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석 - 1집 / 우리 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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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 가슴 속에 남아있는 마지막 희망의 섬,
윤민석1인프로젝트밴드 [그래島] 1집 출시
윤민석, 그가 전하는 ‘새로운 세상’ 이야기
타이틀곡 ‘우리 아가는 1’ 트랙을 선택하고 이어폰을 귀에 맞춤하게 조정한다. 곧이어 부드럽게 확장하는 스트링 선율이 귀를 놀라게 하고 가슴으로 전달된다. 음악이 고조되고 빠져들 때 쯤 등장하는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꿈꾸는 듯 몽환적이다.
‘우리 아가는 이른 봄바람 온 세상을 설레게 하고’(_우리아가는1 중에서)
아가라는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세상이다.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다가오는 기분은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는 놀라움이지만,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평생을 잊지 못하는 긴 여운만을 남기고...
윤민석의 이번 음반은 이렇게 시작한다.
윤민석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아가라는 새로운 세상을 통해 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번 음반은 처음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모두 ‘아가’ 이야기다.
아가에 대한 이야기는 꿈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가 표현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헌법 제1조’, ‘서울에서 평양까지’등을 발표한 대한민국 대표적인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은 강한 대중적 선율과 리듬을 구사한다. 발표하는 음악마다 귀에 꽂히는 라인과 절묘한 비유가 그의 음악적 강점이다. 이번 음반은 그가 지닌 대중적 코드를 그대로 이어가는 연장선임과 동시에 클래식 편성을 극대화하여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가 꿈꾸는 미래 세상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아빠처럼 씩씩하게, 엄마처럼 지혜롭게
무럭무럭 자라나서 네 꿈을 펼쳐내렴
우리아가 장한아가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우리아가 귀한 아가 세상의 주인 되렴‘(_우리아가는2 중에서)
왈츠풍의 감성 충만한 ‘우리 아가는 2’는 타이틀곡 ‘우리아가는1’의 연작곡 성격을 띄고 있다.
아가의 성장은 꿈을 키워가는 과정임을 부드러운 선율을 타고 표현한다. 아이가 걷는 형상이 왈츠 풍에 실려 형상적으로 다가온다.
침몰해버린 희망을 건져 올리는 윤민석의 작은 바람
‘너희가 살아갈 세상이 그리 녹록친 않겠지만
언제나 자신을 믿으렴 너의 꿈 너의 희망을
사랑하는 딸들아 너희가 주인이란다.
즐겁게 또 당당하게 세상을 바꾸어내렴‘(_사랑하는 딸들에게 중에서)
이번 음반에서 드러나는 일관된 키워드는 꿈, 세상, 주인, 그리고 변화다.
2014년 대한민국,
윤민석, 그는 어쩌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해 버린 꿈과 희망을 애절하게 건져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자칫 구태의연했을지도 모를 희망에 대한 메시지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이번 음반이 동요적 형태로 접근했기 때문이리라. 그림책이 아이들만이 읽는 책이 아니듯이 동요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지금은 어른으로 성장한 많은 이들도 한때는 저마다 귀한 아가였음을, 그래도 여전히 빼앗기지 말아야 할 것은 세상에 대한 희망임을 윤민석은 이 음반을 통해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번 음반은 아이들과 함께 침몰해 버린 대한민국을 아가의 꿈으로 건져내고 싶은 꿈꾸는 음악인의 작은 기도라 할 수 있다.
윤민석, 양윤경 보듬어 만든 치유의 음악
또한 이번 음반은 정식 경로를 통해 유통하는 그의 첫 음반임과 동시에 그의 아내 양윤경의 첫 음반이다. 암투병중인 그의 아내 양윤경은 이미 훌륭한 가수임에도 한 번도 부부가 함께 음악작업을 하지 못했었지만, 딸이 음반 제목을 손글씨로 쓰면서 참여하며 온 가족이 함께 만든 이 첫 음반을 계기로, 이들 가족은 사랑과 희망으로 일구어 낸 치유와 기적의 힘이 더 많이 퍼져나가게 되길 소망하고 있다.
이제 숱한 절망의 순간을 넘어가면서, 차마 미래 따위는 생각하지도 못했을 그들의 노래를 들어보자.
윤민석 양윤경과 <그래島>
2012년 그녀의 병이 위중해진다.
그동안도 힘겨웠으나, 이번엔 심상치 않다.
그녀는 쓰러졌고,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급히 응급실로 옮겨진다.
암세포는 빠른 속도로 뼈로 전이되어서 급기야 간신히 그녀를 지탱 해주던 척추마저 무너뜨리고 만다.
하지만 병원의 의사들마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할 정도로 급속도로 악화일로를 걷던 병세는, 그녀와 남편을 위해 많은 이들이 보내준 폭발적인 후원과 격려에 힘입어 기적적으로 병의 진행이 멈추어지고, 마침내 1년여의 병원생활을 뒤로 하고 퇴원까지 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양윤경..
그녀는 민중가요 가수다.
그녀의 남편은 윤민석..
그는 민중가요 작곡가다.
그의 음악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구석구석을 훑어낸다.
지난시기 그의 음악작업은 그래서 고통도 기쁨도 세상과 함께 해왔다.
아픈 아내가 곁에 있어도 그는 세상으로부터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그가 고개를 돌리고 아내를 본다.
그녀는 가수다.
겨우 1년 여 전만해도, 통증에 지쳐 잠든 아내를 그저 지켜 볼 수밖에 없었던 절망의 병실에서 그가 간절하지만 터무니없이 꿈꾸었던 아내의 음반이, 드디어 2014년 또다시 기적처럼 조금씩 실현되기 시작한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새로운 음악이 시작된다.
그들이 택한 음악은 동요다.
그들이 택한 주제는 아가다.
‘죽는다던 아내가 기적처럼 회생한 생명의 힘으로 아이들에게 축복을 전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자신의 음악활동이 지속가능한 포맷으로 새롭게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윤민석1인프로젝트밴드 <그래島>’를 시작한다. <그래島>는 ‘모든 사람들 가슴 속에 남아있는 마지막 희망의 섬’을 상징한다고 한다.
한때는 그 역시 절망의 한 가운데서 허우적거리고, 세상을 탓하며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음악적 사색은 세상 속 한가운데에 있다. 과거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자신도 고통스러웠음을, 자신도 그동안 힘겨웠음을 세상에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고통과 세상의 고통 사이에 연결고리가 시작된 셈이다. 우리가 <그래島> 1집을 들으면서 성급하게도 벌써 2집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