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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태규 (CR태규) - 상실

“어? 이게 누구지?”
몇 해 전 홍대앞 라이브무대에서 CR태규를 처음 알게되었다. 대중음악의 뿌리라는 블루스를 우리 것으로 토착화한다는 미명아래, 블루스 스케일을 차용해서 속칭 ‘뽕짝필’이 나는 서정가요를 만들어온 게 우리 대중음악계의 일부 현상 아니었던가? 그런데, 글자 그대로 오리지널 블루스를 이 땅에서 듣는다는 건 전혀 기대치 못한 놀라움이었다. 그것도 블루스의 발원지인  Delta지역의 컨트리 블루스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참조로, 컨트리 블루스country blues는 컨트리 송과는 전혀 다른 장르로, 어쿠스틱 기타 위주의 초기형태 블루스로 electric blues와 구분하여 사용하는 용어다.) 그런 의미에서 CR태규는 우리나라에 몇 명 안 되는 보물 같은 진정한 블루스 뮤지션이다.
 
CR태규의 「상실」
이 블루스맨이 두 번째 앨범을 냈다. 그 또한 명반이라 할 수 있는 1집 「CR Blues」가 밝음과 어둠, 선과 악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갈등이라면, 2집은 절망의 색채가 강하다. 하지만, 그 절망은 자기파괴적인 비관이 아니라, 우리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진솔함이다. 그것을 이 뮤지션은 자신의 절대무기인 슬라이드기타로 우리 폐부 어딘가 깊숙이 자리잡은 감정을 끌어내서 건드린다.
 
블루스가 무엇인가? 흑인노예해방 이후 어떻게 보면 더욱 척박해진 세상살이에서 나온 것 아닌가? 빵이든 죽이든 생계를 의존했던 주인에게서 벗어나, 이제는 철로공사장에서, 미시시피 제방 노역장에서, 또는 소작농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 일했던 세상이었다. 이 흑인노동자들은 선술집에서 싸구려 위스키를 마시며 블루스 음악으로 하루의 고단함을 잊었다. 그래서, 블루스는 기본적으로 현실의 삶을 반영하는 음악이고, 또 청중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 대중음악이다. 블루스는 꾸미지 않은 날것(raw) 그대로를 담은 뿌리(root) 음악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CR태규의 음악은 주제 면에서도 대단히 블루스적이다. 우리는 홀로 있으면 본원적으로 외로워하고(외로움), 세상 일이 맘대로 풀리지도 않고(지미), 경제적으로 시달리면서도(쩐이 문제),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어딘가로 나서야만 하고(Far Far 홍대블루스), 살갑지는 않지만 애틋한 가족을 가지고 있다(유월 삼십일). 그럼에도 비관만 하지 않고 또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려 한다(Goodbye to Myself).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가 단순히 한 블루스맨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얘기이기 때문에 공감대가 생긴다.
 
블루스가 태어난 지 한세기가 넘었지만, 미국의 가난한 흑인 음악에서 전세계 모든 사람의 음악이 된 것은 바로 이러한 공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씨알도 안 먹히는 블루스를 한다고 해서 CR태규라고 스스로 이름 붙였지만, 우리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는 한 CR태규의 CR은 creative의 약자로 기억될 것이다.

유성은 / 블루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