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엑스엑스(XXX) - 1집 교미 (Ky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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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첫번째 EP [KYOMI]의 발매를 앞두고 있는 XXX는 국내 대중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신인 아티스트다. 하지만 이들이 데뷔 이전에 쌓아온 이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이 얼마만큼이나 준비된 아티스트인지 느낄 수 있다. XXX는 래퍼 '김심야'와 프로듀서 'FRNK(프랭크)'가 결성한 듀오다. '김심야'는 어떠한 정규 작품도 없이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을 수상한 'E SENS'의 [The Anecdote] 에 유일한 피쳐링진으로 참여하면서 힙합 음악팬들을 놀라게 했던 래퍼다. 'FRNK' 역시 'E SENS'의 'Sleep Tight'을 프로듀싱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여, 어떠한 정규 작품도 없이 'f(x)' 정규 4집의 타이틀곡, '4 Walls'의 공식 리믹스를 맡았다.
아직 데뷔 앨범을 발매하지도 않은 이 두 사람에게 해외에서 보여준 관심 역시 상당히 이례적이다. 애플뮤직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송, '비츠원 라디오(Beat 1 Radio)'를 시작으로 '메종 키츠네 핫 스트림(Maison Kitsune Hot Stream)', '하입트랙(Hypetrak)'과 같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매체들에서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 XXX의 음악을 중요하게 소개했다. 신인으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놀라운 행보가 아닐 수 없다.
[KYOMI]는 XXX의 진보적인 음악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 곡 '승무원'을 포함하여 총 7곡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된 이 앨범은 랩 음악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비트는 전자음악에 더 가깝다. 이들은 한 곡 안에서 끊임없이 변주를 거듭하면서 힙합, 퓨처 베이스, 트랩, 신스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XXX 음악의 오리지널리티는 이처럼 경계를 넘어서는 것에 있다.
XXX는 변화무쌍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KYOMI(교미)]라는 일관된 컨셉 안에 담아 냈다. XXX는 파티를 즐기는 남녀의 모습을 '동물들의 잔치', '교미'라고 표현하면서 젊은이들의 엉큼한 속마음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조롱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파티의 주인공이 되지못해 아쉬워하는 자신의 이면에 존재하는 멋지지 못한 모습을 솔직한 가사를 통해 드러내기도 한다. 앨범 [KYOMI]가 듣는 사람들에게 쾌감을 주는 이유는 이런 솔직함 때문이다. 즉흥적이라고 느껴질만큼 과감하게 소리를 운용한 이번 앨범의 비트들 역시 이들의 음악에 재미를 더한다. 예상치 못한 음악의 전개와 참신한 소스들로 가득차 있는 창조적인 비트들은 이들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또 다른 중요한 수단이다.
그 동안에도 프로듀서와 래퍼가 한 팀을 이루어 앨범을 발표한 사례는 많이 있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비트를 만들고, 래퍼는 그 위에 랩을 하는 단순하고 분리된 방식으로는 시너지를 내기 힘들다. XXX는 이번 앨범에서 하나의 컨셉 아래 각자가 품은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색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다른 개성을 가진 두 사람의 표현 방식이 앨범 안에서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것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특정 장르가 가진 한계를 넘어서게 되었다. 젊은 아티스트들 답지 않은 노련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앨범의 소리는 f(x) 4 walls 공식 리믹스에 참여하고, 'E SENS'의 '비행'을 작곡한 것으로 잘 알려진 DJ이자 프로듀서, '250'이 믹싱하고, 세계적인 엔 지니어 '블라도 멜러(Vlado Meller)'가 마스터링하여 완성도를 높였다.
'블라도'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셀린 디온(Celine Dion)', '오아시스(Oasis)',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명반들에 엔지니어로써 참여하며 그래미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기도 한 장인이다. '블라도'는 평소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 거의 코멘터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이번 XXX의 앨범에 대해서 '매우 인상깊다(so impressed)'고 말하며, '음악과 랩핑이 혁신적이고 신선하다(innovative and fresh)'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유행에 취약하고 유사한 스타일이 범람하는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 XXX의 등장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XXX의 [KYOMI]는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그 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