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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오텍 (Jazzotheque) - Don't You Know That

리 릿나워(Lee Ritenour),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 필 페리(Phil Perry), 제프 로버(Jeff Lorber),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 등 더욱 화려한 멤버들과 더욱 그루비한 넘버들로 돌아온 재즈오텍(Jazzotheque)의 3집 [Don’t You Know That]

재즈오텍(Jazzotheque)이란 이름만으로도 어떤 밴드인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재즈오텍’은 ‘재즈’와 ‘디스코텍’의 합성어이며 쉽게 말해 재즈에 댄스 뮤직의 리듬감을 접목했다고 보면 될까? 흔히 어렵게 느껴지는 ‘재즈’를 어깨의 힘을 빼고 대중들에게 들려준다고 생각하면 일단은 대략적인 이해가 될 것이다.
이름에서부터 고전적이진 않은 ‘재즈오텍’은 ‘스무드 재즈(smooth jazz)’를 표방하고 나선 프로듀서 이태원이 이끄는 원 맨 프로젝트 밴드이다. 대부분 정통 스탠다드나 보컬 재즈 혹은 빅 밴드, 그도 아니면 연주 중심의 퓨전 재즈 등에 무게중심이 놓여 있는 한국의 재즈계에서 볼 때 ‘스무드 재즈’를 표방하는 뮤지션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우선 ‘스무드 재즈’가 어떤 음악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엄밀히 말해 ‘스무드 재즈’는 ‘퓨전 재즈(fusion jazz)’의 한 갈래라 볼 수 있다. 그 기원은 대체로 지금으로부터 약 반세기 전인 1960년대 후반으로 본다. 프로듀서 크리드 테일러(Creed Taylor)와 기타리스트 웨스 몽고메리(Wes Montgomery)가 함께 했던 [A Day In The Life](1967), [Down Here On The Ground](1967),[Road Song](1968) 등 일련의 앨범이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음반들은 비틀즈의 ‘Eleanor Rigby’나 전통 민요를 바탕으로 한 ‘Scarborough Fair’ 등 널리 알려진 팝 레퍼토리를 담아내면서 이전까지 ‘재즈’의 핵심 요소로 알려져 있던 즉흥연주(improvisation)’ 보다는 대중을 겨냥한 팝 스타일의 멜로디를 들려주어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성공에 고무된 크리드 테일러는 직접 음반 레이블 [CTI Records]를 설립해 유사한 풍의 음반들을 발표했고, 이후 쳇 베이커를 비롯해 넓게는 [GRP] 아티스트들, 조지 벤슨, 케니 지, 데이빗 샌본, 데이브 코즈 등의 뮤지션들이 스무드 재즈 아티스트로 각인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무드 재즈는 록, 팝, R&B, 펑크(funk) 등 다양한 대중 음악 장르의 요소들을 흡수하여 만들어진, ‘팝적인 연주음악’으로 이해된다(물론 보컬이 첨가되기도 한다).

재즈오텍이 처음 선을 보인 것은 2003년 가을, 1집 [Hardway]를 발표했을 때였다. 타이틀을 ‘hardway’로 정한 것은 스무드 재즈(뿐 아니라 ‘재즈’의) 불모지인 한국 시장에서 이처럼 생소한 음악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길을 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을까? 어쨌든 프로듀서 이태원이 모든 수록 곡들을 작곡/편곡해낸 이 음반은 당시 곽윤찬(피아노), 전성식(베이스), 서영은(보컬), 대니 정(색소폰) 등 한국 최고의 뮤지션들과,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어스 윈드 앤 파이어 등 세계적 거물 아티스트들의 음반이나 공연에서 함께 했던 해외 연주자들의 화려한 면면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었다.

이후 역시 거장 피아니스트 데이브 그루신을 참여시켜 다시 한 번 놀라움을 줬던 2집 [Let’s Go Out](2007)으로 한층 안정된 음악을 들려주었으며 2012년에는 1집과 2집의 수록곡 중 다섯 곡에 화려한 전자음을 더해 리믹스하는 시도를 보여준 앨범 [Jazzotheque:Remixed]를 선보여 일렉트로닉 음악으로의 접근법 또한 보여준 바 있다.

사실 통상 90-100bpm 정도의, 상대적으로 다운 비트의 음악인 ‘스무드 재즈’에 댄스를 일컫는 ‘discotheque’를 결합해 그룹명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재즈오텍의 1집과 2집은 상대적으로 ‘댄스’보다는 전형적인 ‘스무드 재즈’쪽에 집중했던 것이 사실이다. 2집 [Let’s Go Out]만 하더라도 데이브 그루신과 그룹 토토(ToTo)의 색소포니스트인 마크 다웃힛 등이 참여한 타이틀 트랙 정도만이 상대적으로 펑키(funky)한 사운드를 담아냈을 뿐 여타 수록곡들은 로맨틱한 스무드 재즈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Remixed] 앨범을 통해 기존 트랙들에 강한 리듬을 입힌 이후 이번 3집에 와서는 확실히 2집 [Let’s Go Out]에서의 부드러운 멜로디 위주의 음악에 더욱 견고한 리듬감, 탄탄한 그루브가 더해진 느낌이다.

앨범들마다 거물급 해외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발견하는 재미를 안겨준 재즈오텍은 이번에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GRP 레이블의 대표 뮤지션이자 거물 밴드 포플레이(Fourplay)를 밥 제임스와 함께 결성했으며 ‘캡틴 핑거스(Captain Fingers)’란 별명으로 불리는 퓨전 재즈의 대표 기타리스트인 리 릿나워(Lee Ritenour)를 비롯해 케니 지, 에릭 베네 등의 앨범을 제작한 프로듀서 겸 키보디스트 제프 로버(Jeff Lorber), 싱글 ‘Call Me’로 빌보드 R&B 챠트 1위를 기록했던 보컬리스트 필 페리(Phil Perry), 마이클 잭슨 월드 투어 밴드에서 활동했던 알렉스 알(Alex Al, 베이스), 조지 벤슨 밴드에서 활동한 토니 무어(Tony Moore, 드럼), 스티비 원더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리스 오코너(Morris O'connor, 기타), 어스 윈드 앤 파이어 멤버로 내한했던 게리 바이어스(Gary Bias, 색소폰), 해리 코닉 쥬니어 밴드의 데이브 스미스(Dave Smith, 트럼펫), 팻 메스니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루이스 콘테(Luis Conte, 퍼커션) 등 미국 최고의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여기에 서영도(베이스), 신현필(색소폰), 황이현(기타)등의 국내파 뮤지션들이 절묘한 황금비율로 더불어 참여하고 있다.

타이틀 트랙인 ‘Don’t You Know That’에서는 리 릿나워의 화려하고 블루지한 연주를 통해 마치 90년대 GRP 사운드를 듣는 듯한 향수와 함께, 제프 로버의 펑키한 피아노 솔로와 린 피드먼트의 세련된 코러스 라인에서 나오는 현대적인 팝 사운드까지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프로듀서 이태원의 감각적인 프로그래밍위에 게리 바이어스의 펑키한 색소폰이 얹혀진 'Time To Drive'는 댄서블 넘버로, 제목 그대로 드라이빙 뮤직으로 제격이다. 

이 밖에 본토 R&B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필 페리의 보컬이 담긴 ‘Show Me Love’는 기분 좋게 늘어지는 특유의 그루브감을 전해주고 있다.

여기에 스무드 재즈 스타일의 편곡이 빛나는 팝 히트곡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이나 서영도(베이스)와 신현필(색소폰) 등 국내파들의 연주가 실린 ‘Shark’, 그리고 1집에 실렸던 서영은의 보컬이 담긴 ‘Just Curious’가 리마스터 되어 보너스 트랙으로 다시 만나볼 수 있는가 하면 1집과 2집 수록곡들의 리믹스 버전 등을 담고 있어 이번 음반이 팬들에게 던져주는 재미는 쏠쏠하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번 음반의 가장 큰 특징은 소위 말하는 ‘버터냄새’가 물씬 풍기는 트랙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한 두 명의 피처링으로 맛만 보는 수준이 아니라 화려한 이름의 실력파 뮤지션들을 메인으로 적극 참여시켰다는 데서 이미 예견된 것이지만 음반의 그 어디에서도 소위 말하는 ‘한국적 재즈’의 냄새는 찾기 힘들다. 서울과 LA를 오가며 작업된 이번 음반은 프로듀서 이태원이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 포플레이등의 앨범을 작업했던 그래미 수상 경력의 엔지니어 돈 머레이(Don Murray)와 함께 주조해낸 사운드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듣는다면 국내 아티스트의 음반이라 믿기 힘들 정도다.

팝과 구별되지 않는 달달한 연주 음악이 아닌,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 스무드 재즈 본연의 색깔을 지키며 여기에 그루비한 리듬을 결합하는 ‘재즈오텍’이라는 팀명의 근본 취지가 이 음반에 와서 비로소 완벽하게 이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원용민(뮤직 칼럼니스트 / 전 [GMV], [오이뮤직]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