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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코 (Vasco) - 1집 / The Gene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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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현 음반 시장. 이토록 참담한 상황속이라지만 힙합 뮤지션들과 음반들은 상대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드렁큰타이거, 김진표, 리쌍, 은지원, 주석, 원타임, 조피디, 스나이퍼, 엠씨몽, 다이나믹 듀오 등이 연이어 히트를 기록하며, 가요 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는 즈음이다.
하지만, 씬을 접수하고 있는 대다수가 90년대 중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입지를 다진 중견들. 이들을 위협할만한 걸출한 신인이 등장하고 있지 않은 한국 힙합계에서 오랜 시간 동안 담금질을 통해 무성한 소문을 불러일으켰던 새로운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의 제왕 바스코가 첫 정규 음반을 공개한다. 클럽을 전전하며 공연했던 2년간의 PJ PEEPZ라는 그룹 활동을 통해 힙합의 메카 마스터 플랜과 계약을 성사한 직후 팀내부의 사정으로 솔로의 길을 걷게 된 바스코는 홀로서기의 기간이었던 2년간 수많은 공연과 앨범 피처링을 참여를 통해 아티스트로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팬들에게서 부여 받았다.
거칠고 역동적인 무대매너와 직설적이면서도 공격적인 가사에 힘입어 단시일내에 언더그라운드의 중심에 우뚝선 바스코는 마스터 플랜의 이미지를 대표할 비밀병기로 랩뿐만 아니라 프로듀싱을 연마하며 앨범에 대한 준비를 거듭해왔다. 그의 nasty하지만 진실한 외침은 앨범 발매전부터 수천명의 커뮤니티 회원을 탄생케했고, 케이블 음악 채널 엠넷의 캠페인 m.net I의 목소리 주인공으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 공격적인 사운드와 언어적인 재치 [The Genesis]
반목과 시기가 가득한 대한민국의 힙합씬에서 유독 바스코는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 뮤지션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찬사를 얻어온 몇 안되는 뮤지션이다. 다소 투박한 비트부터 첨단의 트렌드까지 폭넓은 관심과 리스펙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선보일 수있는 음악의 스텍트럼은 꽤 넓은 편이다.
한국 힙합 신세대 언더그라운드 두목으로 각광 받아온 그였기에 앨범 전편에 걸쳐 느껴지는 분위기는 비장함과 혈기 넘치는 역동성이다. 공연을 염두해두고 대부분의 곡 작업을 했다는 얘기대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에 적합한 스트레이트한 면모가 강하다. 바스코의 본작은 ‘한국의 에미넴(Eminem)’이라는 혹자들의 비유대로, 위트있는 가사의 흐름과 썩은 세상을 비꼬고 풍자하는 그의 랩이 전편에 걸쳐 녹아 있는 흥미진진한 앨범이다.
* 내 인생의 주연은 바로 나 : 타이틀 곡 4번 트랙 '드라마'
타이틀 곡인 '드라마'는 최근 '아파도 아파도'로 활동 중에 있는 그룹 ‘노을’ 멤버 전원이 피쳐링으로 참여하여 화제가 된 곡으로, 보컬과 랩이 접목되어 있는 최근 힙합의 경향에 충실한 트랙이다. 바스코의 공격적인 랩과 4명의 아스라한 코러스가 덧입혀 지면서 시작되는 후렴 부분이 인상적으로, ‘내 인생의 주연은 바로 나, 내가 그려간다’는 자신감 넘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자신감은 Infinite Flow의 young GM과 함께한 'Hey Hey 2004'에도 여실히 나타난다. ‘바스코가 사전이라면 불량품, 불가능이란 단어가 빠졌거든...’라는 구절이 인상깊다. 에미넴의 'Sing For The Moment'를 연상케하는 느낌의 힙합과 록의 믹스춰 'Be Strong'은 강한자만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에 대해 열을 올린 트랙.
부조리속 세상에 대한 비판과 거침없는 욕설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발산하는 곡들도 담겨 있다. 모든 것들을 못마땅하게 다루는 인터넷 악플족들에 대한 경고인 '얼굴 없는 싸나이', 가식과 허상으로 가득찬 사회를 위트있게 써내려간 '가짜' 등이 대표적. 그 밖에도 조PD와 함께 어설픈 아마추어 래퍼들을 일갈하는 내용을 격앙된 보이스로 토해내고 있는 'Stop', 클럽에서의 하룻밤 사랑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는 스토리 텔링 형식의 곡 'Lady's Night' 등을 특히 주목할만하다.
부모님께 대한 존경과 감사를 얘기하는 '어머니, 아버지께', 성장하며 겪는 배움과 고민들을 담은 'Let's Go', JYP 사단의 신인 임정희가 코러스로 참여한 '기도 2' 등은 바스코의 사회에 대한 따스하고도 진지한 시선을 담은 곡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