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아이드 소울 (Brown Eyed Soul) - 4집 / SOUL CO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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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4집은 없었다.
흑인 음악 연대기 “Soul Cooke”
브라운아이드소울 3집이 발매된 때가 2010년. 5년이 흘렀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이 정규 4집을 준비하며 싱글 개념의 ‘Thank Your Soul’을 발매한 것이 2013년. 앞선 싱글을 바탕으로 정규 4집의 ‘A Side’를 발매한 것이 2014년이니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규 4집 작업은 꽤나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셈이다. 작업의 속도로만 판단했을 때 2015년의 끝자락에 찾아온 브라운아이드소울의 4집은 이전 ‘A Side’에 담기지 못했던 반쪽이어야 하지만 늘 그래왔듯 브라운아이드소울은 기다림의 명분을 만들어 낸다. ‘A Side’에 앞서 공개되었던 곡들은 마치 신곡인듯 새 옷을 입고 적재적소에 자리했으며, 전체적 콘셉트는 물론 한 곡 한 곡의 배치와 섬세한 디자인까지, 5년의 시간이 납득이 되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도 쪼개지는 극단적인 스낵 컬처의 시대에 왜 아직도 음원을 앨범으로 발매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독보적인 뮤지션 브라운아이드소울.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듯 전체를 구상하고 심상을 배치한 뒤 감성을 그려 나가는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소울 요리’ 실력에 늘 그렇듯 다시 한 번 감동하게 된다.
다채롭게 차려진 소울 만찬
“Thank your soul cook!”
이번 정규 4집의 온전한 타이틀은 “Soul Cooke”. 카세트테이프를 풀어 파스타처럼 만들어 낸 재치 있는 커버처럼 흑인 음악을 ‘요리’라는 콘셉트 안에서 풀었다. 음악을 요리한다는 콘셉트로 시대별 흑인 음악들을 한 앨범에 담는 시도를 했다. 엄밀히 따지면 한 개의 ‘요리’가 아닌 다채로운 요리로 테이블을 채운 ‘만찬’이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시대를 대표하는 흑인 음악 스타일들을 요리하듯 녹여냈다.
타이틀에 담긴 또 하나의 디테일은 요리의 단어를 ‘cook’이 아닌 ‘cooke’으로 쓴 부분. 소울 레전드 샘 쿡(Sam Cooke)의 성에 붙어 있는 ‘e’를 넣어 소울 레전드에 대한 존경을 표현했다. 마빈 게이(Marvin Gaye)가 샘 쿡에 대한 존경으로 ‘Gay’라는 자신의 성에 ‘e’를 더해 ‘Gaye’로 활동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존에 발표했던 곡들은 믹스와 마스터링을 다시 진행해서 좀 더 풍성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앨범에 수록했으며, 필리(Philly), 90년대 R&B, 모던소울, 훵크, 재즈까지 녹여냈다. 지난 앨범들보다 더 하모니 위주로 음악을 채웠으며, 앨범의 마지막은 10년 넘게 사랑해 준 팬들에 대한 감사를 담아 ‘Thank Your Soul’을 배치했다.
지난 앨범처럼 앨범 커버에서도 재미있는 상징들을 찾아볼 수 있다. 카세트테이프 파스타에 올려진 포크와 숟가락은 브라운아이드소울 4명의 멤버를 상징하며 그릇을 전통 자개 상위에 올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체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상에는 8개의 기쁠 희(喜)자가 적혀 있다. 한자 ‘기쁠 희’는 ‘음악을 들으면 기쁘다’라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멤버들의 사진도 앨범의 전체 콘셉트에 맞게 음식점에서 음식을 요리하듯 음악을 요리하는 콘셉트로 촬영했다.
17첩 반상 중 더블 타이틀
‘밤의 멜로디’ & ‘Home’
앨범의 타이틀곡은 ‘밤의 멜로디’와 ‘Home’. 더블 타이틀이다. ‘밤의 멜로디’는 전형적인 1970년대 필리 소울(Philly Soul) 중창 발라드곡으로 1970년대에 유행하던 시타르 기타 사운드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팝송을 개사한 듯한 가사와 애절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으로 한글 가사로 필리 소울을 완성해 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흑인 음악에 대한 애정의 크기를 엿볼 수 있는 곡으로 소울 음악 매니아들은 물론 멤버 본인들에게도 깊은 의미를 전한다. ‘Home’은 1990년대 EP사운드 중심의 전형적인 팝 발라드 곡이다. 하모니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흔한 사랑 얘기가 아닌 가정에 대한 소재로 곡을 풀어냈다. 사회적으로 가장 기본단계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상처가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자하는 의도를 담았다. ‘My Story’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팬들이 사랑해왔던 브라운아이드소울 특유의 폭발적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
멤버들의 목소리만으로 거의 모든 곡을 소화해왔던 이들이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두 명의 뮤지션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에픽하이의 타블로와 유성은이 그 주인공. 타블로는 ‘Tender Eyes’에 랩을 보탰다. 1980년대 업템포 훵키 사운드로 신스와 훵키 그루브에 더해진 랩과 스크래칭이 인상적이다. 유성은은 ‘그만. 그만’에서 성훈과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의 진한 보컬색이 끈적끈적 넘실거린다.
이 외에도 6곡의 신곡이 앨범에 더해져 총 17개 트랙이 풍성하게 앨범에 담겼다. 앨범의 문은 전형적인 R&B 중창단 느낌을 살린 아카펠라 ‘Soul Cooke’이 열어주며, 베이비페이스(Babyface) 스타일의 1990년대 스타일 R&B 발라드 ‘사랑의 말 (How Much I Love You)’, 테이크식스(Take6)와 퀸시 존스(Quincy Jones)의 스타일을 담아 낸 하모니 위주의 재즈 넘버 ‘Groove Midnight’, 스트링과 오케스트레이션이 일품인 신앙 고백송 ‘Rapture’, 아이에게 전하는 영준의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부서질 듯 섬세한 정엽의 감성으로 완성한 ‘The Only Love’ 등 한곡 한곡이 모두 훌륭한 식재료로 앨범에 녹아들었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이 해내가고 있는 일련의 작업들은 어쩌면 특별하지 않은 작업일 수 있다. 과거 선배들이 만들어 냈던 멋진 음악과 음악 역사 속에 존재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시도들이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과 이미지에 감동하게 되는 건 그만큼 우리들의 추억이 아름답고 소중하고 그리고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 / 대중음악평론가 이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