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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진트 (Verbal Jint) - Modern Rhymes Ep
최근 국내 힙합계의 가장 중점적인 화두는 라임이다. 여전히 "랩에 라임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도 있지만, 라임이 없다면 그것은 지껄임은 될 수 있을지라도 랩은 될 수 없다. 네티즌 사이에서 가장 훌륭한 국내 라임 메이커로 꼽히는 사람이 바로 여기 소개되는 Verbal Jint이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랩을 처음 들었을 때, 톤이나 플로우 면에서 Nas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Jint 스스로 Nas를 매우 좋아한다고 하였으니, 전혀 근거없는 연상은 아니었던 듯 하다.

Verbal Jint의 Modern Rhymes EP를 좀 더 귀 기울여 들어보자. 명불허전이라고, 과연 그의 라임은 탁월하다. 듣기에도 바보 같은 한글자짜리 접속어미 맞추기 라임이나,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 수가 없는 한자어 나열하기 라임이 아닌, 사용하는 단어의 자음과 모음의 배열을 통한 라임 메이킹은 그의 매끄러운 플로우와 더불어 랩을 듣는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트랙별로 살펴보면, "Radio"에서 Jint는 Tony Tony Tone, Smashing Pumpkins, Bjork의 곡을 삽입하면서 Suede, Mansun 등 모던락을 즐겨 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What U Write 4"에서는 이전의 거침없는 diss 편력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들에 대해 응답을 하기도 한다.

첫번째 트랙 Overclass에서 그는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며 실력없는 자들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은 물론, "Suckers can't feel my rhyming/ 어떻게 이런 놈들과 나란히/ 힙합을 얘기하니/ 아까워 내 시간이/"라며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청자들에 대해서도 화살을 날린다. 한편 이 앨범이 제공하는 가장 특이하고 낯선 경험은 국내에서는 지금껏 제대로 시도된 예가 거의 전무한 storytelling 형식의 두 곡 "사랑해 누나"와 "Drama"에서 맛볼 수 있다. 1인칭 화법으로 치밀하고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라임들은 그에게 붙여졌던 수식어들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