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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디스텔로 (LudiSTELO) - 1집 / Experience

전자음으로 담아낸 대자연의 황홀경, 공기의 흐름과 교감하는 일렉트로-밴드 LudiSTELO(루디스텔로)
프랑스 칸, 말레이시아의 정글, 제주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경험한 모든 계절과 공기가 담긴 1집 [Experience]

얄궂게도 사람은 욕망하던 무엇인가를 내려놓는 순간부터 의도 하지 않게 술술 일이 풀리곤 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세 명의 프로듀서 LudiSTELO도 예외는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명성을 얻었지만, 타인의 음악을 돋보이게 만들어야 했던 탓에 심적 여유 없이 지쳐있던 상황, 모든 걸 내려놓고 브루나이 공화국으로 여행을 떠나 숙소를 함께 쓰며 친해 질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은 여행 중 공감했던 모티브를 즉시 음악으로 옮기고 의견을 교환하며LudiSTELO를 결성하게 되었다. 이후로도 말레이시아의 정글, 프랑스의 칸, 제주로 이어진 여정을 통해 대자연의 풍광을 경외하고, 계절이 변하는 공기와 향기를 사랑하며, 발을 딛고 서있는 지구에서의 모든 경험을 음악으로 옮겨내기로 한 이들은 ‘Play a Star’라는 뜻을 지닌 에스페란토어 ‘LudiSTELO’를 팀 명으로 정하며 음악적 세계관을 아름답고 또렷하게 확립했다. LudiSTELO는 사운드 수퍼바이저이자 ‘킬러컷츠’, ‘레이시오스’의 일렉트릭-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한 박상진, 기타의 관능과 희열을 가장 잘 표현하는 프로듀서라는 평을 받으며 ‘슈가도넛’, ‘레이시오스’의 맴버로 활약한 애쉬, 기계보다 정확한 박자와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카피머신’의 리듬 디자인을 담당했던 드러머 주연의 세 유닛으로 구성되었다.

지난 해 4월 19일, 홍대 앞 라이브클럽에 처음 등장한 이들은 육중한 전자 장비들로 회화적인 멜로디를 쏟아냈고, 압도적인 사운드 폭격으로 관객들은 넋을 빼앗겼다. 공연이 끝나자 SNS에 “루디스텔로!!!!!!!!!!!!!!”라는 외마디 비명들이 타임라인을 도배했고, 동료 뮤지션들도 ‘공기의 흐름이 바뀌어 버렸다’며 오랜만에 자신만의 음악으로 복귀한 LudiSTELO를 진심으로 반겨주었다. 그날 이후, LudiSTELO는 ‘결성’과 함께 ‘사건’이 되었고 이들이 출몰하는 곳엔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전문 공연장에서 공연을 해도 민원이 들어 오는 일은 이제 식상하다. 2014년 2월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최대규모의 음악산업박람회 미뎀(MIDEM)에서 전세계 음악 관계자들에게 발매 될 1집 앨범 [EXPERIENCE]를 선공개 했는데, 이 샘플음반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품절되는 기염을 토하며 4월 3일, 한국은 물론 글로벌 뮤직 스토어 iTunes(아이튠즈), Spotify(스포티파이), beatport(비트포트)에 동시 발매하게 되었다.

얼어붙은 겨울을 지나 생명이 움트는 봄을 기다리며 이 땅을 노래하고 연주한다는 의미를 담아낸 첫 곡 ‘Play the Earth’는 팀의 이름과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트랙이다. 여름의 장마, 구름의 움직임, 요동치는 물결, 비의 향기까지 다이나믹하게 표현한 ‘Water Roof’는 물살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니는 공감각적 비트에 몸을 맡기게 만든다. 태양이 뜨겁게 닳아 오르는 노을의 황홀경을 음악으로 그려낸 ‘Sunset of Your Sky’는 바다, 빌딩숲, 한적한 마을, 강가에서 바라보는 모든 노을의 정취가 다른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영화 “비포선라이즈”에서 영감을 받아 기본 스케치를 마치고 프랑스 칸으로 떠난 이들이 거리의 아침과 밤의 변화를 아름다운 신서사이저로 채색한 ‘Before Sunrise’는 타이틀곡으로 낙점되었다. 이지적인 기타톤으로 시작해 반짝거리는 불빛을 잡아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Magical Lights’는 서강대교의 밤 풍경을 담아냈다. ‘Jungle Activity’는 밴드의 결성과 함께 처음으로 작업 된 트랙으로, 말레이시아의 정글 여행에서 느낀 감정이 살아 꿈틀대는 곡이다. 정글로 들어 갈 때의 기대감과 긴장감을 역동적 기타 리프로 쏟아내는 한편, 숙소로 돌아올 때의 안락함을 따뜻한 보사노바 풍의 편곡으로 마무리 했다. 이어지는 ‘Delight’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요인들 이를테면, 공연 직전의 순간이나 화창한 날씨, 아름다운 이성을 만났을 때의 두근거림을 캐치 해 청순미 넘치는 멜로디로 표현했다. 각종 페스티벌에서 LudiSTELO를 씬스틸러로 만들고 있는 ‘Edge of the World’는 제주 여행에서 느낀 모든 자유, 눈 앞의 광경을 각인하고자 만들었다. 여유롭지만 활동적인 여행자의 심리를 인디-댄스 사운드와 얼터너티브 록으로 비범하게 그려낸 트랙이다. 식어가는 여름의 열기와 가을이 오면서 변하는 계절의 냄새를 다채로운 드럼 어레인지로 만들어낸 ‘Summer Hill’은 90년대풍 그런지와 사이키델릭한 신서사이저의 향연이 돋보인다. 마지막 곡 ‘Play the Air’는 프로듀서로 활약중인 LudiSTELO 맴버들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곡으로, ‘Play the Earth’를 인적 드문 터널을 걸어가며 스마트폰으로 재생 했을 때의 느낌을 살려 어쿠스틱 버전으로 새롭게 만든 곡이다. 머릿속을 휘감는 넓은 공간감은 가사와 융합해 꿈결 같은 사운드를 선사한다.

이들은 밴드활동을 통해 (물론 돈도 벌어야겠지만), 이 땅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 경험, 사랑을 음악으로 옮기고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크다. 3인조 밴드의 기본 악기 구성에 대단위 일렉트로닉 요소들이 첨가 되어있지만 한가지 장르로 단정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엔 ‘신스-록’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체할 것 같아 피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문제는 ‘신스’가 아니라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의 감성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LudiSTELO를 통해 다시 깨닫게 된다. 전자음으로 표현 해 낸 대자연의 노스텔지어와 희열감, 그로 인해 치유되는 마음 만으로도 올 해 가장 중요한 앨범을 손에 들고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다.       

글 ㅣ SUNDAYDI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