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로그 (TrioLogue) - Too Soon Too 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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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만의 재회, 트리오로그 2집
– 너무 이른, 너무 늦은...
10년 전, 봄이었다. 2005년, 이미 한국 재즈 씬의 선두에 자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던 세 명의 연주자가, 트리오(Trio)를 결성하고,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아주 낮게 스며드는 대화(Dialogue)처럼 풀어냈던 음반을 발표했던 때가.
김민석(기타), 김창현(베이스), 오종대(드럼)로 구성된 ‘트리오로그(TrioLogue)의 첫 앨범 「Speak Low」(2005)는 2000년대 한국 재즈 앨범 중 가장 충만한 완성도를 지닌 역작으로 평가받았다. 트리오로그의 데뷔 앨범은 2006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2개 부문(올해의 연주상, 재즈크로스오버 싱글상)을 수상하면서 대중과 평단의 환영을 동시에 수확했다. 그들이 나누는 마치 대화와도 같은 인터플레이는 풍부한 감성과 선율미를 내포하고 있었으며, 나지막한 여운과 울림은 오래된 가구처럼, 어색하지 않은 채로 일상과 하나 되는 음악이라는 평가를 거두어 들였다.
어느덧, 10년의 시간이 흘러 트리오로그의 세 명의 뮤지션은 한국 재즈의 성장 동력을 이끌어온 주역으로 자리했다. 김민석, 김창현, 오종대는 각자의 악기 영역에서 한국 재즈 씬의 대표 뮤지션으로 각각 선정되었으며, 무대에서, 스튜디오에서, 그리고 후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으로서 자신의 음악에 깊이와 넓이를 더해왔다.
- 겹겹이 칠해진 유화처럼 단단한 풍경을 담다
결과적으로 트리오로그의 새로운 앨범 「Too Soon, Too Late」는 지난 10년의 오랜 기다림, 신중한 준비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오직 음악으로 증명해내고 있다. 트리오로그의 전작에 바쳐진 찬사의 중심에 있었던 우아하고 신선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작곡 능력, 상쾌한 리듬감의 재현, 단정하고 내밀한 인터플레이의 조화는 그대로이다.
총 12개의 트랙이 담겨진 앨범에는 11곡의 자작곡과 1곡의 편곡으로 채워져 있다. 리더인 기타리스트 김민석의 자작곡 8곡과 ‘3월’, ‘7월’, ‘11월’로 이어지는 3곡은 베이시스트 김창현의 작곡이다.
트리오로그 2집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트리오 구성의 3인의 연주만으로 채워졌던 1집과 달리, 굳건한 무게 중심을 지키고 있는 기타-베이스-드럼의 트리오 구조 위에 피아노, 아코디언, 현악 합주를 덧붙이면서 개방된 구조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트리오라는 제한에 묶이지 않은 채, 해당 곡에 가장 적합한 편성을 찾고, 풍부한 질감과 감성을 목적하는, 트리오로그의 새로운 변화이며 진화이기도 하다. 물론, 곡마다의 흔들리지 않는 음악적 핵심은 트리오(Trio)의 대화(Dialogue)이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La Dance'가 부드러운 춤을 추듯 흘러가다가, 타이틀곡 'Too Soon, Too Late'가 무겁게 내려앉는다. 이는 쉽게 의미를 추측하기 어려운 앨범의 아트워크와도 연결된다. 애니메이션 작가 정현정의 <점선면>(2014)으로 디자인된 아트워크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 그리고 감정과 상황의 변수에 따라 항상 변화하는 붙잡을 수 없는 어느 현상, 다시 말해 ‘순간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데, 'Too Soon, Too Late'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풍경 속에서, ‘너무 이른, 또 늦은’ 그 순간에 대해 트리오로그와 현악 4중주는 점층적인 선율의 배음으로 아련하게 표현한다. 눈앞의 펼쳐진 풍경을 한눈에 둘러보는 ‘Panopticon'을 지나, 3월과 5월의 시원한 봄바람 같은 ‘3월_May'(의도적 오기)와 ‘Brazilian Suite', 그리고 ‘Rain Has Come', 'Caprico'까지 풍경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동한다. 베이시스트 김창현과 드러머 오종대와는 '네오 트래디셔널 재즈 트리오(Neo Traditional Jazz Trio)'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유승호가 아코디언 연주로 풍미를 더 한 3곡, ‘Till U Here', 'Waltz for Yoon', '7월_July'까지, 트리오로그가 전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는 비운의 천재 트럼페터 '리 모건(Lee Morgan)'의 ’Ceora'로 마침표를 찍는다.
10년의 시간을 휘휘 돌아 다시 마주한 트리오로그의 두 번째 이야기는 너무 이르거나, 또는 너무 늦은 시간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허투루, 쫓기듯 앨범을 발표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오랜 약속이 마침내 채워졌을 때, 그들이 나누는 다정하고도 편안한 소통의 화법은 다시 한 번 우리네의 일상에서 삽화처럼 스며들 것이라는 기대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트리오로그의 음악은 더더욱 쉬 읽히는 수필 같고, 진솔한 일기 같고, 과하지 않은 색감의 유채화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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