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 - Lasting Fragments: 지속되는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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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보컬리스트 이지민의 첫 번째 정규앨범 ‘Lasting Fragments: 지속되는 조각들’이 9월 25일 발매된다.
이지민은 문학소녀이자 인디음악팬으로 청소년기를 보내고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공부하다가, 서울재즈아카데미를 거쳐 미국 재즈교육의 선구자적 학교인 노스텍사스대학교(University of North Texas, UNT)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녀는 34회 다운비트 어워드(DownBeat Student Music Award, Outstanding Graduate Soloist) 수상, 노스텍사스대학교 티칭펠로우 활동, 네 장의 음반 참여를 비롯한 미국에서의 스튜디오/라이브 활동을 통해 새로이 받은 영감들을 재즈라는 큰 그릇 안에 녹여냈다.
이지민은 메인 보컬 뿐만 아니라 모든 곡의 작곡, 편곡, 작사, 프로듀싱을 맡았다. 락, 펑크, 아방가르드 등 여러 장르로 열려 있는 컨템포러리 재즈의 사운드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쓰여진 음악은 자신의 정체성에 가까운 만큼 호소력이 짙다. 오랫동안 그녀의 음악을 함께 연주해 온 애디슨 프라이(Addison Frei, 피아노/키보드), 로난 딜라일(Ronan Delisle, 기타), 허일영(Young Heo, 베이스), 맷 영(Matt Young, 드럼)은 그래미 어워드에 다수 노미네이트 된 바 있는 UNT원어클락밴드(One O’Clock Lab Band)의 멤버들인 동시에 뉴욕과 달라스에서 활발히 연주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기에 이들의 밴드로서의 호흡도 유심히 들어볼 만하다.
앨범의 타이틀 곡 ‘Beginning’은 드러머의 안정적이면서도 화려한 그루브가 돋보이는 펑크(funk) 스타일로, 대중적인 멜로디를 받치는 두터운 재즈 화성과 구성력이 돋보여 컨템포러리 보컬재즈의 디바 그레첸 팔라토(Gretchen Parlato)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Lyndon’s Luck’은 웨인 쇼터(Wayne Shorter)를 연상시키는 스윙 왈츠에 보컬 편곡과 색소폰-보컬의 대화하는 듯한 즉흥연주가 더해져 클래식한 재즈를 듣는 재미를 색다르게 전달한다. 한국의 긴 장마를 생각하며 썼다는 ‘Rainworks’는 변박과 보컬 편곡이 브루클린 출신의 인디 락밴드 더티 프로젝터스(Dirty Projectors)의 그것을 연상시키고, 울부짖는 듯한 테너 솔로가 인상적이다. ‘Do I’의 몰아치는 듯한 다이내믹의 변화에서 볼 수 있는 밴드의 해석력 또한 듣기 좋다. ‘Never Come Back’의 비극적이고도 드라마틱한 엔딩과, 밝고 유려한 삼바 리듬의 Stay In Dream, 묵직한 비트와 쓸쓸한 멜로디가 어우러진 I Hear You Talk, 젊은 재즈뮤지션의 패기가 넘치는 Once I Was도 앨범의 완성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