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민 - 구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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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채민이 처음 음악으로 대중 앞에 나선 것은 80년대 후반 어느 가요제를 통해서이고, 이 앨범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내어놓는 것이다. 그동안 그는 연극배우, 조형작업가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다양한 작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를 굳이 찾는다면 ‘둔다’로 정리할 수 있다. ‘둔다’는 것은 억지로 무엇을 만들어 내지 않는 것이며, 세상의 일들이 스스로의 작은 원칙에 따라 흐르도록 그냥 놓아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자연스러움 위에서 구채민이 추구하는 것은 중심을 유지하는 자신, 그리고 그와 이어져 있는 관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 성과를 자연스럽게 수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앨범은 때가 되어 녹음하게 되었으며, 어떤 것을 향해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레 만들어지도록 놓아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함께 앨범을 만든 사람들은 기타리스트 손정일과 인디뮤지션 우주인이다. 이들은 각자 다른 언어로 대화하였으며 같은 교감을 꿈꾸었고, 각자의 의미를 완성하였다. 이번 앨범은 충분할 수도 있으며, 충분히 불충분할 수도 있다. 그것이야말로 구채민이 의도하는 바로 읽어야 할 것이다.
[Tracks]
1. 어슴푸레 (Composed, Lyrics by 구채민 / Arranged by 손정일, 구채민 / E. A. C. Guitar, Bass : 손정일)누구나가 개인일 수밖에 없는, 그래서 누구나 느껴 보았을 절망에 가까운 어느 하루를 노래했다. 오래전에 맛보았던, 지금도 느낄 수 있는 나의 하루.
2. 꼬리를 흔들고 가네(Composed, Lyrics by 구채민 / Arranged by 손정일, 구채민 / E. C. Guitar, Bass, Drums Programming : 손정일)거리를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꼬리의 움직임이 선명한 한 마리 가오리를 그린 그림을 보았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 그림에 대한, 그 꼬리의 움직임에 대한 어려운 설명처럼, 그녀에게도 그런 선명한 움직임을 가진, 내가 그 움직임의 의미를 알 수 없는 꼬리가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3. 추적이는 빗소리(Composed, Lyrics by 구채민 / Arranged by 손정일, 구채민 / A. C. Guitar, Bass : 손정일)누구에게나 부끄러운 지난 날들이 있다. 부끄러워서 잠을 이룰 수 없는 참담한 밤이 있다.
4. 긴 여행(Composed, Lyrics, Arranged by 우주인 / A. Guitar, Drums Programming : 우주인, 손정일 / E. Guitar Programming : 우주인)채민형에게 곡을 드리기로 한 날, 함께 차를 타고 가며 나눴던 이야기와 그 찰나 보았던 거리의 풍경을 생각하며 쓴 곡이다. 긴 여행 중에 있는 우리의 삶들이, 거리마다 늘어서 있었다.
5. 책임(Composed, Lyrics by구채민 / Arranged by손정일, 구채민 / A. Guitar, Bass : 손정일)우리는 모든 부정한 일들의 공범이다.
[Credits]
Produced by 손정일, 우주인
Recorded & Engineered by 우주인, 구채민 (at 우산, 서씨네, 뭉클)
Mixed by 우주인, 손정일
Mastered by 우주인
Photographed & Designed by 배길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