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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Mot) - 1집 / 비선형 (Non-Lin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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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의 고급화웰-메이드 음악의 시발점그룹 ‘못(池;MOT)’의 기념비적 데뷔앨범 비선형(Non-Linear)
재즈, 일렉트로니카, 록, 트립합을 아우르는 천재적인 음악적 시도더욱 깊은 곳으로 침잠하는 기억들을 담은 감성적 가사헤어나올 수 없는 강력한 중독성 120%의 사운드 2004년 가요계 최대의 화두바로 그 앨범 비선형(Non-Linear)
더욱 깊은 곳으로 침잠하는 기억들을 위해…MOT의 데뷔 앨범, 비선형(Non-linear)
못(MOT): 인디 이후, 빅뱅 전야의 고요하게 타오르는 열정
80년대를 넘어서면서 국내 가요 시장은 이전 세대 팝음악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급격하게 팽창된 가요시장의 규모는 보다 고급스러운 음악의 성장 및 지원의 밑바탕이 되기 보다는, 매스미디어와 결합하여 소위 ‘비디오형 가수’들의 양산의 탄탄한 바탕이 되어왔고, 이에 대한 문화적, 산업적 역효과는 지속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시장규모의 팽창은 소위 발라드와 댄스 뮤직 이외에도 다양한 음악적 쟝르들을 산업적, 대중적으로 태생,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서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음악계에는 다양한 종류의 록음악, 뉴에이지, R&B 발라드를 위주로 하는 뮤지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인디 음악이라는 이름하에 일련의 음악적 흐름이 대두되고 있으나 대중음악계의 소위 ‘중심’(‘메인’)의 자리를 차지하며, 전체 음악계의 판도를 바꾸는 사건은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다. 소위 ‘빅 뱅(Big Bang)”이 진정으로 필요한 순간이지만 아직 조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젊은 음악인들의 노력은 중단되지 않고 있고 그들의 데뷔 앨범은 점점 더 높은 퀄리티와 완성도를 자랑한다. 과연 이러한 현상들은 단지 ‘새롭고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를 넘어서서, 가요계의 새로운 ‘대세’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못(MOT) 음악이 지향점
데뷔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는 그룹 MOT은 ‘시도’로 만족하지 않고 ‘대세’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감추지 않는다. 질적으로 가벼운 느낌을 주고 있는 현재 주류 대중가요가 매체를 통해 대중의 귀를 멀게 만드는 한편, 외국(서양)의 대중음악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글로벌하게, 그리고 동시적으로(요즘 주요 해외 아티스트들의 음반은 대부분 전세계적으로 ‘동시발매’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청취 수준을 강화하고 있다. 뭔가 더 참신하면서도 고급한 퀄리티의 음악을 원하는 잠재 소비자들에게 MOT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철저하게 ‘제대로 이해되고 소비되어지는’ 음악이다.
90년대 모던락/영국 기타 뮤직들을 그들 음악의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많은 타 그룹들이 현학적으로 추종하던 근거없는 우수와 멜랑콜리적 감상에 치중하기 보다는, 정돈되어 있고 이성적인 음악을 하고자 하는 이들은 말초적으로 소비되기 보다는, 지적으로 감상되고 예술적으로 평가되는 음악을 추구하며, 서정적 감성적으로 소비되기를 원한다. 작사와 작곡, 편곡, 레코딩 전반의 과정을 자신들의 내면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생각하며, 철저하게 이를 ‘들어줄 대상’과 함께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음악적 실험을 위한 실험, 이유없는 음악적 난해함은 거부한다.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디지털적이고 테크롤로지 지향이지만, 그 음악의 내용적인 측면은 아날로그적인 로우파이 사운드로 가득하다. 그들의 음악적 목표는 소박하지만 거대하다. 지금까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타일리쉬한 웰메이드 음악을 하고자 하는 그룹 ‘MOT’의 첫 행보가 바로 이번 데뷔 앨범이 될 것이다
데뷔 앨범 비선형(Non Linear)
앨범의 첫 싱글로 낙점되었다는 ‘Cold Blood’는 우드 베이스의 진행과 프로그래밍된 듯한 리듬에 이어 날카로운 기타 소리가 차례로 등장한다. 굳이 구분하자면 재즈와 일렉트로니카와 록을 모두 재료로 사용하겠다는 야심이다. 몇 트랙이 지난 뒤 등장하는 ‘현기증’은 나른한 톤의 기타 아르페지오와 중얼거리는 독백이 이끌어 가다가, 후렴구에서는 기타가 퍼즈톤을 울려대고 불길한 신디사이저 소리와 웅장한 첼로 소리가 첨가되는 가운데 보컬은 토치 싱잉(torch singing)을 토해 낸다. 이 곡의 열창에서 트립합의 암시를 받았다면, ‘I Am’, ‘가장 높은 탑의 노래’, ‘상실’에서는 트립합의 작·편곡 및 창법을 보다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히든 트랙으로 수록된 ‘Mixolydian Weather’는 또한 재즈의 영향이 강한 포스트 록을 듣는 듯하다.
다양한 스타일로 모여있는 음들이지만, MOT은 단지 그런 음들의 나열과 소개에 그치지 않고, 그것들을 재료로 삼아 자신들만의 작법을 만들어 낸다. 소리들은 프로듀싱을 여러 번 거쳐 복잡한 결을 내포한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즉, 이들이 소리를 만드는 방법은 치밀한 설계를 통해 건물을 축조하는 것만 같다. 이들 음악의 또 하나의 매력은 변칙이다. 유심히 들어보면 리듬의 변칙, 이른바 변박이 슬쩍 삽입되는 경우를 찾아 볼 수 있다. 단, 변칙이라고 하더라도 전체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게 자연스럽게 도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선형: 국제적 트렌드와 한국 대중음악의 전통의 융합
이 모든 것은 과연 독창적인 것일까. 이들의 곡들을 들으면서 U2와 라디오헤드(Radiohead)와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와 심(Seam)과 플라시보(Placebo)와 포티스헤드(Portishead) 등을 연상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들 영미권 아티스트들의 영향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영향들이 강렬하고 선명한 자국을 새겨 넣는 것은 아니다. 잠시 머물렀다가 스쳐 지나가는 잔상을 남기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이 그 잔상들은 다시 다른 것으로 변환되어 새로운 것으로 생성되는 운동을 계속한다. 즉, 여러 가지 영향들은 분해되고 합성되어 결국은 하나의 개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MOT 음악의 또 하나의 축은 바로 한국 대중음악의 숨겨진 수작들이다. ‘카페인’과 ‘현기증’ 등 빼어난 작곡 솜씨를 드러낸 곡들, 그리고 후반부에 배치된 곡들에 바로 그 증거가 있다. ‘카페인’의 코드 진행과 멜로디 라인은 1970~80년대 언젠가 FM 라디오에서 흘러 나왔을 법한 숨겨진 가요의 고전을 첨단적으로 업데이트해 놓은 듯하다.
자랑은 가사 때문인지, 아니면 나른한 무드 때문인지 마치 2000년대판 ‘오후만 있던 일요일’같다. 최성원과 하덕규가 활동을 재기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즉,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절망속의 구도(求道)’를 노래한 음악인들의 정서다. 다른 곡들을 들으면서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하면 김두수와 (유앤미블루의) 이승렬과 (동물원의) 김창기 등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 앨범은 최신의 국제적 트렌드를 씨줄로 하고,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전통을 날줄로 엮은 작품이다. 이제까지 전자와 후자를 구분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두 측면은 한 곡, 한 곡마다 공존하고 있다. 이때의 공존은 물리적 병렬이 아니라 화학적 합성이다. 합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과정은 에너지 그 자체다. 이 에너지가 과연 어떤 파급을 불러 일으킬 것인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