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do - Life For 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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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울림으로 사운드를 빚어내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다이도의 새 앨범 [Life For Rent]
2000년, 에미넴은 기적을 일으켰다. 잘 나가는 래퍼 에미넴은 다이도의 ’Thank You'를 샘플링한 ‘Stan'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사람들은 생소한 다이도와 ’Thank You'란 노래에, 나아가 1999년에 발표된 그녀의 데뷔 앨범 [No Angel]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 다이도는 빌보드에 의하면 2001년에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의 주인공이 됐다. ([No Angel]은 전 세계에서 1200만장이 팔렸고 우리나라에서도 6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운이 좋은 건 그녀보다 음악을 듣는 우리 쪽이 아니었을까? (무관심 속에 사장되는 음반이 어디 한 두개일까마는) 1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었던 음악을 놓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에미넴의 랩 뒤로 흐르는 ‘Thank You' 한 곡의 인기로 다이도의 앨범까지 잘 팔렸다면, 다시 말해 에미넴이 샘플링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베스트 세일즈를 기록했다고 한다면 뭔가 미심쩍다. 그리고 이는 다이도의 앨범을 산 사람들에 대한 예의도 아닐 것이며, 이 앨범을 들고 있는 당신이 ’에미넴이 샘플링한 그 노래 주인공이 새 앨범을 냈다던데 한 번 들어볼까?‘라는 생각으로 돈을 지불했을 거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다이도의 성공은 (비율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몇 퍼센트의 행운과 더 많은 퍼센티지의 실력으로 일궈낸 것이다.
사실 다이도는 그 수는 많지 않을지 몰라도 매니아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일렉트로니카 씬에서는 어느 정도 입지를 확보한 페이스리스(Faithless)에서 객원 보컬을 담당하던 그녀였기에, 트립합 트랙에서 아름답고 가녀린 보컬을 들려주던 그녀였기에 그녀의 솔로 데뷔 앨범은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었고 일렉트로니카와 포크를 결합한 그녀의 솔로 프로젝트는 비교적 인상적인 출발을 했다.
페이스리스의 브레인이자 그녀의 오빠인 롤로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스스로 작사, 작곡을 할 줄 알았던 다이도는 사라 맥라클란, 돌로레스 오리어던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목소리, 맑고 깨끗하고 가녀린 보컬을 차분하게 트립합 성향의 사운드에 담아 포크합(folk-hop)을 만들어냈다. ‘Stan'에 샘플링되기 이전에 기네스 팰트로 주연의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에 쓰여 음악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던 ’Thank You'나 미국 TV 시리즈 <로스웰>의 주제가로 쓰인 ‘Here With Me', 그리고 ’Hunter', 'Don't Think Of Me' 등의 곡들에서 포크와 트립합 사이를 오가는예쁜사운드를 들려줬던 그녀. “베스 오튼(Beth Orton)이 메가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 Q 매거진”는 평을 듣기도 하고 브릿 어워드에서 최고 여자 가수상과 최고 앨범상을 수상하고,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작곡을 해주는 등등등 이벤트 많고 스케줄 바쁜 시간을 보낸 후 다이도는 두 번째 앨범 [Life For Rent]를 발표한다. 데뷔 앨범의 성공 이후 2집 앨범 작업에는 어느 정도 부담이 따르기 마련인데 다이도의 경우에는 그 부담감이 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부담감에 휘둘리지 않은 듯 하다.
새 앨범에는 역시 그녀의 오빠인 롤로나, 1집에서도 함께 했던 프로듀서 릭 노웰스(Rick Nowels), 출중한 경력의 세션맨 레스터 멘데즈(Lester Mendez), 다이도의 1집과 페이스리스의 작업을 도왔던 오브리 넌(Aubrey Nunn) 등의 이름이 보인다.
앨범보다 먼저 발표된 첫 번째 싱글 ‘White Flag'은 클래시컬한인트로가 지나면 편안한 비트와 스트링, 피아노 연주, 감각적인 일렉트로닉 터치 등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여기에 다이도의 맑고 깨끗한보컬이 자연스럽게어우러진다. 환상적인 분위기로 일관하는 ’Stoned'는 다소 촌스럽게 도드라지는 비트를 유연한 보컬로 감싸는 곡으로 신스팝 분위기의 연주와 더할 나위 없이 매끄러운 다이도의 보컬이 리드미컬하게 전개된다. 포크에 가까운 ‘Life For Rent'는 감미로운 기타 연주와 스트링, 신디사이저 등으로 기분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산뜻하고 심플한 포크 ’Mary's In India'를 지나면 이번에는 트립합에 가까운 ‘See You When You're 40'가 등장하는데 편안한 드럼 사운드가 중심이 되는 곡으로 영롱함이 더해져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이어지는 ’Don't Leave Home'은 화려한 스트링 세션으로 드라마틱하게 전개되고, 힙합의 영향을 감지할 수 있는 ‘Who Makes You Feel'은 이 앨범에서 가장 무난하지 않은 트랙일 것 같은데 예상하기 힘든 방향으로 전개되고, 화려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장식들 덕분이다. 그래서 가장 독특한 곡이기도... 다이도의 발랄함을 만끽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권장할 ’Sand In My Shoes'는 이 앨범에서 가장 댄서블한 곡인데 리드미컬한 퍼커션 덕분에 청량한 여름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나지막이 속삭이는 보컬의 ‘Do You Have A Little Time'은 화려하고 장중한 스트링 세션과 사운드를 빛내는 하프시코드 연주, 무게 있는 비트를 들을 수 있는 곡이고, 맑고 따뜻한 느낌의 ’This Land Is Mine'은 소박하고 솔직한 포크송이다. 영롱한 느낌의 ‘See The Sun'과 히든 트랙인 포크송 ’Closer'까지, 다이도의 새 앨범은 이전 앨범보다 더 안정된 사운드를 담아내고 있다.
나른한 트립합 비트와 따뜻한 포크 감성, 예쁘고 부드러운 다이도의 보컬에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은 그녀의 소망까지 더해져 다이도의 2집 [Life For Rent]는 기분 좋은 음악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사운드를 빚어내는 솜씨가 더욱 노련해진 그녀, 다이도의 성공이 이 앨범에서도 이어질 것인지 다음 상황이 궁금해진다.
[이소연 / KBS 2FM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