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은 '리나'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 앨범을 낸 이후 가창력으로 꾸준히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R&B의 대표 주자이다. 그녀의 정식 데뷔 앨범과 2집 [A Second Helping]은 분명 어릴 때부터 칭찬을 받아온 소녀에게서 느낄 수 있는 자신감을 넘어선 일종의 오만과 같은 것이 보였다. 그러나 특유의 꺾임을 상당히 절제한 이번에는 앨범 제목 그대로 흐름을 여유 있게 타고 있다. 여러 명의 촉망받는 세션들과 워낙 뛰어난 감성을 자랑하는 <드림 팩토리> 사단의 이규호같은 신성이 같이 한 탓도 있겠지만 그녀의 주무기로 불리는 '아무 것도, 아무 말도', 'Better Now'와 '지금은 아무 것도 아냐'와 같은 R&B가 있는가 하면 소프트한 팝의 선율이 휘감는 'You Mean Everything To Me'를 비롯해 10대의 음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It's Me', 록에 도전하는 강렬한 기타 음의 '힘내!', 급부상하고 있는 래퍼 시비메스(CB Mass)와 함께 한 '싫어' 등은 한 차원 더 높게 뻗어가려는 그녀의 도전이 느껴진다. 춤이나 외모가 아닌 순수한 가창력만으로 시장을 돌파해내는 그녀의 모습은 진정 '가수'라는 이름에 걸맞은 표상이다. 다음에는 이 사회를 투영한 그녀의 입김이 녹아있는 곡들로 장식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