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앤 더 머신 (Echo and the Machine) - New Wal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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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와는 다른 곳으로, 더 깊이
에코 앤 더 머신은 해외에서 활동하던 Jule과 tiger coma가 만나 오래전부터 작업해오던 팀으로 앰비언트, 레트로 사운드를 주축으로 한 일렉트로닉 듀오다. 하지만 현재 유행하는 음악인 다른 일렉트로닉 팀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주로 댄스 플로어에 적합하거나 EDM의 비트감에만 집중하지 않고 우주나 근 미래, 자연 등 넓고 광활한 무언가를 주제로 삼고 있다. 기성적인 전개에 얽매이지 않고 때로는 다이렉트하게, 때로는 드라마틱하게 곡을 전개해간다. 또한 트렌디한 음악들, 이를테면 EDM이나 Dub step 등의 음악들보다는 신스팝, 앰비언트, 힙합 등 레트로하고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띄고 있다. 샘플링, 드럼 머신,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기타 노이즈, 일렉트릭 피아노 등 여러 가지 악기들이 사용되어서 다양한 질감을 표현하는데 사용되어있다.
각 곡들은 모두 하나의 그림을 그려가는 듯한, 혹은 과거, 미래의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듯 한 인상이다. ‘new walking’은 샘플링으로 삽입된 보이스와 반짝이면서도 바랜듯한 신디 사운드로 프랑스의 누벨바그 영화에 등장하는 어두우면서도 두근두근하는 밤거리를 떠오르게 한다. 드럼 머신의 질주감과 반복되는 프레이즈가 중독성 있다. 반대로 무기질적인 신디 사운드와 보이스 샘플링, 강박적인 콘트라 베이스 리프가 곡을 이끄는 ‘instant day’는 반대로 근 미래적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이질적인 악기들을 섞으면서도 하나의 풍경으로 녹여내는 것이 이 팀의 특징이다. 한편 ‘root’와 ‘plant violate itself’는 자연이다. 거칠게 갈라지는 기타 노이즈로 시작해 거인의 발걸음 같은 드럼 사운드로 진입하는 ‘root’는 광활한 대지를 연상케한다. 숨을 죽였다 폭발하는 후반부는 용암을 뿜어내는 화산 같은 박력을 보여준다. ‘plant violate itself’는 음험한 비밀이 숨어있은 숲을 떠올리게 한다. 규칙적으로 점을 찍는 듯한 베이스 위에 1절과 2절에 각각 등장하는 관악기의 멜로디는 어딘지 비틀어져있는 듯한 인상이다. 앨범 내에서 가장 어둡고 음침한 사운드이다. 이윽고 가장 넓은 세계이다. ‘sun looks you’는 앨범 내에서 유일하게 보컬이 참여한 곡이자 가장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는 곡이다. 또한 가장 밝고 가장 희망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절대적인 존재를 향해 달려가는 장면이 연상될 수도 있겠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lunatic wooden horse’는 우주를 유유히 부유하는 듯한 체험을 하게 해준다. 마지막 곡인 만큼 '최종 도착지'로서의 우주이자 설레고 따뜻한 공기감으로 가득한 우주이다. 이질적인 악기들, 기성적이지 않은 구성 등으로 채워져있는 이 앨범은 일렉트로닉 음악을 즐기지 않는 청취자에게도 즐거운 상상과 체험을 하게 해 줄 앨범이 될 것이다. 주위의 흐름과 상관없이 독창적인 음악을 하는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