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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 - 산 들 바다의 노래, 제주 4∙3 헌정 앨범

평화, 치유, 해방의 노래!
3호선버터플라이, 갤럭시 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게이트 플라워즈, 가리온, 씨없는수박 김대중, 백현진 방준석, 요조, 사우스카니발
대표적 인디뮤지션들이 재해석한 제주 4.3의 노래

제주문화방송(MBC) 제작 다큐멘터리 ‘산, 들, 바다의 노래’의 수록곡 포함
(다큐멘터리 감독 권혁태, 음악감독 성기완)

제주 4.3 헌정 앨범

노래는 역사가 되고 역사는 노래를 품고 있다. 노래는 기억 속에 있고 기억 속의 노래는 시대를 넘어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 현대사의 아픈 페이지 하나를 들춰본다. 이념의 대립이 있었다. 이념에 따라 부르던 노래가 따로 있었다. 그러나 멜로디 속에는 근본적으로 이념이 없다. 이 흥얼거림들은 좌우의 대립을 떠나 그저 한 시대의 잔향들로 들린다. 이내 노래들은 아픔을 감싸고 치유와 해방을 지향한다. 노래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새로운 컴필레이션 앨범이 하나 나왔다. 바로 ‘산 들 바다의 노래 – 제주 4.3 헌정앨범’이 그것이다. 우리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의 하나인 제주 4.3 당시 불리워졌던 노래, 제주 민요, 노동요, 그리고 4.3을 기억하는 그 이후 세대의 노래들을 모았다. 좌우를 떠나, 장르를 떠나, 스타일을 떠나 모았다. 그렇게 모은 노래들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디 뮤지션들이 재해석했다. 재해석의 방식은 자유로웠다. 뮤지션들은 전혀 제작진의 개입을 받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옛노래들을 가져와 지금 여기의 인디판에 위치시킨다. 그래서 새롭다. 개성있다. 그러면서도 옛날 그 멜로디들이다.

이 노래들은 제주문화방송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산, 들, 바다의 노래’에 수록되었던 음악들을 포함한다. 권혁태 감독의 다큐멘터리 ‘산, 들, 바다의 노래’는 제주 4.3 당시의 역사적 흔적을 노래를 통해 되짚는 뜻깊은 다큐였다. 이 다큐에 음악감독을 맡은 이는 성기완. 3호선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다. 성기완은 권혁태 감독의 제작의도를 듣고 인디씬의 대표뮤지션들에게 개별적으로 하나 하나 의뢰하기 시작한다. 이런 옛 노래들이 있는데 이 노래들을 다시 한 번 불러보지 않을래? 그렇게 한 팀씩, 한 팀씩, 합류하기 시작했다. 2014년 2월에 합정동 사우스폴 랩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다. 이 녹음실은 3호선버터플라이의 베이시스트 김남윤 씨가 운영하는 인디 스튜디오.

모두 10 트랙의 노래들이 나왔다. 모든 노래들이 다큐멘터리에 다 쓰이지는 않았다. 다큐멘터리는 이미 상영됐지만, 노래들을 그냥 세월 속으로 떠나 보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션마다 자신의 개성과 색깔을 살린 옛 노래의 재해석이 훌륭했고, 더구나 제주 4.3 의 역사적 자료의 보존을 위해서라도 이 노래들은 음반으로 발매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여 어렵게 음반을 발매하게 되었다. 1000매라는 소량의 음반이 인쇄되지만, 적은 수량으로나마 세상에 남기고 싶었다. 과거와 현재, 지나간 시대와 동시대의 소통을 기록한 이 음반을 하나의 기념물로 남겨놓고 싶었다. 또한 젊은 인디뮤지션들의 이 작은 시도가 제주 4.3 희생자 분들을 위한 작은 위로와 치유의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뮤지션들이 공유했다. 용기를 내어 음반을 냈다.

앨범 첫 트랙은 요조가 장식한다. 차분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요조의 목소리는 이기형 선생의 ‘그리운 그 옛날’이라는 노래를 우리 바로 곁에 있는 이야기의 일부로 데려온다. 또한 그 시절의 아픔과 희망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는 시간여행의 문이다. 이 노래는 사실 귀순을 권유하는 노래로, 이른바 ‘산사람’들이 부르지는 않았던 노래지만, 이념적인 색깔은 바래고, 대신 그런 대립도 없던 더 옛날의 추억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두 번째 트랙은 한국의 대표적인 힙합듀오 ‘가리온’이 맡았다. 제주 4.3의 이야기를 거침없는 랩으로 재해석한다. 메타, 나찰이 각각 대립적인 시각의 인물들을 대변하는 것으로 설정된 내러티브는 그 시대의 역사적인 그림을 힙합의 붓으로 다시 그려낸다.

3호선버터플라이는 제주 자장가 ‘웡이 자랑’과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불렀다. 보컬리스트 남상아 특유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색깔의 두 노래를 몽환적인 3호선버터플라이의 것으로 변화시킨다. 전자음악, 노이즈 등의 실험적 배치를 즐기는 팀 컬러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제주도 서귀포 출신의 스카 밴드인 사우스카니발은 만세(해방의 노래)를 불렀다. 해방의 기쁨과 희망을 담고 있는 이 옛날 노래는 트로피칼한 스카리듬과 놀랍게 잘 어울린다. 흥겨움과 열기가 동시에 느껴지는 트랙이다. 백현진 방준석이 함께 부른 ‘없는 노래’는 절실한 사연을 담고 있는 노래다. 이 노래는 지금은 지난 일들을 잘 기억 못하시는 김민주 할아버지(4.3 항쟁참여, 도쿄거주)가 부르신, 제목도 가사도 다 불확실한 노래였다. 김민주 할아버지가 부르신 노래를 귀로 잘 듣고 백현진이 새로 불렀고 방준석의 기타반주가 덧붙여졌다. 그렇게 새로 불렀으니 혹시 원곡과 다른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나 그래서 ‘없는 노래’다. 백현진의 의견에 따라 제목을 그렇게 붙였다.

인디씬을 대표하는 파워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산사람들이 주로 불렀다는 ‘적기가’에 개러지 펑크적인 새로운 옷을 입혀 놓음으로써 노래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흡사 응원가도 같은 이 노래에는 억압의 사슬을 끊고 해방의 미래를 그리는 민중의 마음이 건강하게 잘 담겨있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제주 민요 ‘봉지가’를 불렀다. ‘봉지’는 열매의 제주방언인데, ‘봉지가 진다’로 시작하는 이 흥겨운 민요를 우리식 그루브에 충만한 특유의 장단으로 전세계의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구남식 신명으로 재해석한다. 이 흥겨움을 구남이 아니면 누가 전해줄 수 있을까!

젊은 세대의 얼터너티브 블루스 부흥을 이끌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싱어송라이터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은 ‘고사리 꼼짝’이라는 제주 전래 동요에 구성지고 능청스러운 블루스적인 색채를 부여한다. 이 여유와 해학은 바로 우리 조상들이 가졌던 그 분위기와 맥이 닿는 대목이리라. 게이트플라워즈는 제주 노동요를 택했다. 타작노래인 ‘어야도 홍’에 루츠 록 적인 스타일의 정통 록음악의 옷을 입혔다. 반복적인 ‘어야도 홍’가 주고 받는 기타의 멜로디가 노동의 괴로움을 잊는 노동요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

모이기 쉽지 않은 뮤지션들이 모였다. 좋은 취지와 테마를 가진 다큐멘터리 제작에 공감한 뮤지션들의 순수한 열정과 희망이 이 앨범에 담겨 있다. 제주 4.3과 같은 역사적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어제의 일이고, 그 어제를 바탕으로 오늘이 만들어졌다. 젊은 세대의 인디 뮤지션들이 그 역사에 등을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대면하여 소통한 나름의 결과물이 이 앨범이다.

이 음반이 제주 4.3의 역사성을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하게 만들 수 있는 하나의 주춧돌이 되기를 원한다. 음반 속지에서 뮤지션 일동이 밝힌 바램을 적으면서 보도자료를 끝맺는다.

‘산 들 바다의 노래’는 평화의 노래, 치유의 노래, 해방의 노래입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통일 기원의 노래입니다. 하루빨리 남북한이 통일되어 함께 이 노래들을 부를 수 있게 되길 마음 모아 기원합니다.제주 4.3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 그리고 제주 4.3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께 이 앨범을 헌정합니다.’
- 참여 뮤지션 일동

보도자료 작성 – 음악감독 성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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