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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 (Ryo Yoshimata) - 냉정과 열정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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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첼로의 여운. 밀라노, 피렌체, 도쿄를 이어주는 기적같은 사랑의 선율들 '냉정과 열정사이'. 아름다운 첼로선율이 인상적인 '냉정과 열정사이'. 영화보다 더 아름다운 메인테마 'The Whole Nine Yards'
기적(奇蹟)이란 정말 일어나는 것일까?
지금까지 생을 살면서 나는 기적을 믿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탄생은 곧 신이 우리들에게 부여해준 기적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2번의 기적을 체험했다.
이 영화는 피렌체, 밀라노 장면이 영화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일본 영화이면서도 실은 유럽 영화와 같은 무대 설정으로 되어 있으며, 일찍이 일본영화 중에서 이처럼 장기간 이탈리아 로케로 진행된 영화는 없었다.
아직까지 기억에 새로운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헐리우드 영화 'Hannibal'조차 실현하지 못했던 대규모 촬영을 감행하여, 이탈리아 현지 스태프들이 "정말 피렌체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통해 처음으로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이번 촬영은 피렌체의 독특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촬영금지 장소에서 로케이션을 감행하는 곤란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실은 프로듀서로서 촬영을 단념하려고 했던 순간도 있었다. 촬영이 종반을 치달아 영화의 클라이맥스였던 주요 신들을 촬영해야만 하는 날이 2일밖에 남지 않았고, 게다가 여주인공 진혜림에게 주어진 촬영 날짜도 2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틀째 오후 5시 무렵에는 그녀를 비행기에 태우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긴박한 2일 중 첫 날은 지금까지 촬영 중 한번도 내리지 않았던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처음으로 촬영이 중단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촬영하기 위해 이제 시간은 단 하루. 절대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진혜림의 귀국을 연기할 수도 없었고, 재촬영을 위해 진혜림을 다시 불러들이는 일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혹시 내일 또다시 비가 내린다면..." 그러던 중 '奇蹟' 이 일어났다.
모든 이들이 포기하고 있었던 2일째 날씨는 너무나도 쾌청했다. 절대 무리라고 생각되던 촬영 스케줄이었지만 일본 및 이탈리아 전 스태프들의 노력으로 오후 5시까지 촬영을 종료시켰고, 진혜림은 무사히 귀국 비행기를 탈 수가 있었다 그날 저녁 촬영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 흐르던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라는 배경 외에도 그 어떤 요소보다도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음악'이다. 실은 지금 듣고 있는 이 사운드 트랙은, '영화 중 이탈리아의 분위기를 더욱더 돋보기에 하기 위해 풀 오케스트라를 모집하여 시부야의 Orchard Hall에서 하고 싶다'는 감독의 욕심으로 녹음 스케줄 자체가 영화촬영 개시 전부터 결정된 상태였다.
그리고 녹음 당일, 아무도 없는 객석에서 60명의 오케스트라 연주가들이 연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곡이 연주되었을 때 Orchard Hall은 마치 이탈리아의 교회와도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고, 연주가 종료되었을 때, 모여있던 영화 스태프들은 입을 모아 "훌륭해..."를 연발했다. 그리고 마지막 바이올린 솔로 녹음 때 또 한번 '奇蹟'을 실감했다. 그 넓은 Orchard Hall에 울려 퍼지는 바이올린 음색은 '사랑의 기적'을 표현하며 그 장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마치 '신들이 지상에 내려온'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모두들 그 신이 이 사운드트랙에 영감을 불어 넣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일이 바로 이 영화에서 일어났던 두 번째 '기적'이었던 셈이다.
이 사운드 트랙을 눈을 감고 들어주길 권하고 싶다. 이 음악에는 자신이 잊고있었던 연인에 대한 추억과 약속이, 당신에게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장소와 함께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음악이 끝날 무렵, 당신에게 뜻하지 않은 '3번째 기적'이 일어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냉정과 열정사이' 프로듀서 우스이 유지(臼井裕詞)
'가발'라는 말이 있다.
말뜻 그대로 '가발'이지만, 우리들이 직업상 사용하는 '가발'은 중년을 넘어선 아저씨들이 거울을 보며 자신의 머리에 착용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기억으로는 이러한 직업용어는 프로듀서인 XX씨가 붙인 이름인데, 그는 드라마와 영화음악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 '음악을 가발이라고 표현하다니...' 음악 업계에 종사자들이 들으면 화가 머리에 치밀듯한 저속한 표현이지만 그는 이 단어에 특별한 애정을 담고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작품을 연출하는 감독입장에선 이토록 자존심 상하는 표현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XX씨는 특별히 감독에게만 이 말을 쓰고 있다. 이 말의 쓰임은 이렇다. 연출이 훌륭하지 않은 작품을 음악이라는 최종병기로 얼버무리려 할 때 '음악으로 덮어 씌워버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정말 난폭한 표현이지만 실제로 제작현장에서 '작품을 음악으로 덮어버리려는 의도'는 정말 자주 있는 일이기 때문에 씁쓸하기만 하다.
나는 '음악은 최종 완결 단계의 약간의 조미료'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나 자신이 억지로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작품을 연출할 때 음악에 의존하지 않고 촬영에 임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최종단계에 가서는 역시 음악의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내가 연출한 배우들과 배경들조차도 약간의 설정을 바꾸려고 한다는 것이 풀 체인지되어 환골탈태 되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쯤 되면 이것은 조미료를 넘어서 메인 요리가 되고 만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상과 융합된 음악의 힘도 위대한 것이다.
아마추어 카메라맨이 찍은 아들의 운동회 비디오도 'Chariot of Fire ('81作)'의 사운드 트랙을 융합되면 올림픽 기록영상 못지 않은 영상이 되고, 딸의 결혼식 비디오에 'Once upon a time in America('84作)'의 사운드 트랙이 쓰여진다면, 아카데미상 이상의 걸작으로 재탄생될 수 있는 것이다.
'에덴의 동쪽('55) ', 'Limelight('52)', '2001 A Space Odyssey('68)' 등의 명작은 반드시 훌륭한 사운드 트랙을 남기고 있으며, 그 아름다운 멜로디는 영화와는 별개로 홀로 찬연히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그 멜로디를 들을 때 마다 주요 장면들과 함께 영화를 본 연인의 감미로운 얼굴과 그 시절을 기억해낼 것이다.
원작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었을 때, 나는 주저함 없이 항상 TV 드라마에서 함께 사운드 트랙을 제작하고 있는 스테프에게 곡을 의뢰했다. 그의 음악을 TV 드라마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고, 반드시 극장에서 그의 곡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나의 의도는 촬영 종료로부터 2개월 후 Orchard Hall에서 하이지마(?島)씨의 천재적인 지휘봉에 의해 빛을 발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마지막이자, 가장 의미있는 클라이맥스의 한 부분을 채울 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 있어 피렌체, 밀라노, 도쿄라고 하는 이공간을 연결시킨 것은 다름 아닌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운드트랙을 순에 넣은 사람들이 두오모(Duomo), 아르노(Arno)강, 밀라노 역, 시모키타자와(下北?)역, 우메가오카(梅ヶ丘).. 그리고 주인공 준세이와 아오이가 지내온 10년을 다시 한번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나의 막연한 요구를 그 이상의 형태으로 실현시켜준 요시마타씨, 그 펑키한 외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섬세한 바이올린을 들려준 오치아아씨, 항상 담담하게 작업에 참여해준 사토씨 외에, 사운드트랙에 관여한 모든 이들, 그리고 대미를 멋지게 장식해준 치바씨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냉정과 열정사이' 감독 나카에 이사무(中江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