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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 5집 / On & On
지난 2002년 발표한 4집 앨범『Op.4』이후 만 2년 만에 박정현의 정규 앨범 5집『On&On』이 발매된다. 배낭 하나만을 들고 아리조나 사막을 횡단하는 모습을 파노라마 사진에 담은 시원한 앨범자켓은 이번 앨범 역시 “박정현의 아티스트로의 여정이 계속되고 있으며 끊임없는 음악적 진보를 원한다”는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5집 앨범과 기존에 발표된 앨범들간의 차이점은 앨범을 듣기에 앞서 앨범 속지에서부터 쉽게 발견해 낼 수 있다. 간간히 들려주었던 자작곡을 수록하는 정도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프로듀싱, 한국어 작사, 보컬 어레인지, 코러스 어레인지 등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많은 부분에 박정현이 참여 하였다는 것을 앨범 credit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을 들어보면 전작들에 비해 박정현 본인의 뮤지션적 비중이 높아져 있음을 더욱 공감하게 하는데, 그 동안 아티스트가 추구해오던 ‘R&B적인 보컬과 다른 장르들과의 혼합의 시도’가 앨범 전체에 녹아 있음을 느끼며, 특별한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자작곡이 아닌 정석원, 황성제, 황찬희 등과 같은 저마다의 개성이 확실한 음악인들과 작업하며서 자신의 색을 버리지 않고 완성도 있는 앨범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박정현을 단순한 보컬리스트로만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또한 이미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보컬 자체에서도 박정현 본인은 만족하고 있는 모습은 아닌 듯 하다. 프로덕션 기간 중에는 가장 예민하게 다룬 부분을 보컬 녹음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전곡이 빈티지 마이크와 프리앰프를 사용하여 녹음 되었으며, 미국 녹음시 채플린의 스튜디오 였으며 “USA for Africa”의 스튜디오로 널리 알려져 있는 Henson Studio 의 수많은 빈티지 마이크들을 모두 테스트 해본 후 가장 박정현에게 잘 어울리는 마이크와 프리앰프를 선별했다고 한다. 세밀하게 진행되는 스튜디오 녹음시 박정현에게 가장 돋보이는 점은 자신의 연출력인데, 속삭임과 지름, 진성과 가성의 완변한 완급조절은 과연 박정현의 능력의 끝은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앨범의 타이틀 곡인 “달”은 일본과 공동 프로젝트로 만들어 진 곡인데, Chen Min이라는 이호(二湖) 연주가의 연주곡을 보컬버젼으로 만들어 낸 곡이다. 멜로디의 동양적 서정성에 웅장하고 팝적인 요소의 편곡을 섞은 대곡으로, 현재 일본에서 발표되었으며 한국에서도 그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동양적인 멜로디를 팝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 편곡자인 황성제와 수십여가지 버전의 편곡을 시도하여 가장 훌륭한 모델을 골라냈다고 하는데, 현재 미국 대중음악계를 이끌고 있는 드러머인 Kenny Aronoff의 묵직한 톤의 리듬과, 섬세하고 힘있는 Michael Thompson의 기타, 그리고 세계 영화음악의 중심지인 Hollywood의 오케스트라 세션들이 참여하여 드라마틱하고 힘이 넘치는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어 버전의 프로듀스를 함께한 거물 뮤지션 Takebe Satoshi는 “최근 내가 작업한 곡 중 최고이며, 아시아 최고의 보컬과 함께 일하게 되어 너무나 즐겁다”라고 커멘트 하였다고 한다.

뮤직비디오는 세븐의 “Crazy”, 자우림의 “하하하쏭”등 독특한 영상을 보여주는 서현승 감독의 연출에 의하여 만들어 졌는데,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박정현에 의하여 햄릿의 오필리아의 이야기와 오필리아를 그린 여러가지 미술작품을 모티브로 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자는 제안에 의하였고, 서현승 감독은 존 에버렛 밀레(John Everett Millais)등 오필리아를 소재로 한 그림 작품들을 분석하여 햄릿의 세계를 뮤직비디오에서 재현 해 냈다.

2004년 10월 박정현은 싱가폴의 “2004 Euphoria Festival”에 Micheael Learns to rock과 All 4 One등의 국제 아티스트들과 한무대에 올랐으며, 2004년 11월에는 일본에서 첫번째 싱글을 발표하였고, 2005년의 시작일인 1월 1일에는 Osaka에서 펼쳐진 NHK 한일국교정상화 기념 공연을 시작으로 박정현은 2005년을 시작하였다.

2005년은 아마도 그녀에게 “세계화”라는 과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해라고 생각한다. 현재 상반기에 많은 해외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5집 발매를 필두로 국내 활동과 해외 활동을 병행하면서 2005년에는 5집의 성공과 범아시아적인 활동 무대 개척이라는 두 가지 즐거운 소식이 반드시 박정현에게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