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 1집 / Und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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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울리는 서정적 벨칸토 창법의 리릭 소프라노로 화려하고 품격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클래식과 크로스 오버를 넘나들며 한국 성악계를 이끌고 있는 선두주자 이수연의 첫 번째 앨범
소프라노 이수연은 이태리 파르마 국립음악원과 빼스카라 아카데미를 나온 재원답게 정통 이태리 벨칸토 창법이 주는 서정미와 화려하면서도 품격 있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연주 가능한 음역대가 넓어 오페라의 많은 배역을 소화할 수 있으며 배역의 캐릭터에 따라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는 큰 장점도 가지고 있는 흔치 않은 성악가이다.
이번 음반은 그러한 이수연의 장점들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레파토리로 구성하였다. 고음 영역대가 즐비한 루살카의 “Song to the moom"부터 메조 소프라노 음역대의 곡인 카르멘의 “Habanera"까지 이수연 소프라노의 놀라운 역량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Solveig's song"과 주지훈 작곡가의 “Undine Arirang"에서는 노래 선율 뒤쪽으로 그림자가 드리운 soulful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Undine'(물의 요정)라는 음반 타이틀은 음반의 첫 곡이 물의 요정 루살카의 사랑 고백 노래인 “Song to the moom"에서 착안하여 가져왔는데
여러 가지 매력과 음색을 보여주는 이수연 소프라노의 이 음반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음반은 또 ‘소프라노와 하프 (Song to the moon, Solveig's song)’ ‘소프라노와 첼로(Ombra mai fu)’ 등의 구성으로 다소 minimal한 느낌으로 기존의 성악 음반과 확실히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음반에는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 테너의 대표곡인 “오묘한 조화 Recondita Armonia”를 소프라노 곡으로 만나보는 재미도 있다.
<앨범소개>
물의 요정, 내면적 원전을 찾아서
음악의 가치는 인간의 내면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는데 있다. 물의 요정
성악의 배경으로 존재하였던 솔로형식의 반주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대화적 구성기법, 남성성과 여성성의 넘나들기, 즉 테너곡의 소프라노곡으로의 변신 따른 새로운 곡해석, 극중 이야기의 단순한 대응이 아닌 보이지않는 감성을 읽어내는 곡해석, 그리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소통적 가치의 발견을 통하여, 현대인에게 잊혀졌던 내면적 가치를 일깨우려 하는 것이다.
<곡소개>
1. Song to the Moon (Dvorak/Rusalka)
드보르작의 오페라<루살카>는 ‘체코판 인어공주’ 이야기이다. 우리가 아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대신하여 물의 요정 루살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오페라<루살카> 1막에 나오는 이 아리아는 호수가에서 몇 번 훔쳐본 인간세계 왕자를 사랑하게 된 루살카의 노래이다. 하늘에 떠있는 달님을 향해 자신의 사랑을 왕자에게 전해달라고 절실히 부탁하는 노래이다. (여기서는 체코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녹음하였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아닌 하프와 목소리만의 담백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노래를 통해 루살카의 내면을 발견해낼 수 있다. 루살카의 마음을 비추듯 떨어지는 달빛은 하프라는 악기로 구현하였다. 평균율로 조율되지 않는 하프는 언제나 정음을 지향하는 다른 악기들에 비해 신비스럽고 자연스럽다. 그러기에 하프는 달빛의 이미지기도 하며, 또한 물의 요정 루살카의 마음을 대변하는 거울과도 같다. 원곡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바이올린 솔로를 추가했다. 통주저음 악기 없이 하프와 바이올린 선율로만 부르는 루살카의 외로운 사랑독백이 더욱 가슴을 울린다.
2. Recondita armonia (Puccini/Tosca)
이 곡은 푸치니의 대표 오페라<토스카>중 1막에서, 토스카의 연인이자 화가인 카바라도시(테너)가 부르는 아리아이다. 그는 성당에서 기도를 드리러 가끔 오는 부인을 모델 삼아 막달라 마리아의 초상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던 중 가지고 있던 연인 토스카의 초상과 자신이 그리고 있는 마리아 상이 너무 닮아 있음을 놀라워하며 이 노래를 부른다. Recondita armonia의 뜻은 hidden harmony 즉, “숨어있는 조화”로 번역되나 카바라도시의 놀람의 감탄을 더해 “오묘한 조화”로 번역되어 널리 알려졌다.
이 곡은 멜로디 라인이나 곡의 전개가 남자보다는 여자가 부르는 것이 오히려 내면적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해석되었다. 어쩌면 이곡은 푸치니가 <토스카>를 작곡할 때 처음에 토스카(소프라노)가 부르는 아리아로 써 놓았다가 나중에 카바라도시(테너) 곡으로 바꾸지 않았을까하는 가정도 생겨난다. 그래서 과감히 이 노래를 소프라노 버전으로 기획해 보았다. 요번 Recondita armonia 곡은 세계 최초 소프라노 버전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 연주를 들어보면 전혀 원래 테너 곡이었다는 사실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감정선이 완벽하게 조화되었다. 테너로 연주된 원곡과 비교해 들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3. Ombra mai fu (Handel/ Serse)
이곡은 일명 “헨델의 라르고(largo)”로 알려져 있는 곡이다. 헨델의 오페라<세르세>중 1막을 여는 페르시아의 왕 세르세(크세르크세스)의 아리아로 아늑한 그늘로 휴식을 주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찬양하는 노래이다. 원래 세르세의 곡은 카스트라토를 염두에 두고 작곡하였지만 지금은 소프라노 또는 카운터테너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늘 평온함으로 해석되는 이 곡은 오히려 극적 긴장감이 흐르는 곡으로 해석될때 냄면적 가치가 증폭된다. 우뚝 서 있는 큰 나무와 같은 첼로와 영웅 세르세의 소프라노의 노래가 마주하며 나란히 서 있는 대립적 구도의 음악을 구현하였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과 같은 중음 주법의 바로크적 첼로 선율과 정제된 맑은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서로 대비되면서도 조화되는 신비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4. ‘O mio babbino caro (Puccini/Gianni Schicchi)
푸치니의 유일한 희극 오페라<자니 스키키>중 자니 스키키의 딸 라우레타가 연인인 리누치오와 꼭 결혼을 하겠다며 부르는 아리아로, 리누치오와 결혼을 못하면 아르노강에 빠져 죽겠다고 자니 스키키에게 애원과 귀여운 협박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곡이다. 그러나 오페라의 내용 전개상 자니 스키키에게 결혼의 허락을 구하는 노래라기보다는, 꾀 많은 자니 스키키에게 리누치오가 상속을 받을 수 있도록 묘안을 내달라고 부탁하는 노래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사실 수많은 성악가들이 많이 불렀지만 21세의 피렌체 처녀의 노래라고 생각되는 음반은 그다지 많지 않으며, 심지어는 중년 여인의 푸근함까지 느껴지는 연주들로 넘쳐난다. 이 음반에서는 가볍고 산뜻한 음색을 유지시키면서도 깊은 사랑에 빠진 여인의 감성과 내면을 구현하였다.
5. Quando me’n vo (Puccini/La Boheme)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2막에서 다소 집시같이 자유스러운 무제타가 나이든 부자 애인 알친도로와 카페 모뮈스에 들어서다, 옛 연인이었던 마르첼로 일행과 마주치자 마르첼로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부르는 노래이다.
일명 “무제타의 왈츠”로 알려진 이 노래는 겉으로는 화려함을 좇는 무제타의 매혹적인 면을 주로 표현해왔다. 그렇지만 이 음반에서는 화려함 대신 절제된 아름다움과 오페라 후반에 나타나는 그녀의 따듯한 내면을 보여주는 해석을 가미하였다.
6. Habanera (Bizet/Carmen)
비제의 오페라<카르멘> 1막에서 카르멘이 남자 주인공 돈 호세를 유혹하기 위해 “사랑은 자유로운 새(L’amour est un oiseau rebelle)”라는 곡을 아바네라(Habanera)풍으로 부르는 아리아이다.
카르멘의 자유로운 영혼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곡으로 밀고 당김의 유혹의 느낌도 중요하지만 그녀의 자유로운 삶을 잘 표현하여야 하는 곡이다. 많은 연주들이 유혹적 느낌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이 음반에서 소프라노가 부르는 카르멘은 과장되지 않고 화려하지 않게 다소 지적인 호소력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유혹적인 여성성보다는 내면성을 찾아내는 자유로움을 구현하였다.
7. Soveig’s Song (Grieg/Peer Gynt)
그리그는 노르웨이의 대문호 헨릭 입센의 요청으로 5막으로 구성된 <페르귄트>를 극음악으로 작곡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당시의 전곡 극음악은 전해지지 않고 그리그가 대표곡만 모은 <페르귄트 모음곡> 24곡만이 존재한다. 여기에 극의 진행에 따라 3가지 버전의 솔베이지의 노래가 존재하는데 오케스트라 연주 버전, 오케스트라 반주와 함께하는 솔베이지 노래 그리고 무반주로 부르는 솔베이지노래 등이다. 이 음반에서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두 번째 버전의 솔베이지 노래를 기준점으로 잡았다.
오케스트라 형식의 반주를 제거함으로서 인간의 외로움을 극대화 하였다. 솔베이지가 북구의 절벽 위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내려다 보는 상상의 장면을 음악으로 구현하는 시적 내면을 이끌어내려 하였다. 그래서 노래 시작에 앞서 하프의 글리산도로 불러오는 바람을 표현하거나, 슬픈 애절함보다 자연의 순리를 추구하는 북구인의 다소 무덤덤한 감정 표현속에 숨어있는 단단한 인간의 내면을 노래에 담아내려 하였다.
8. Arirang (주지훈)
우리 내의 아리랑은 속 깊은 것을 토해내는 한(恨)이다. 수 많은 아리랑 편곡이 존재하고 있어 새로운 아리랑을 선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 음반의 곡의 아리랑은 서양적 작곡법을 기본으로 하지만 현대인의 외로움을 담아내기 위하여, 이 음반에 녹음된 솔베이지의 노래와 같은 맥락을 주기 위한 시도를 하였다. 그래서 작곡자는 현대에 사는 물의 요정 운디네가 아리랑을 부른다는 설정으로 현대인의 감성이 가미된 선율을 만들었다. 노래의 표현 역시 직접적 슬픔보다 절제적 슬픔에 접근하려 노력하였다.
-최지환, 음악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