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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오수경 - 파리의 숨결

데자뷰가 실제가 되고 실제가 추억이 되어버린 시간들의 기록 [파리의 숨결]


지난 2013년 정규 1집 [Salon de Tango]를 통해 2014년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살롱 드 오수경, 2015년 [파리의 숨결]이라는 새로운 앨범으로 다시 돌아오다!

 

한창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할 무렵, 돌연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난 리더 오수경. 


하지만 살롱 드 오수경이 이번에 들려주는 음악은 격정적인 탱고도, 프렌치 스타일의 샹송도, 유럽의 실험적인 재즈도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파리에서의 일상을 실제로 살아내면서 자연스레 떠오른 악상들을 솔직하게 꾸밈없이 담아내고 싶었어요." 라고 그녀는 말한다. 


지어진 지 100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아파트, 그녀의 방으로 이어지는 달팽이 계단, 피아노 소곡집 표지에서 보았던 짙푸른 담쟁이 덩쿨... 그 언젠가 꿈에서 본 듯한 풍경들이 일상이 되어가고 그 공간에서 호흡하고 있음을 깨달을 때마다 담담하게 멜로디를 기록했다는 그녀는 이번 앨범에서 현재 파리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와 과거에 파리를 동경하며 감수성을 키워나갔던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소박하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첫 곡 <오라투와>는 프랑스어로 '기도실'이라는 의미로, 오수경이 자신의 공간에서 간절히 기도하던 때 떠오른 멜로디를 흥얼거리듯 노래한 곡으로써 [파리의 숨결]의 순조로운 첫 출발을 알린다. 


이어서 연주되는 <슬픈로라>는 애수를 띤 멜로디와 후반부로 갈수록 격정에 이르는 감정선이 전작과 닮아있는데 오수경은 이 곡을 쓸 무렵,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인이 백합 꽃잎을 뜯어먹으며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고 화려한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진한 화장을 지우던 자신의 모습과 오버랩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실컷 울고 난 후, 곧바로 이어지는 타이틀곡 <파리의 숨결>은 단숨에 우리를 센느강의 그 어딘가로 데려다 놓는다. Joon Smith의 맛깔스러운 기타 스트로크 위에 바람에 넘실대는 아코디언 연주,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으로 연결되는 패시지에서 파리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시계태엽 소리로 시작되는 <장난감 병정의 비행>은 오수경이 몽마르뜨 언덕을 거닐던 중 유리벽장에 갇혀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장난감 병정을 보고 모티브를 얻은 곡이다. 벽장에 갇혀있던 장난감 병정이 장난감 가게를 빠져 나와 비행을 하는 여정을 담은 이 곡은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초등학교 때 불던 추억의 악기, 멜로디언 소리로 시작되는 <놀이동산>은 엄마 손잡고 나들이 가던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실제로 오수경은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꿈과 희망이 넘치던 장소가 두려움의 장소로 변하는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퍼레이드를 보면서 눈을 뗄 수 없었다고 한다. 꿈속에서 상상했던 환상적인 풍경을 눈 앞에 두고도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그 아련했던 기억을 회상하며 만든 곡이다. 


이어서 펼쳐지는 <원더랜드>는 어린 시절 오수경이 꿈꾸던 원더랜드를 표현한 곡으로써 현악기의 따뜻함이 돋보이는 곡이다. 


첼로와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짧은 협주곡 <뮤직박스>는 회전목마의 인트로가 되고, 곧 이어지는 회전목마>는 텅 빈 놀이동산에 혼자 쓸쓸히 돌고 있는 회전목마를 연상케 한다. 순환하는 멜로디 구조와 왈츠리듬으로 구성된 전반부,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호흡이 절정으로 치닫는 중반부, 천천히 멈춰서는 회전목마처럼 마무리 되는 후반부는 회전목마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책받침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 와서 직접 살아보니 파리가 거대한 놀이동산처럼 느껴졌다고 말하는 그녀... 이상하리만큼 회전목마와 관람차, 오르골 상자에 매료되었던 유년시절의 기억이 결국 자신의 발걸음을 파리로 이끌었고 파리에 가서 살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미련 없이 떠나버렸다는 오수경은 현재 프랑스 베르사이유 국립음악원 재즈과에 재학 중이다. 


학업과 병행하며 틈틈이 신곡작업을 했는데 신곡이 완성될 때 마다 한국의 멤버들과 이메일로 악보와 녹음파일을 주고 받으며 작업을 했고 워낙 탄탄한 팀웍과 호흡을 자랑했던 팀이기에 수월하게 앨범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백기간에 팀의 기둥, 베이스의 고종성은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고, 첼로 박지영은 "지박"이라는 이름으로 정규 1집 발매 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 및 뉴욕과 유럽을 오가며 연주활동을 하는 등 음악적 스펙트럼을 세계로 확장시키고 있다. 또한 바이올린 장수현은 "장수현과 원다희"라는 이름으로 클럽에반스 및 홍대의 여러 클럽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정규앨범을 준비 중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삶을 살아내던 멤버들이 2015년 여름, 다시 하나로 똘똘 뭉쳤다. 


리더 오수경이 10월 2일, 다시 파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살롱 드 오수경의 라이브를 오랫동안 볼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유로운 영혼이 영혼의 안식처로 돌아가 새롭게 만들어 낼 음악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삭막함으로 점철된 각박한 도시풍경을 뒤로한 채 [파리의 숨결]에 귀 기울여보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미풍과 따스한 숨결이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