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gwai (모과이) - ATO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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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mic” 사운드 트랙은 우리 밴드에게 가장 큰 성취감과 강렬한 경험을 안겨준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히로시마에서 공연을 하고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 이후로 핵이라는 주제는 우리에게 줄곧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영화 스코어와 이 앨범 모두 정말로 자랑스러운 결과물이다.”
- Stuart Braithwaite (기타, 보컬)
모과이는 현재 ‘스튜어트 브라이스와이트(Stuart Braithwaite, 기타, 보컬)’, ‘도미닉 애치슨(Dominic Aitchison, 베이스)’, ‘마틴 불록(Martin Bulloch, 드럼)’, ‘베리 번스(Barry Burns, 기타, 키보드, 플루트)’의 4인조로 구성되어 있다. 모과이는 2007년 영화 ‘지단, 21세기의 초상(Zidane, A 21st-century Portrait)’의 사운드트랙 작업을 담당하였으며, 2013년 프랑스 TV 시리즈인 “Les Revenants”의 음악을 담당하여 음악적 영역을 넓힌 바 있다.
그리고 여기 그들의 또 다른 결과물이 있다. 세 번째 사운드 트랙 작업인 ‘Atomic’은 2015년 BBC Four를 통해 방영된 다큐멘터리 “Atomic: Living In Dread and Promise”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였던 음원들을 새로 작업한 앨범이다.
100% 기록 영상만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는 핵에 대한 공포를 다룬 일종의 인상주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반핵 운동, 냉전시대의 위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등이 그 주요 소재이다. 그러나 동시에 X-ray, MRI가 어떻게 우리 삶의 질을 향상 시켰는지 보여주며 핵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이면 또한 그려내고 있다.
모과이의 사운드트랙 역시 영상의 흐름에 따라서 핵 시대의 악몽과도 같은 공포와 환상적인 기술 향상을 동시에 포착해낸다. 이전 “Les Revenants” 사운드트랙 작업 시에는 밴드가 다수의 곡을 한꺼번에 제공한 후 편집하면서 장면과 어울리는 곡을 선택하는 방식이었으나, 아토믹 작업 시에는 장면장면에 맞춰서 곡을 썼다고 한다. 흐름에 따라 지배적인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작품의 특징 때문에 택한 작업 방식이라고 하는데, 때문인지 확실히 뮤직비디오처럼 유기적인 구석이 있다.
앨범의 첫 트랙이자, 다큐멘터리의 오프닝에 삽입된 “Ether“에서 특히 프렌치 호른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초반부의 신스 아르페지오를 가로지르며 서서히 등장하는 관악기의 소리는 어스름한 새벽녘 같은 미묘한 희망을 느끼게 한다. 후반부 기타의 등장과 다다르는 절정부는 모과이의 전매 특허 같은 인상인데, 예의 그 꽉찬 사운드와 멜로딕한 베이스라인을 듣다 보면 이 곡의 라이브 무대가 더욱더 궁금해지고 또 간절해진다. 이는 다음 트랙 “Scram“ 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단조의 신디사이저가 변칙적인 박자로 반복되어 희망보다는 불안을 야기하는데, 제목 역시 “(원자로의) 긴급정지”라는 의미이다. 정말로 너무나 불길한 느낌이다.
앨범 수록곡 중 최초로 공개되었던 트랙 “U-235“는 [Rave Tapes] 수록곡 “Remurdered“를 연상시킨다. “Are You A Dancer?“는 앨범에서 가장 서정적인 곡이다. 느슨하게 하강하는 바이올린 멜로디는 길게 내쉬는 한숨처럼 나른한 동시에 또 우울하다. 제목은 역설적이게도 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발걸음 하나 떼기 어려운 무력감에 가깝다.
“Ether“와 더불어 가장 밝은 곡인 “Tzar”는 곡의 구조 또한 서로 비슷하다. 다만 영국 밴드 ‘소피아(Sophia)’의 멤버이자, ‘갓 머신(God Machine)’의 전 멤버인 기타리스트 ‘로빈 프로퍼 셰퍼드 (Robin Proper-Sheppard)’의 참여로 앨범 중 가장 풍성한 기타 사운드를 들려준다. 예전의 모과이를 더 그리워하는 올드팬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만한 포스트록 넘버이다.
앨범 중반부와 후반부에 각각 배치된 “Little Boy“와 “Fat Man“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 폭탄의 이름이다. 두 곡은 모두 일관되게 무거운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데 특히 마지막 트랙 “Fat Man“의 미니멀한 건반은 점점 음 사이의 간격을 벌리며 청자에게 아득한 여운을 남긴다.
모과이는 가사가 없는 음악을 주로 만들지만 뮤지션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현실에 참여하고 있다. 어쩌면 시대의식은 이성만이 아니라 상당 부분 감성의 영역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난히 시끄러운 그들의 음악은 모든 의미에서 진폭을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