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반갑습니다.

리스뮤직

카테고리 검색

상품검색

수량
총 상품금액 12,400

상품상세설명

강상구 - 아침-밤

'40대, 하루의 스토리텔링’


우리시대 사십 대 노래가 없다

 강상구가 사십 대 중반에 첫 앨범을 발표했다. 그가 속한 ‘우리나라’ 멤버들 모두가 한 두 장씩 개인앨범을 발표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정작 무대에 서지 않던 그가 음반을 내는 것은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무대에 서지 않던 시절에도 작곡 및 프로듀싱 활동을 통해 꾸준히 음악활동을 지속 해왔다. 2015년 초 개봉한 영화 ‘그라운드의 이방인’에서는 음악감독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의 이번 앨범 컨셉은 ‘사십 대 일상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한번쯤 걸어 올라갔을 법한 대출창구의 이야기를 담은 <대출>은 사십 대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때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눈물은 아침에도 흐른다. 프롤로그 성격의 트랙 <아침눈물>은 사십 대의 눈물이다. 나이를 먹어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따란땀땀>은 ‘사랑이 대체 뭐 이런가’고 외친다. 

 

아침에서 밤까지, 하루

 앨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시간흐름에 따라 플롯이 이어진다. 상징과 이미지를 펼쳐놓는 그만의 글쓰기는 여전하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오후 한 시 소나기>는 무더운 여름, 뜨거운 열기만큼 치열한 경쟁의 도시 위에 쏟아지는 시원하지만 잔인한 소나기, 그리고 그 비를 맞는 위태로운 나비를 형상했다. 이는 전형적인 현대 도시인의 모습이다.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무렵,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노라면 삶이 두렵고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이 두렵다<두렵니>. 그래도 나를 지탱하는 힘은 나 뿐 임을 알고 있고, 그래서 더 고독한 사십 대다<나는 또 매일 나에게 인사를 하지>.

 그의 앨범은 포크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록, 블루스, 스윙 등의 어법으로 다양하게 호흡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노래 <이제 나는>에서는 이제 막 20대로 접어든 신예 뮤지션 ‘버둥’과의 콜라보가 이채롭다. 


나를 바라보다

 그의 앨범에서는 사회적 메시지 보다는 매일 자신을 마주하고 마치 거울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듯 고독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하루종일 혼자 집에 있다보면> 에서는 실직자, 혹은 백수의 하루처럼 ‘생산적인 일 없이 분주하기만 한 하루’를 읽을 수 있다. 성과 없는 삶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하지만, 생존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던 삶에 어느 순간 공백이 생기면 공허해질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의 강박과 쓸쓸함이 느껴진다. 대한민국 사십 대가 가장 많이 조우하는 현실이다. 

 그의 시선은 일관되게 자신에게 향해 있다. 화자도 대상도 모두 자기 자신이다.

생각해보면 세상사 모든 근원은 사람에게 있고, 구체적으로는 개인 스스로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 옳다. 바꿀 수 있는 것도 세상이 아니라 자신뿐이라는 세간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나를 노래하지 않고 세상을 얘기하는 빈곤함이 싫었다’는 그의 고백은 관성적으로 세상을 노래하는 치우침을 넘어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어느 예술이 그렇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