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반갑습니다.

리스뮤직

카테고리 검색

상품검색

수량
총 상품금액 9,900

상품상세설명

커널스트립 (Kernelstrip) - Walking Through The Galaxy

Kernelstrip - "Walking through the galaxy"

커널스트립?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오묘한 이름이다. 바로 '알맹이', '핵심'을 뜻하는 Kernel과 '드러내다', '벗기다'라는 뜻의 Strip을 합성한 것으로, 한국 전자음악계에 등장한 신인 아티스트의 이름이다. 그런데 본 EP를 들어보면 음악이 도무지 신인 같지가 않다. 30분도 채 되지 않는 수록 곡들의 결합에서 보여주는 애수 띤 농밀한 사운드 메이킹은 현재 활동 중인 아티스트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Kernelstrip이란 이름을 달고 나온 그의 음악적 핵심은 무엇일까? 본 음반에서는 피아노를 바탕으로 한 다운템포의 instrumental 곡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그의 음악적 성향은 학부에서는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고 현재는 대학원에서 컴퓨터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그의 이력과도 관계가 깊어 보인다.

 이제 본 음반 수록 곡들을 살펴보자.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Intro는 피아노 선율에 필터를 걸어서 만든 소리로 몽환적인 느낌을 유도한다. 곧이어 나오는 Lock은 피아노와 기타의 애잔한 선율을 중심으로 전개되다가 중반부부터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비트가 인상적이다. Walk, Walk, Walk에서는 정갈한 피아노 선율에서 제시되는 멜로디가 갖가지 형태로 급격하게 왜곡되어 펼쳐지고, IDM 계열의 분위기를 띈 소음들이 더해진다. Glitch에 빠져있던 시절 작업했다고 전해지며 진한 노이즈 속에 펼쳐지는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필자가 본 앨범에서 가장 추천하는 Coexistence는 그가 '아주 쿨한 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그 결과물은 날카롭게 파고들며 반복되는 비트 속에 신스와 결합된 불안정한 피아노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공존을 이루고 있다. Botanical Garden은 대학원으로 인한 타지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없던 그가 하루 종일 스튜디오에서 자기감금 상태로 음악에 몰두하던 중 만들게 된 곡이라고 한다. 가장 괴로운 순간에 만들어진 곡이지만 본 앨범에서 가장 따스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곡이라 아이러니하다. 애니메이션 작가 Nekobus의 단편  'The Young Hopefuls'를 위해 배경음악으로 작곡된 'Faith'는 미니멀한 전개를 바탕으로 피아노가 한 음 한 음 차곡차곡 쌓이다가 금관과 현악이 상승하는 느낌으로 함께 펼쳐지는 후반부가 특징이다. 진한 고독을 견디는 작품 속 주인공의 입장에 강한 감정이입을 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영상 보기: http://vimeo.com/81092884 ) 반복되는 피아노 멜로디가 다른 소리들과 결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Yes에서는 공장, 군중의 소음과 아기 울음소리 등의 다양한 소리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듣던 소리들에 집중하게 하고, 그 속에서 애잔한 감정을 끌어낸다. 실질적인 앨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Lock과 수미상관을 이루는 마지막 트랙 'Unlock'은 마치 우주 행성들 사이를 거니는 듯 조금씩 변화되며 왜곡되는 음향의 결합에서 깊은 감동을 자아내며 앞선 일곱 트랙을 들으며 쌓여왔던 감정들을 마무리 지어준다.

본 앨범의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는, 수록 곡들의 절반은 약 3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특정한 앨범을 만들고자 목표를 세우고 만들기 보다는 순간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작업을 하는 편이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앨범의 일관성 있는 분위기와 고른 완성도가 첫 음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또 어떠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