaian과 공유하며 조율해 나갔다.
*회상과 공감, 그 반대편에 서다
─불완전한 '상상'과 '교감'의 음악
음악을 들을 때, 대개의 청자들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 그 음악이 주는 이미지를 포갠다. 이때 음악은 개인의 '회상'과 '공감'이 중첩되며 증폭되는 매개인 셈이다.
그러나 이 음반은 당신에게 '상상과 교감의 듣기'를 권한다. 지난 것을 돌이켜 곱씹기보다는 '지금 이곳의 무엇, 혹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거나 어쩌면 아주 경험하지 않을 무언가를 미루어 짐작하는 방식의 듣기'를 우리 앞에 슬몃슬몃 내민다. 나아가 각각의 곡을 만든 이들이 무엇을 표현하려 했을지 가늠해 보는 것도 흥미로우리라는 제안까지.
그렇게 청자가 11개의 트랙을 오가며 자신만의 이미지를 더듬어 가는 70분의 여정은, 이 음반의 타이틀이 다름 아닌 이마고(imago; 무의식에 기초한 주관적 이미지)라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상과 교감은 어디까지나 '불완전한' 것으로 남는다. 그러나 그 무엇인들 완전무결하겠는가. 이쯤의 불완전함과 유결(有缺)함은 괜찮다고 믿어 본다. 닿으려 애쓰는 과정만은 언제고 아름다울 것이므로.
*주요 트랙 리뷰
2. 최강희(Choi KangHee) | subway
뉴욕에서 데뷔, 다양한 소재를 음악적 요소로 활용하는 최강희는 이 음반에서 필드 레코딩(field recording)을 기초로 즉흥성을 가미한 트랙들을 선보이고 있다. 젊은 뮤지션의 날 선 감각과 예민한 감수성이 엿보인다.
3. 타무라료(Tamura Ryo) | 오후의 큐브릭
한국 전통악기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 소품, 일상의 소리를 활용해 무용 · 연극 무대에서 즉흥 음악을 선보이는 일본인 타악 연주자 타무라료. 사운드 오브 서울(www.soundofseoul.com) 프로젝트를 통해 채집해 온 서울의 소리에 연주를 덧입히는 형태로 곡을 완성했다.
4.
소품 격의 무제(untitled) 트랙.
부유하던 공기가 묵직한 피아노 음에 부딪혀, 느리게 가라앉는 듯하다.
(written by ninaian)
5. 조영민(Cho YoungMin) | 찢겨지다
관객의 시선을 피하듯 맨바닥에 장비를 늘어놓고 쪼그려 앉아 공연하는 모습은 이제 그의 상징이 되었다. 세련되지 않지만 결코 투박하지 않은 균형미는 이 장르의 기본과 원형(原形)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멋 부리지 않은 담백함은 오래도록 옳을 것이다.
6. 김건형(Kim GunHyung) | BMB
수줍은 듯 어딘가 곤두선 트랙 1, 트랙 10과 비교하면 동일인의 곡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다른 결을 띤, 이 음반에서 가장 의외의 트랙. 포크송(folk song)을 겉에 두른 전도유망한 젊은 클래식 기타리스트에게서 전자음악적 요소가 설핏 스친다. '감미롭다'라는 형용사가 절로 연상되는 트랙.
7. 박성민(Park SungMin) | into the sea
그날 이후, 바다는 처연하고 죄스러운 곳이 되었다. 프로그램 코딩을 이용한 작곡과 라이브 연주,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독자적 행보를 구축해 가는 박성민. 그가 떠올린 바닷속.
11. 니나이안(ninaian) | janus
참여 뮤지션들의 트랙 1~10을 충분히 음미하고 재킷 드로잉을 받아 본 뒤 완성한 이 곡은 첫 번째 imago의 끝과 동시에 두 번째 imago의 시작을 알린다.
앞의 트랙들에 비해 낮은 볼륨, 조악하게 의도된 톤. 문(門)에는 앞뒤가 따로 없다고 여긴 고대 로마인들은 문의 수호신 야누스에게도 시작과 끝의 두 얼굴이 공존한다고 보았다.
문을 '닫으면', 이야기가 '시작'된다.
| 본 음반은 500매 한정으로 제작되었으며 트랙 미리 듣기는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를 통해 제공 중이다.
https://soundcloud.com/ninaian/imago-1_incomplete-p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