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 브라더스 (Suck Brothers) / Rock 'N Roll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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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FM라디오 신해철의 Ghost Station에서 매주 금요일 게스트로 활약하며 인기를 모았던 ‘Suck Brothers (썩 브라더스)’가 낙오자(Loser)들을 위한 음악을 들고 나왔다그룹 명 ‘Suck Brothers’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이 유석(You Suck)과 문석(Moon Suck) 실제 친형제라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동생보다 5살 많은 형 유석은 미국 New York의 DJ로 왕성한 활동을 하였으며 영화 사운드트랙과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었고 동생인 문석은 대학졸업 후 무역회사에 입사하였으나 2년을 채 못 버티고 도중하차 실업난에 허덕이다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합류 그 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한을 강렬한 랩과 노래로 표현한다.
앨범 타이틀 곡 ‘Rock n’ Roll Baby’는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하는 마이애미 락으로서 강렬한 마이애미 비트와 락을 섞어놓은 트랙이다. 세상을 향해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에 안 들면 마음껏 우는 아기의 기분으로 돌아가게 해준다. 홈 레코딩이라고는 보여지지 않는 강렬한 사운드는 그들이 얼마나 음악적 갈증에 시달려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만약 그들의 앨범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음악적 시도만은 대한민국 음악사에 남을만한 트랙이다. 세 번째 트랙 ‘괜찮아요'는 마치 케리비안 해안에 누워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urban rock이다. 썩브라더스에게는 미안한 말일수도 있으나 그들의 루저 정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매우 낭만적인 노래이다. ‘아무 걱정 하지 말라’는 썩브라더스의 목소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낼까?’하며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낭만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수작이다.
네 번째 트랙 ‘Loser’는 핸드폰이 없어서 맘에 드는 여성에게 연락처를 못 받는 이 시대의 진정한 실패자를 대변하는 곡으로 즐겁지만 때론 슬플 수도 있는 오묘한 곡이다. 그루브한 리듬에 펑키한 기타와 함께 흘러나오는 클래식한 피아노 라인, 그리고 루저 창법이 뭔지 보여주는 보컬은 이게 랩인지 노래인지 헷갈리게 하는 매우 특이하고 재미있는 곡이다. 다섯 번째 트랙 ‘Hit the Bottom’은 힙합프로듀서 Dice가 참여한 트랙으로 일반적으로 유행하는 힙합이 아닌 엠비언스 힙합이 뭔지를 잘 보여준다. 수많은 차들로 꽉 막힌 도시에서 살아가는 한 젊은이의 절규를 담았다. 들릴 듯 말듯한 드럼 소리를 감싸는 크라잉 랩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엠비언스 음들은
댄스 플로어가 아닌 우리의 소울(Soul)을 흔드는 진정한 힙합 트랙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섯 번째 트랙 ‘사랑하고 싶다’는 말년의 빌리 홀리데이가 연상되는 암울하게 반복되는 피아노에 울려 퍼지는 사랑에 대한 노래로, 성공한 사람이던 그렇지 않은 사람이던 누구든지 사랑만큼은 강렬하게 원한다는 인생 공식을 썩브라더스 특유의 루저스러움으로 표현했다. 헤어진 사랑을 그리워하는 그들의 목소리와 피아노 소리를 타고 갑자기 나타나는 드럼소리는 마치 DJ SHADOW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는 음악스타일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뇌하는 그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일곱 번째 트랙 ‘기억할게요’ 역시 최근에 들어보지 못한 장르의 음악이다. 강렬한 기타 리프를 타고 들어오는 그루브한 드럼 비트 그리고 감성에 젖은듯한 보컬은 우리 모두가 갈구하는 사랑에 대한 욕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마치 대규모 공연장에 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곡 스케일은 마지막에 인간 아쟁을 연상시키는 외침으로 끝을 맺는다. 21세기 프로그레시브락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여덟 번째 트랙 ‘Loser (Leopaldon bhang-ragga remix)’는 일본 정상의 테크노 뮤지션 Leopaldon이 리믹스한 곡으로 중간부분에 일본어(랩)로 “우리 루저들은 욘사마보다 순수한 가슴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모든 여자들은 그걸 모르지”라고 노래하는 것으로 보아 그 역시 일본의 대표적 루저 뮤지션임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레게 스타일의 테크노 곡이다.
앨범 마지막엔 뮤직비디오와 재미있는 인터뷰가 동영상으로 수록되어있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아직 성공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꼭 들어보고 힘을 내길 바라면서 구차한 설명보다는 음악자체로서 모든 느낌을 전해 줄 수 있는 엽기형제의 썩브라더스 앨범은
만원을 주고 사서듣기엔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자료제공 : S.B ENTERTAIN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