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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 Odell - Wrong Crowd (Deluxe Version)
영국의 젊은 싱어 송라이터 톰 오델(Tom Odell)의 출발은 화려했다. 2013년에 내놓은 데뷔 앨범 [Long Way Down]으로 그는 영국 앨범 차트 1위와 백만 장 이상의 판매고 외에도 음악인들이 직접 주는 상 아이버 노벨로 어워드에서 올해의 송라이터 부문을 받는 기록까지 알뜰히 챙긴 것이다. 앨범 전에 이미 브릿 어워드에서 평론가들이 뽑은 유망주 부문을 수상하는 좋은 출발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는 기대 이상이었다. 헌데 이것도 모자라다는 듯, 2014년 존 루이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광고 음악으로 쓰인 (비틀즈 곡의 커버)가 데뷔 앨범에서의 에 이어 톰 오델의 두 번째 톱 텐 히트곡이 되며 그의 데뷔 성적은 최고점을 찍는다.
 
3년 만에 그가 준비해 들고 나온 새 앨범의 타이틀은 [Wrong Crowd]. 그리고 앨범 표지에는 자신의 얼굴 전면을 가득 담았다. 자신의 장기인 피아노 위주의 편곡으로 [Long Way Down]을 채웠던 홍안의 수줍은 소년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확실히 담대한 변화다. 그리고 그 담대한 변화는 사실상 이번 앨범의 핵심이다. 과연, 앨범 전에 선행 싱글로 선보인 타이틀 곡 와 동명의 뮤직비디오를 접하면 이번 앨범이 전작과는 ‘꽤 많이’ 다르리라는 예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후속 싱글이자 앨범의 공식 첫 싱글인 에 이르면 그 예감은 확신이 된다. 이 곡에서의 그의 멜로디 감각은 최고 수준이고, 그것을 담아낸 편곡 형태도 실로 빅 사운드이다. 듣다 보면 톰 오델이 거의 팝스타처럼 느껴질 정도다. 사실 그가 아무리 전도유망한 싱어 송라이터로 처음 등장했다 한들, 금발이 흐트러지도록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두드리며 격하게 러브송을 부르던 훈남 비주얼로 인해 많은 여성 팬들에게는 일찌감치 아이돌이자 팝스타였던 터지만, 그래도 이런 변화는 그녀들마저 흠칫 놀라게 만들 만하다. 톰 오델이 비디오 감독 조지 벨필드와 함께 시리즈로 기획한 이번 앨범 뮤직비디오 연작들을 보면 변화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옆집 소년 풍의 귀염둥이가 어떻게 매력적인 나쁜 남자가 됐는지를.
톰 오델은 이번 [Wrong Crowd]를 일종의 스토리가 있는 앨범으로 기획했다. 컨셉트 앨범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해서 그가 순수와 자연과 어린 시절을 희구하는 테마로 내용을 꾸몄다는 것이다. 그는 앨범 준비 기간에 뉴욕과 LA에 조금씩 체류했는데, 그 중 뉴욕에서 지낼 때는 영화를 열심히 보러 다녔다. 스스로도 영화 팬을 자처하는 그가 이때 섭렵한 것들이 왕가위, 파올로 소렌티노, 테렌스 말릭, 빔 벤더스, 페데리코 펠리니의 작품들이었고, [Wrong Crowd]의 위와 같은 테마를 잡을 때는 그 중 테렌스 말릭의 영화 <씬 레드 라인>이 직접적인 영감이 되었다. 그리고 모르긴 해도 이미지에 대한 이런 관심이 지금과 같은 뮤직비디오 연작 기획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하여 가상의 한 사람의 세계를 하나의 앨범으로 그려내고자 했지만, [Wrong Crowd]의 곡들은 놀랄 만큼 개별적/독자적으로 기능하며, 또한 사랑 테마에 많이 치우쳐 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의 결핍이거나 상실감에 대한 것이다. 예전 나 이번 처럼 악곡에서 기시감이 너무 강력하게 발현될 때는 조금 우려스럽기도 했으나 어쨌든 톰 오델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끼는 사랑과 관련된 복잡한 감정들을 상당히 능숙하게 다루는 송라이터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안정적인 팝송 작곡 스타일에 담아낸 게 이 [Wrong Crowd] 앨범이라고 하고 싶다. 어쩌면 이 앨범으로 톰 오델은 본격적인 ‘마티니 아이돌’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